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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이야기

배추가 하얀 이불 덮고 자요

by 임광자 2008. 12. 6.

배추가 하얀 이불 덮고 자요

 



속을 덜 채웠다는 이유로

나는 김장배추를 지금도

화분 속에서 키우고 있다.


통배추에 비해서

화분 속의 흙은 너무 적어서

푹푹 자랄 수가 없는 배추는


그래도 살아있음에 좋아서

안간 힘을 쏟으며

날마다 속을 채워서 통통해지고 있다.


햇볕 쨍쨍하고

북풍 막아주는 벽이 있어

아늑한 품속에서처럼


밤이면 자고 낮이면

생필품을 넉넉히 만들어

주인을 위하여 속잎에 저장을 한다.


비가 오면 질소비료를 받아

요소비료를 받은 것처럼

단백질을 많이 만들어 살찌운다.


어제는 눈이 펑펑 와서

낮에도 눈 이불 덮고 잠만 잤다.

아~ 포근하고 아늑해.


오늘은 대낮인데도

햇볕이 쨍쨍 내려 쪼이는데도

눈 이불이 꼼짝도 하지 않아


그냥 잠만 잔다.

눈이 녹아 물이 되어

내 몸에 스며들면


나는 다시 부지런히

속살을 만들어 내어

우리 주인 김장하게 할 거다.

 

 

林光子 2008년 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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