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1. 숨은 왜 쉬어요?
9월 중순이다. 한낮의 더위는 수그러들 줄 모르다가도 해가 보이지 않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바람이 찾아와 낮 동안에 멍텅하던 머릿속이 상쾌하다.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오다 말다 하면서 더위가 한풀 꺾여 낮에도 선선하다.
할머니는 뛰뛰와 빵빵이가 올 시간이 되어가자 수제비를 해 줄 생각을 하고 가위를 들고 텃밭으로 가서 부추를 한 주먹 쥐고서 밑동을 자른다. 부엌으로 와서 싱크대에서 씻은 후에 믹서에 갈아 나오는 녹색 부추 물로 밀가루 반죽을 하니 연두색이 되어 예쁘다. 오랫동안 치대서 비닐 주머니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다. 다시마를 가늘게 가위질을 하고 양파와 감자를 씻어 납작납작 썰어 놓는다. 그리고 냉동실에서 바지락을 삶아 쉽게 녹으라고 납작하게 담아 놓은 비닐 팩 하나를 꺼내서 넓은 싱크대 속 한쪽에 놓는다. 할머니네 싱크대는 크고 하수구 통도 크다. 그래서 도마질을 싱크대 속에서 한다.
친손자인 뛰뛰와 외손녀인 빵빵이 올 때까지 인터넷을 즐긴다. 한참 블로그질을 하고 있는데
-할머니! 아~ 더워요.-
빵빵이 한달음에 달려와서 할머니 앞에 선다. 뒤이어 뛰뛰가 달려온다.
-할머니 숨차요.-
뛰뛰가 자기 가방은 등에 지고 빵빵이 가방을 들고 있다.
-왜 빵빵이 가방까지 들고 오니?-
-제가 가위바위보해서 졌거든요.-
뛰뛰가 가방을 놓고 머리를 긁적이며 씨~익 웃는다.
뛰뛰와 빵빵이 엄마는 다 학교 선생님이고 한 동네 산다. 할머니도 젊어서는 선생님이었는데 며느리와 딸이 한해에 뛰뛰와 빵빵이를 낳자 둘은 그대로 교직에 있게 하고 자신이 퇴직을 하고 손주 둘을 길렀다.
-얼른 가서 씻어라!-
할머니가 둘에게 말하고 부엌으로 간다.
-뛰뛰야! 먼저 씻어라!-
빵빵이가 뛰뛰에게 양보를 하고 부엌으로 가서 한쪽에 붙여 놓은 바퀴 달린 둥근 식탁을 당긴다.
-할머니 오늘은 무어에요?-
-부추 수제비다.-
-뱃속 따뜻하라고요. 저 요즘에는 찬 것 잘 안 먹어요.-
-그래도 부추는 몸에 좋으니 먹어 두어라.-
-할머니가 해 주시는 것은 다 몸에 좋다면서요.-
-녀석두. 싫으냐?-
-아니요. 이제는 할머니가 해 주시는 음식이 제일 맛있어요.-
뛰뛰가 씻고 나오니 빵빵이가 욕실로 들어간다. 뛰뛰가 부엌으로 간다.
-할머니! 오늘 생물 숙제 있어요.-
-무언데?-
-<왜 숨 쉴까요?> 에요.-
-그거야 기운을 만들려고 숨 쉬지.-
-밥 먹어야 기운 난다고 하셨잖아요?-
-맞아 밥 먹어야 기운 나지.-
-금방 숨 쉬어야 기운 난다면서요.-
-기운은 말이야 밥 먹고 숨 쉬어야 만들어져.-
-배고프면 기운 없는 것은 아는데 숨 쉬어야 기운 나는 것은 잘 모르겠어요.-
-자 일로와 보렴. 지금 수제비 국물을 끓이고 있지. 여기서 가스불은 연료이고 가스 불을 타게 해 주는 것은 산소란다.-
-산소는 공기 중에 있지요?-
-맞아 그래서 할머니는 가스 불을 키기 전에는 꼭 부엌 창문을 열지. 그건 산소가 많은 공기가 들어오라고 그런단다.-
-가스불이 연료인 것은 아는데 밥이 연료라니요?-
-우리가 밥을 먹으면 소장에서 소화되어 포도당이 되고 포도당은 혈액에 녹아 세포에게 가서 산소에 의해서 태워져서 기운도 만들고 열도 만들어 우리는 기운나고 몸이 따뜻하단다.-
-우리 몸은 창문도 없는데 산소가 어떻게 세포에게 가요?-
-허파가 바로 우리 몸의 창문이란다.-
-가슴 속에 있는 허파요?-
-맞아.-
-그럼 어떻게 허파 속으로 공기가 들어가요?-
-코를 통해서 들어가지.-
-맞다 코로 숨 쉬지.-
-코로 들어 간 공기는 기관을 거쳐 허파로 간단다.-
-허파로 가서는 요?-
-허파는 혈액 속에 산소를 넣어주는 장치가 있단다.-
-무슨 장치요?-
-허파속은 속 없이 껍질만 있는 포도송이로 꽉 차 있어.-
-속빈 포도송이?-
-그 속빈 포도송이를 허파꽈리라고 부르지.-
-허파꽈리!-
-그 속빈 포도송이 껍질에는 거미줄 같은 혈관이 그물처럼 뻗었단다.-
-속빈 포도송이 겉에 그물 같은 혈관이 뻗었어요?-
-우리가 산소가 많은 공기를 들여마시면 포도송이 속으로 들어가서 혈관 속의 혈액 속으로 산소가 들어간다.-
-공기를 들여 마시면 들숨.-
-맞아. 허파 속의 공기를 내 뿜으면 날숨.-
-들숨 날숨을 호흡이라고 부르고요.-
-맞아. 공기가 들어가고 나와서 교환되는 것을 호흡이라 하고.-
-그런데요. 숨을 들이 마시기만 하지 내 뿜어요?-
-산소가 연료를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나오는데 그걸 버리기 위해서란다.-
-그럼 지금 가스 불이 타면서 산소가 사용되고 이산화탄소가 나와요?-
-그래서 창문을 열어 놓으면 산소가 많은 공기가 들어오고 이산화탄소가 많은 공기가 나간단다.-
-그럼 숨을 들이쉬면 산소가 많은 공기가 허파로 들어가고 숨을 내쉬면 이산화탄소가 많은 공기가 허파에서 나와요.-
-우리 뛰뛰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아요.-
할머니가 뚝뚝 떼어 넣은 수제비가 냄비 바닥에서 위로 떠올라 온 것을 보고 잠간 있다 가스불은 끄고는 뛰뛰를 꼭 껴안아 준다.
뛰뛰가 식탁을 거실 앞으로 밀고 온다. 빵빵이가 욕실에서 나온다.
-너는 왜 그리 오래 씻니?-
-너무 더워서 물속에 있다 나왔지.-
세 사람이 식탁에 둘러앉는다. 마당 한편에 서있는 대추나무의 빨갛게 익은 대추들이 세 사람을 보고 웃는다.
-할머니! 뛰뛰와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했어요?-
-오늘 생물 숙제를 풀었어.-
뛰뛰가 빵빵이를 보고 으시대는 표정으로 말한다.
-무슨 숙제?-
-숨은 왜 쉬는가?
-숨을 왜 쉬는데?-
-기운 만들려고.-
-그런거 잘 알려면 <인체여행 테마파크>에 가면 되는데요. 할머니!-
-다음 일요일에 거기 가서 공부하자.-
-다녀온 아이들 말이 그곳가면 디게 재미있데요.-
-야호!-
뛰뛰와 빵빵이 마루에서 데굴데굴 구른다.
林光子 2008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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