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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짓기

50년 전에 붙여 놓은 껌이 그대로......

by 임광자 2008. 3. 6.
 

50년 전에 붙여 놓은 껌이 그대로......


창고 깊숙한 구석에서 꺼낸 우리 가족의 밥상은 먼지가 너무 쌓여 찌들어서 수세미에 퐁퐁을 묻혀서 앞면을 닦고 네다리를 닦고 뒤집어서 뒤판을 쓱쓱 닦다가 이상한 흔적을 발견하고는 자세히 보니 아뿔싸! 이게 뭐람! 어릴 적에 붙여놓은 껌이지 않는가??????????? 내가 어렸을 적에는 미군부대에서 나온 껌이 있었는데 아무리 오래 씹어도 그대로고 씹다가 아무데나 붙여 놓았다가 떼어서는 다시 씹었었다. 그 때 껌을 계속 씹다가 밥 먹을 때야 입에서 꺼내서 밥상의 뒤판에 붙이고는 밥을 먹고는 다시 떼어 씹었다. 그러다가 아주 잊어버리고는 마저 떼지 못한 껌이 지금껏 그대로 붙어있다. 바로 아래 남동생과 내가 대학을 서울로 가는 바람에 가족 수가 줄어들어서 이 넓은 밥상 대신 보다 작은 둥근 상이 밥상으로 사용되었다. 참 아버지는 항상 작은 사각 밥상에 독상으로 차려 들였다. 아버지와 함께 식사를 하면 이야기도 함부로 못하고 반찬도 함부로 집어 먹기 힘들고 하여튼 여러 가지로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어느 해 부터인가 우린 아버지를 독상으로 차려 들였다. 그래서 지금 닦고 있는 밥상은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엄니가 창고에 그대로 둔 것은 상에는 나와 동생들이 어렸을 적에 낙서한 글씨도 있어서 함부로 버리지 못하고 그냥 두신 것이다.


퐁퐁물을 한번 먹고 난 상은 아직도 리스칠이 남아서 보기가 괜찮았다. 땟물이 빠진 상을 햇볕에 말려서는 다리 끝을 보니 중간 보다 훨씬 좁아져서 바퀴를 달기에는 좁아서 끝을 톱질을 하여 잘라내고 바퀴를 달았다. 바퀴 색깔에는 검정색과 빨강색이 있는데 나는 당연히 빨강색을 좋아한다. 빨강색이 없을 때는 할 수 없이 검정색을 산다.


투박하고 볼품은 없지만 나와 동생들의 추억이 깃든 밥상을 노트북 받침 상으로 사용하니 왠지 마음이 흐뭇하고 포근하다.

 

창고에서 꺼낸 추억의 밥상 앞면

 

 껌이 다닥 다닥 붙어 있는 밥상의 뒷면

 

 다리 끝이 너무 좁아서 약간 잘라내다.

 

 잘라낸 곳에 바퀴를 달다.

 

 

 노트북 받침상으로 완성.

나는 왜 이렇게 바퀴를 좋아하는지....그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

 

굴러!

굴러!

잘 굴러!

인생도 잘 굴러 가려므나

꿈을 쫓아서

바퀴 달고 달려가려므나

거침없이 굴러 굴러

꿈을 찾아서 달려가려므나.

 

 

 

 

50년이 넘은 껌딱지는 떼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더러운데 왜 그냥 두느냐고 묻지를 마라!

나는야!

더러운 것 보다도

추억이 더 소중하다.



林 光子 200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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