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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짓기

밤중이면 찾아오는 그는 누굴까?

by 임광자 2008. 2. 23.
 

밤중이면 찾아오는 그는 누굴까?



지붕을 슬라브로 고쳐서 옥상엔 장독대를 하고 그 아래를 내가 살림집으로 사용하려던 위채에 대해서 여러 사람과 상담을 한 결과 건물이 너무 낡고 부실해서 슬라브를 올릴 수 없다고들 말한다. 더군다나 그 위에 장독대를 할 수 없단다. 그래서 그냥 본체와 함께 헐어서 짓기로 하였다. 나는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보고 싶은데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차라도 끓여 주고 싶은데 어디서 머물까 곰곰 생각을 하였다.


골똘히 생각을 하니 한 생각이 희~익 머릿속에 번쩍하고 떠오른다. 그래 맞다!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하여야겠다. 집을 지을 동안 그 속에서 살다가 집이 다 지어지면 옥상으로 올리면 좋겠다.



공사를 빨리 시작하고 싶은데 아직도 머물고 있는 세입자를 어떻게 처리할까. 우리 쪽으로 통하는 문은 커다란 자물통을 채우고 들판으로 난 쪽문으로 출입을 한다. 그 여자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동네 마실을 갔다. 옛날에 우리 집에 세 들어 살다가 앞집을 사서 이사를 간 재봉틀 수리점 아줌마를 만나서 세입자에 대해서 물으니 며칠 전에 짐을 한차 실어 나르는 것을 보고


“이사가?” 물었단다.

“그냥 살아요,”대답 하더란다.

“그런데 왜 아직 마저 가지 않고 있을까요?”

“글쎄. 본체부터 허물고 목제를 골라봐.”


하고는 혼자 씨~익 이상하게 웃는다. 무언가 있나 보다. 궁금했지만 꾹 다문 입이 열릴 것 같지 않아서 그냥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맞아요. 그래 볼래요.”


세입자는 낮에는 없는 것 같다. 밤이면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안되겠다. 그냥 본체와 상점을 헐어서 목재를 고르기 시작하여야겠다. 이제 생각난다.어젯밤이었다. 한밤중에 남자의 구둣발 소리가 골목에서 나더니 그 쪽 집 쪽으로 사라진다. 밤이면 찾아오는 그는 누굴까? 밤이면 오는 남자 때문에 훌쩍 못 떠나고 있나? 잘하면 또 하나의 글 재료감이 생기겠다. 오늘밤에도 귀를 기울여야겠다.


“밤이면 찾아오는 그는 누굴까? 구둣발 소리가 힘차던데. 혹시?”


미싱집 아줌마의 웃음이 갑자기 생각난다.


林光子  200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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