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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짓기

이동식 별채에 달 바퀴와스크류.

by 임광자 2008. 2. 29.

 

이동식 별채에 달 바퀴와스크류

 

어제 밤새껏 옆지기와 나는 독일제 전기톱을 조립하려다 포기하였다. 한국말은 한마디도 없고 독일어만 빽빽하게 쓰여 있는 데다 그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조립법이 영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아침에 백두기기로 전화를 하면서 사정을 이야기 하니 가게로 가지고 와서 조립해서 가져가란다. 짐을 가지고 버스를 타려면 손님이 적은 한낮이 좋다.

오전 11시가 넘어서 캐리어에 전기톱을 싣고서 정릉시장까지 걸었다. 거기서 143번 버스를 타고 세운상가 앞에서 내려서 건넜다. 세운상가 옆 골목을 통과하여 청계천 3가를 향해 올라가서는 백두기기 앞에 딱 멈춘다.

 

 

사장님 나오셔서 나를 보더니 웃는다. 손님 한분이 잔뜩 사가지고 간다. 내가 가지고 간 전기톱을 가방에서 꺼내면서

 

"알아 보았더니 이 기계가 신형이랍니다. 나도 잘 몰라서 다른 사람을 불러 조립을 해야겠습니다."

"아저씨! 오늘은 커피를 마셔야 바퀴까지 사서 가지고 가겠습니다."

"그래요. 나도 커피를 타 놓고 손님이 와서 마시지 못했는데 안으로 들어가서 마셔요."

"저는 바퀴 단골집에 가 보아서 거기가 더 싸면 거기서 사고 비싸면 아저씨가 소개해 주는 집으로 가지요."

"여기 옆집에서 사지 않고요?"

"단골 가게가 싸면 거시서 사겠습니다."

"전기톱은 내가 기술자 오면 완벽하게 조립해 놓을 게요."

 

조금 있으니 아주 젊은 기사가 오셔서는 전기톱을 보더니 자기 가게에 가서 조립해 오겠단다. 연장을 가지고 오지 않았단다."

전기톱을 자기네 가게로 가지고 간다.나는 커피를 다 마시고 단골 바퀴가게로 가방을 끌고 출발!

 

내가 사용하는 물건에는 바퀴를 달 수 있으면 달아 쉽게 이동시키기 때문에 청계천에는 바퀴단골 가게가 있다. 아래는 나의 바퀴 단골가게다.

 

 

 

 

물병은 0.5리터짜리다. 백두기기에서 소개해준 바퀴가게에서는 브레이크 조절기가 없는 것이 15,000원이었는데 여기서는 조절기가 없는 것은 12,000원이고 있는 것이 15,000원이란다. 그래서 여기서 바퀴를 샀다.

 오른쪽에 손잡이처럼 붙은 것이 브레이크 조절기다. 지금은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왼편에 6이라는 숫자가 있고 오른편에 150 X 45 라는 숫자가 있다. 아마도 크기에 대한 기호 같다.

 

 

이제 바퀴를 고정시킬 스크류를 사기 위해서 볼트 가게로 가야한다. 쇠붙이에 붙일 때는 볼트를 사용해야 하지만 나는 나무에 붙여야 하니 볼트를 사용할 수가 없다. 볼트가게도 단골집이 있다. 수년전 지하계단을 만들면서 볼트고 나사못을 무지하게 많이 사갔다. 단골가게 앞이다.

 

바퀴를 꺼내 보여주며 나무에 박을 거라고 하니 맞는 크기의 스크류를 꺼내 준다. 16개가 필요하다고 하니 다음과 같이 준다. 볼트와 스크류는 다르다. 볼트는 끝이 뽀쪽하지 않다. 그리고 뭉툭한 끝에 나사링을 끼워 돌려서 조인다.

 

 

16개에 1000원이다. 확실히 도매집은 싸다.

 

 

바퀴와 스크류를 사서 가방에 집어 넣고 다시 백두기기 앞으로 왔다. 아저씨가 이미 조립된 전기톱을 보여준다. 전기톱을 마저 가방 속에 넣고는 끈으로 묶었다. 그리고서 가방을 들어보니 가뿐하다. 조금전에 마신커피가 효력을 발휘하나 보다. 나는 이렇게 힘을 많이 써야 할 때 커피를 마신다. 그럼 수퍼(?)우먼으로 변신을 한다. 무거운 것도 가쁜하게 들고 힘든 일을 해도 피로를 모른다. 그런데 24시간 후 내일이 되면 보통날 보다 더 피로하다. 카페인이라는 외부물질이 들어가서 나를 다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내 몸이 알아서 자기 페이스로 움직이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카페인의 힘을 빌려서 알콜의 힘을 빌려서 나를 움직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 전기톱을 케이스에서 꺼내 계단에 놓고 사진을 찍었다.

 

 톱날에 덮게가 씌워졌다.

 

 덮게가 벗겨진 톱날. 체인식으로 되었다.

 

아저씨와 헤어지면서

 

"아저씨! 저는 전생에 남자였나 보아요. 왜 이렇게 기계들을 보면 궁금한 것이 많아지고 사용해 보고 싶지요. 아니면 여자 기술자였나 보아요."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으신다. 문득 내가 사학을 전공하려다 운명의 여신이 생물학을 전공하도록 이끌어 주었던 생각이 난다. 역시 내 운명은 이과야! 그러면서도 잊을 수 없는 사학자의 꿈을 꾸고 있어서 문과도 버릴 수는 없어서 글을 쓰고 있나 보다.  

 

 

林光子 2008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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