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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출판사/단숨소설(짧은 콩트)

걸으면 오장육부가 웃는다.

by 임광자 2008. 1. 21.

 

단숨 소설: 걸으면 오장육부가 웃는다.

 

 

“엄마! 밥 먹은 게 내려가지 않나 봐요. 속이 답답해요.”

딸이 찡그린 얼굴로 배를 쓸어내리며 안방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 엄마에게 온다. 신문을 보던 엄마가 딸의 모습을 보고 걱정스럽게 말한다.

“컴을 하느라 움직이지 않으니까 소화가 안 되지.”

“숙제를 인터넷 검색창에서 찾아서 해야 하니까 컴을 하는 거예요.”

엄마는 주먹으로 딸의 등을 자근자근 두드려준다.

“엄마! 조금 나은 것 같아요. 조금 더 세게 때려 주세요.”

 

엄마가 주먹을 불끈 쥐고 탁탁 등줄기를 따라 두드린다. 딸이 등을 쭈욱 펴고선 팔꿈치와 같은 높이로 아래팔을 올리고 양팔을 뒤로 쫘 악 뺐다가 앞으로 했다가 한다. 딸의 가슴이 올라 젖가슴이 튀어나온다.

 

“와! 많이 시원해졌어요.”

“지금 우리 강변으로 산책 가자.”

“거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딸이 씩 웃으며 엄마를 바라본다.

“그렇긴 해. 머리를 돌려야 할 때는 사람이 적은 곳이 좋아.”

“지금 숙제를 해야 하거든.”

엄마가 궁금한 표정으로 딸을 보며 묻는다.

“주제가 무언데?”

“오장육부!”

엄마의 얼굴이 밝아진다.

“오장육부라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다.”

“어떻게?”

엄마가 일어나서 등산복으로 갈아입으며 딸에게도 등산복을 가져다준다.

“자. 가면서 이야기하자.”

딸이 얼떨결에 등산복을 걸치면서 엄마 뒤를 따라 현관문으로 나온다.

“엄마! 지금 어디 가요?”

“북한산!”

“거긴 이 시간에는, 산책하는 사람 많을 거야. 우리 북악산에 가자.”

 

딸이 북한산 가는 길로 들어서는 엄마의 팔을 잡아끌며 북악산으로 들어가는 골목으로 향한다. 배밭골에서 북악터널 쪽으로 가는 샛길 입구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곧장 가면 북한산으로 갈 수가 있고 구십 도로 꺾어져서 골목길로 들어서면 북악산으로 들어간다. 북악산에는 군부대가 있어서 낮에는 산을 오르는 사람이 적어서 생각하기에 좋다.

 

“엄마! 오장육부에 대해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해?”

“걸으면 오장육부가 웃는다.”로 제목을 정하고 “

딸의 얼굴이 밝아지고 미소가 잔잔하게 피어오른다.

“좋아요. 아마 아무도 그런 제목은 붙이지 못할 거예요.”

“지금 걸으면서 네가 몸으로 느끼는 것을 그대로 쓰면 된다.”

“괜히 어젯밤부터 인터넷 각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을 두들겼네. 엄마하고 의논을 할 걸. “

엄마가 딸을 보며 웃는다.

“나는 네가 오장육부에 대해서 검색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 오장육부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알려 주지 고생하게 만들어요.”

딸이 엄마의 팔을 잡고 흔든다.

“네가 스스로 알아내야 네 공부가 되니까 모른 척한 것뿐이다.”

“맞아요. 힘들게 찾은 것은 그만큼 머릿속에 더 잘 들어가더라고요.”

“그런데 무슨 과목인데 오장육부에 대한 숙제를 내니? “

“생물 숙제. 내장기관을 배우는데 한 친구가 <그거 오장육부인데요.>라고 질문을 하였거든. 선생님이 그 이야기를 듣자 그걸로 숙제를 낸 거예요.”

“선생님이 젊으시니?”

“새로 오신 아주 젊은 총각 선생님이셔.”

 

이제 사춘기에 들어 선 딸의 얼굴이 화사해진다. 여학생 시절에는 총각 선생님을 다들 좋아한다. 젊은 선생님은 오장육부에 대해서 잘 모를 거다. 그래서 재치 있게 머리를 회전시켜서 질문을 숙제로 낸 것이다. 아마도 그 선생님은 밤새껏 오장육부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을 거다. 그렇게 기초를 쌓은 후에 학생들이 리포트를 내면 거기서 확실하게 오장육부에 대한 틀을 만들어 대뇌에 입력할 거다. 그다음에는 내장기관을 가르칠 때 오장육부에 대한 설명도 할 거다. 엄마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딸에게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딸이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줄어들지 모르니까.

 

둘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벌써 북악산 자락에 올라 운동기구들이 가장자리에 설치되고 가운데는 배드민턴 대가 설치된 곳까지 올라왔다. 둘은 몸통 돌리기 기기 위에 올라 마주 보며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하다가 몸통을 돌린다. 몸통 돌리다가 쉬고서 다시 이야기를 한다.

 

“너 그 선생님 좋니?”

“우리 학교에서 인기 최고야.”

딸의 볼이 붉게 물든다.

“걸으니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오니? “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트림이 나오고 방귀가 나오고 가래가 나왔어요.”

“답답한 것은?”

“트림하고 방귀를 뀌었더니 답답한 것이 없어졌어요.”

“가래가 나왔다며?”

“가슴도 답답했는데 가래가 나오고 나니 가슴도 편안해졌어요.”

“걸으니 어떠니?”

“소화가 잘되고, 호흡이 편안해지고 다리가 가뿐해져요.”

“내가 걸으면 허벅지가 움직이면서 어디가 움직여지는 것 같니?”
“엉덩이요.”

“엉덩이가 움직이면서 요도와 항문을 여닫이 하는 괄약근도 움직인다.”

“그럼 변비도 치료되겠네요. 오래 앉아 있으면 항문이 잘 열리지 않는데요.”

“맞아! 그래서 걸으면 항문과 요도 입구 괄약근이 수축과 이완을 잘해서 항문이 크게 열려서 변비도 치료된다.”

“어른들은 요실금도 없어진대. 내 친구 엄마는 갱년기가 되어서 오줌을 찔끔찔끔 팬티에 적셨데 그래서 등산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나았대.”

 

 

둘은 몸통 돌리기에서 내려와 다시 오르막길을 걸어가서 배드민턴장에 도착하여 한 바퀴 돌고는 내려와서 옆길로 난 내리막길을 걸어서 코끼리 약수터로 간다. 약수를 한잔씩 마시고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를 한다.

 

“힘드니?”

“처음 걷기 시작할 때는 다리가 팍팍했는데 지금은 편해.”

“혈액순환이 잘되고 있는 거야. 숨 쉬기는?”

“숨도 편안해졌어.”

“땀은 나니?”

“온몸이 지금 촉촉한 느낌이야.”

“땀이 나기 때문에 오줌이 마렵지 않은 거야.”

“그러네. “

 

둘은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오는 길은 내리막길이라서 아주 편하고 시간도 덜 걸린다. 집으로 돌아와서 딸은 엄마를 등 뒤에서 끌어안고는 고개를 엄마 옆 목에 대고는 입맞춤을 한다.

 

“엄마! 몸이 아주 가뿐해. 땀을 많이 흘렸는데도 오줌이 엄청 나왔어요.”

“네가 걸으면서 오장육부를 많이 웃게 했구나.”

“오장육부가 웃어요? “

“숨쉬기가 좋아졌다는 것은 허파가 좋아졌다는 거고.”

“가래도 나오고.”

“가래는 기관지에서 만드니 기관지가 깨끗해졌다는 뜻이고.”

“다리가 가뿐해진 것은?”

“혈액순환이 잘 되었다는 것이고.”

“혈액순환이 잘되었다는 것은?”

“심장이 활발해졌다는 거고.”

“오줌이 많아졌다는 것은?”

“신장이 활발하게 움직였다는 거고.”

“기운이 팔팔했다는 것은?”

“산에는 공기가 맑아서 산소공급이 많았다는 거고.”

“산소가 무얼 하는데요?”

“당을 태워 에너지를 만들지.”

“당이요?”

“우리가 먹은 밥이 소장에서 포도당으로 되어 간으로 가서

글리코겐으로 저장되었다가 공복 시에 혈액 속에 당으로 풀려 나와

세포로 가면 산소가 태워서 기운을 만들어. “

“누가 글리코겐을 당으로 만들어 혈액에 내보내?”

“간에서 인슐린이 글리코겐에서 포도당을 하나씩 뚝뚝 떼어서는

혈액에 녹여 보내. “

“그럼 간이 활발하게 일을 했네.”

“그렇지.”

“더부룩한 배가 편안해졌다는 것은 소화관이 움직였다는 거네.”

“맞다. 소화관의 위와 소장과 대장과 쓸개는 육부에 해당한다.”

“육부니까 여섯 개야 하는데 나머지 둘은?”

“방광(오줌보)과 삼초다?

“삼초?”

“뭐 한의사들이 우리 몸속을 들여다보는 세 개의 창문이란다. “

“그럼 오장은 무엇인데?”
“허파(폐장), 심장, 간(간장), 비장(지라), 신장이다.”

“정말 걸으니 오장육부가 다 움직였네.”

“팔다리도 움직였다 고개도.”

“걷는 것은 전신운동이네.”

“그래서 걸으면 오장육부가 웃는다고 하였지.”

“정말 웃었네. 으하하하하~~~~~~~~~”

“엄마! 이제 나 리포트 혼자 쓸 수 있어.”

 

딸은 씻고 방으로 들어가서 컴의 워드를 두드린다.

 

林光子 20080121

 

★블로그는 좋은 습작 노트이다. 앞으로 올린 글을 좋은 글로 만들기 위해 떠오르는 생각 따라 수시로 수정하고 보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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