3장. 소화계 복습: 3. 밥을 오래 씹으면 달작지근해지는 것은?
떡국을 오래오래 씹어 먹던 유정이가 할머니를 빤히 보더니
-할머니! 떡국을 오래 씹으니 달아요?-
여명이를 보면서
-너도 오래 씹어 봐!-
유정이 얼른 삼키고는 여명이가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자 자기도 한 수저 떠서 입에 넣는다. 서로 바라보면서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씹기 시작한다. 한참을 씹더니 여명이가 먼저
-씹힌 떡국이 달작 지근해진다.-
-나두.-
둘은 아직 입속에 음식이 조금 남아 있는 채로 입을 다문 입을 옆으로 길게 늘이면서 웃는다. 둘의 입의 양 끝이 위로 올라간 모습이 예뻐서 할머니도 웃는다.
-떡국 떡은 말이다. 쌀로 만들어져서 거의 녹말로 되었다. 녹말은 맛이 없다. 녹말은 포도당이 200여개, 아무튼 많이 연결되어 만들어진다.-
-어떻게 연결되어요?-
-포도당이 구슬 하나라고 생각하자. 구슬 꿰기를 하는 거다. 구슬에 있는 구멍에 실을 넣어서 쭉 연결하다가 옆으로도 하면 가지가 쳐지지.-
-포도당은 달아요?-
-그럼 당이니까 달지.-
-포도당에도 구슬처럼 구멍이 있어요?-
-아니다. 포도당에는 손이 있다. 포도당들이 서로 손을 꽉 잡으면 둘의 합쳐진 손 사이에서 물이 떨어지면서 붙어 버린다.-
-둘이 손을 꽉 잡으면 물이 떨어지면서 붙어버린다고요?-
-그렇다. 포도당 둘이 붙으면 엿당이 된다.-
-엿당이요?-
-우리가 먹는 엿이 바로 엿당으로 되어서 달고, 식혜에도 엿당이 많아서 달다.-
-그럼 설탕은요? 엿 보다 설탕이 더 달아요?-
유정이가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머니를 응시하며 질문 한다.
-물론 설탕이 엿 보다 달다.-
-그 이유는요?-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손잡아 만들어진다.-
-엿은 포도당 두 개가 합쳐져서 만들어지는데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손잡고 만들어요? 과당은요?-
-포도당과 과당은 얼굴이 조금 다르다. 과당은 포도당 보다 더 달다.-
가만히 듣고 있던 여명이가
-포도당은 포도 속에 많아서 포도당이고 과당은 과일 속에 많아서 과일인가요?-
-대충 그렇다. 포도도 과일도 달잖니.-
-그런데요. 왜 밥을 오래 씹으면 달아져요?-
-침 속에 녹말을 싹둑 싹둑 잘라서 엿당을 만들어내는 아밀라아제가 있어서다.-
-아밀라아제요?-
-프티알린이라고도 하지.-
-어떻게 녹말을 잘라 엿당을 만들어요?-
-녹말은 포도당들이 손을 잡고 물이 빠지면서 만들어진다고 하였잖아?-
-네.-
-네.-
여명이와 유정이의 눈이 할머니의 눈을 응시한다.
-아밀라아제가 녹말의 끝 쪽에 가서 끝에서 첫 번째는 재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포도당이 잡고 있는 손앞으로 가서 물을 주면서 살살 녹이면 답답했던 포도당들은 물에 녹아 자유롭고 싶어서 잡았던 손을 놓아버리지.-
-침 속의 아밀라아제가 덜 씹어도 녹말 끝에만 찾아가서 자르면 되는데 왜 오래 씹어야 달아져요?-
-녹말은 크다. 더군다나 밥 속에는 무수한 녹말이 들어있다. 그 녹말들의 끝을 찾아다니기란 좀 힘들잖겠니?-
-힘들 것 같아요.-
-우리가 꼭꼭 씹어서 잘게 밥을 부숴주면 녹말들 끝을 만나기가 쉽지. 그러니 아밀라아제가 녹말 끝을 찾아가서 싹둑싹둑 포도당 두 개씩을 잘라내면 그 만큼 엿당이 많이 생겨서 밥이 달게 된다. 더군다나 아밀라아제는 소화효소다. 우리가 사용하는 칼처럼 계속해서 녹말 끝을 잘라서 엿당을 만든다. 그러니 밥이 잘게 씹혀질수록 오래 씹을수록 더욱 달작 지근해진다.-
할머니의 말이 끝나자 여명이와 유정이가 서로 얼굴을 마주하면서
-침에는 녹말을 엿당으로 만드는 소화효소가 있다.-
-침 속의 아밀라아제가 밥을 달작지근하게 만든다.-
-얼른 먹자. 떡국이 다 퍼졌다.-
-소화가 더 잘 되겠네요.-
-유정아! 이건 떡풀 같다.
-맞아 맞아!-
세 사람은 오랜 이야기로 퍼져버린 떡국을 그래도 맛있게 먹는다.
林 光子 2009. 0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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