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소설: 너는 화이트칼라고 나는 블루칼라란 말이냐!!!!!!!!!!
우리 집 뒤꼍에는 집의 벽에서 2M 떨어진 곳에 옹벽이 담벼락처럼 올라가 있고 그 위는 옛날에는 밭이 있었으나 지금은 길이다. 옛날 밭이었을 적이다. 하루는 부엌문을 열고 계단에 앉아서 옛 추억을 떠올리고는 그곳에 부엌의 수도에서 수도관을 달아내고 수도꼭지를 달고 고무호스를 연결해 놓았다. 그리고 땅을 파고 하수관을 찾았다. 신문지를 달달 말아서 아래 끝에 불을 붙여 하수관 위쪽 한곳에 대고 있으니 하수관의 PVC가 녹는다. 열기가 식기 전에 얼른 가위로 뜨거운 PVC의 일부를 잘라내고 구멍을 낸다. 철물점에서 그 구멍에 맞는 크기의 PVC관을 사다가 하수관에 새로 낸 구멍에 꽂고는 연결 부위를 실리콘으로 막고는 흙을 덮는다. 새로운 하수구 구멍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하수구 뚜껑을 끼운다. 시멘트와 모래와 자갈을 혼합한 후에 완결 방수액으로 버물려서 하수구 주변에 바른다. 그리고 가장 자리에는 블로크을 사방으로 놓는다. 블로크의 구멍에는 신문지를 구겨서 넣고는 그 위에 방수액으로 버물린 시멘트를 바른다. 물 대신 방수액을 쓰면 갈라지지 않는다. 이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 혼자 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 집 뒤꼍에는 수도간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빨래도 하고 큰 그릇이나 김칫거리나 생선을 씻을 적에 좋았다. 나는 그곳에 물을 받을 적에는 구멍을 막아버리는 뚜껑을 끼웠다. 빨래를 거기에 넣고 수돗물을 받아서 가루비누를 풀고 불린 후에 맨발로 들어가서 자근자근 밟은 후에 바닥의 하수구 뚜껑을 열면 그냥 구정물이 빠져버리면 하수구 뚜껑을 덮고 수돗물을 틀어 놓고 자근자근 밟은 후에 하수구 뚜껑을 열고를 서너 번 하면 빨래가 깨끗해지면 잠시 그대로 두면 빨래의 물기가 빠진다. 그럼 옆의 빨랫줄에 짜지도 않고 그대로 널었다. 손질만 잘하면 다림질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설거지도 거기서 했다.
세월이 흐르자 옹벽 위의 밭은 길이 되고 길 건너편에는 집이 지어졌다. 이곳이 아주 옛날에는 오르막으로 된 호박밭이었단다. 그래서 집들이 계단식처럼 지어진다. 옹벽 위가 길이 되니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지고 내가 아래에서 일하는 것을 사람들이 길 가면서 내려다본다. 아이들은 아예 내가 일하는 것을 재미 삼아 앉아서 구경을 한다. 부엌문을 열면 부엌이 다 보였다.
하루는 여기에 지붕을 하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선 라이트로 지붕을 하면 여러 가지로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곰곰 생각하기 시작했다.
“무얼 그렇게 생각 해?”
내가 부엌문을 열고 날마다 문턱에 걸터앉아서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본 옆지기가 묻는다.
“여기에 지붕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여기에 지붕을 어떻게 만들어. 비가 오면 길가의 물이 옹벽을 타고 내리는데...”
“내 사전에는 불가능이 없어요!”
“불가능이라니까?”
“나는 한다니까요.”
나는 계속 뒤꼍의 지붕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생각했다. 드디어 생각이 떠올랐다. 이제 재료 준비 시작이다. 철물점에 가서 블로크 30장과 시멘트 한포를 사오고 모래는 옆집에서 공사를 하고 남은 것을 마대에 담아 놓아 둔 것이 있다. 나는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생각해 가면서 조금씩 하기에 시멘트는 미리 사다 놓고 오래 두면 굳어서 한포씩만 사다 쓴다.
블로크를 세워서 옹벽을 따라 납작하게 붙여서 7장을 쌓아 올리니 높이가 2M가 넘는 기둥이 세워진다. 그렇게 옹벽 쪽에 두 개, 집 벽에 두 개 합하여 4개를 세웠다. 블로크의 양 옆은 오목하게 들어갔는데 바로 그 오목 한 것을 이용해서 양 기둥 사이에 각목을 끼울 수가 있다.
양 끝의 기둥 사이의 길이대로 목재소에 가서 각목을 잘라 왔다. 철물점에서 선 라이트를 길이대로 잘라서 사 오고 선 라이트 못을 사온다. 재료를 막 사다 놓으니 다시 그가 뒤꼍으로 나온다.
“블로크로 기둥을 세웠는데 어떻게 하려고?”
나는 그에게 맨 위의 블로크의 윗면을 보라고 말하였다. 그는 내가 가리키는 곳을 부엌문에서 본다.
“여기 파진 곳에 각목을 끼울 겁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였지.”
“나에게는 불가능이 없다고 하였잖아요.”
“정말 나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다.”
“그런데 그 위에 각목을 어떻게 올릴 건데?”
“저기 넓은 곳에서 지붕틀을 만들어 가지고 와서 위에 올리는 거예요.”
“그건 또 내가 해 주어야지 않아. 일의 시작은 그쪽에서 하지만 마무리는 항상 내가 하게 만들어.”
그가 나를 처다 본다.
“아이디어는 내가 냈으니 실행은 석천(옆지기 호)이 해요.”
“뭐라고????.”
그의 얼굴이 험악해지고 나를 노려본다.
“그러니까 너는 화이트칼라(사무직)고 나는 블루칼라(노무직)란 말이냐?”
“사실이잖아요.”
“이번에는 안도와 줄 거야. 혼자 다해봐!”
힁하니 찬바람을 일으키며 뒤돌아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럴 때는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것이 좋다.
그날 밤 비가 왔다. 그는 술을 마신다. 가만 둔다. 한 3일을 술을 먹더니 뒤꼍으로 나가서는 비 맞은 재료를 만진다. 나는 모른 척 한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나도 술만 먹으면 먼저 말을 건네며 부드러운 남자가 된다. 아마도 우리가 다투고 나서 내가 먼저 말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꼭 그가 술을 먹고는 먼저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가 마음을 달랠 때까지 그냥 기다린다. 그가 마음을 달래지 않았을 때는 말을 붙일 수도 없이 차다.
3일을 술을 마시며 원초적인 욕을 하며 떠들고 이틀을 부디 끼고 일어나서 나에게 조용하고 나긋나긋하게 어떻게 지붕을 할 것인가를 묻는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가만있다.
“그래 아이디어는 임선생이 내지만 일을 하면서 내 아이디어도 들어가잖아.”
그는 결혼을 한 후 몇 년간은 나더러 꼭 선생이란 호칭을 붙였다. 그러다가 친구들이 마누라한테 선생이란 호칭을 붙이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말했다. 더구나 나더러는 꼭 남편 호를 부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부를 때
“석천 선생님!”
하였다.
“호에는 ~님자를 붙이는 것 아니야. 무식하기는. 그냥 석천이라고 불러.”
“석천!”
하고 내가 부르자 그는 웃어 버린다. 남편 호를 그냥 막 부른다고 다른 사람이 말하면 그는 얼른 자기가 그렇게 부르라고 하였다고 말한다.
그 다음 부터는 내가 나이가 여섯 살이나 어리다고 “너”라고 부른다. 오뉴월 하룻볕이 어딘 줄 아느냐고. 그는 우리 어머니와 같은 경주이씨에 파가 같고 항열은 바로 아래여서 아들뻘이다. 나에게는 오빠뻘이고. 그래서 그냥 둔다. 그가 술 먹고 떠들면 나도 그를 “너”라고 불러 버린다. 우린 여보 당신 소리는 못한다. 자기야! 소리도 못한다.
그는 기둥과 기둥 사이의 길이를 재고 각목을 자르고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지를 나에게 설명을 한다. 그는 목측(目測)이 뛰어나다. 그리고는 하얀 종이에 전체적인 지붕의 모양을 그린다.
그와 나는 재료를 가지고 집 옆의 공터에 가서 각목을 붙여서 지붕틀을 만들고 그 위에 선 라이트를 대고 못질을 해서 완성된 지붕을 뒤꼍으로 가지고 와서 블록 기둥의 맨 위의 파진 오목한 곳에 각목이 들어가도록 끼운 후에 나는 방수 시멘트를 만들어 각목과 블로크 사이를 채워서 고정을 시킨다.
지붕 완성! 비가 오고 눈이 와도 참 좋다. 길가는 사람이 볼 수 없어 좋다. 그렇게 만들어진 지붕은 근 10년을 맛나게 사용하였는데 10년전 길가는 사람이 담뱃불을 던지고 작은 불이 나서 연기가 피어올라 불을 끄고는 혼자서 다 걷어냈다.
지금 뒤꼍은 옹벽 위에 개나리를 심어서 길가는 사람이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없고 조카가 키우는 애견 민트의 놀이터가 되었다.
나는 컴의 워드에 글 쓰고 블로그에 올리는 재미에 푹 빠져 뒤꼍으로 가지도 않는다.
林光子 20080202
'생생연 출판사 > 단숨소설(짧은 콩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슬링 전희를 하면 살이 푹 빠진다 (0) | 2008.02.17 |
---|---|
80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놀이터에서 사랑을~~~ (0) | 2008.02.14 |
하늘과 자연과 우리 몸은 끊임없이 편지를 보낸다 (0) | 2008.01.26 |
걸으면 오장육부가 웃는다. (0) | 2008.01.21 |
어느 아줌마의 잡소리 (0) | 2007.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