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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옛 친구와 추억을 씹다

by 임광자 2008. 8. 21.

옛 친구와 추억을 씹다


오늘 옛 친구가 찾아와

옛 이야기 나누며

옛 정을 되살려

42년 세월을

도려내 버렸다.


아마 

길가다가

그녀를 만났다면

나는 분명히

알아보지 못했을 거다.


세월이 

옛날 그녀의 얼굴을

해부기도 없이

성형해 버렸다.


둘이서 옛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 동안

우린 얼굴은 변했어도

추억의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나는 고창읍에 살고

그녀는 고수면의 한 마을에 살았다.

걸어서 십리 길을 가면

그녀가 사는

논두렁 밭두렁에 쌓여있는

초가마을이 나타났다.


건너 마을 처녀까지

친구의 친구가 왔다고

찾아와서 한 친구의 집에 모여서

노래하고 재잘거리며

문학을 이야기 하며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오색 새끼줄을 꼬듯이

이야기를 엮어서는

마음에 걸고는

새벽녘에 헤어져 집으로.


하룻밤을 

즐겁게 놀았던 그 친구들

얼굴도 목소리도

다 잊었지만

그래도 추억 속에 새겨진

이름 모를 희미한 친구들

지금은 무얼 하고 살까?

어디로들 시집을 갔을까?


林光子 2008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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