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 소설 49: 가을엔 사랑을 엮으리라
<사랑>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대 생각에
전율하는 이 몸
불타오르는 가슴
풀어헤치고
보여 주고 싶은데
해가지고 달이 떠도
오지 않는 그대
기다리다 지쳐가는가 싶더니.
보름달이 중천에 오르니 음기가 달아올라
한 꺼풀 두 꺼풀 옷들이 벗겨져 나가고
님이 올 때는 알몸으로 뛰쳐나가네!
<달은 사랑의 징검다리>
해는 같은 모습으로 다시 떠오르는데
별들도 밤마다 그 모습으로 반짝이는데
달만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와 속삭여요.
님에게 전달할 말 있거들랑
자기에게 말하라고
자기는 세상 어디든 다 볼 수 있다고
나의 님 만나면 내 소식 꿈길로 전해 준다고.
창문으로 보름달이 웃으며 다가와
오늘 밤 꿈속에서 님을 만날 거라고 해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잠들었지
꿈속에서 님을 만나 회포를 풀었네.
<봄 여름 가을 겨울과 햇빛>
봄엔
화창한 봄빛으로
꽃피고 열매 맺고
여름엔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빛으로
열매 키워내고
가을엔
스산한 가녀린 햇빛으로
무르익은 열매가 주렁주렁.
겨울엔
추위를 비켜 세우는 햇빛이
빠른 걸음으로 하늘을 가로지른다.
나는 단풍 길을 걸으며 바삭바삭 밟히는 낙엽을 사랑에 취한 내 모습으로 생각을 하며 걷는다. 나도 낙엽처럼 사랑의 발길로 밟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우리가 사랑을 하며 받으며 일생을 꾸려가다가 죽어서 한 줌 흙으로 돌아가듯이 땅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낙엽은 하루속히 흙으로 돌아가고 싶으리라. 자연으로 돌아가면 모두가 흙이 되는 것을 살아생전 아낌없는 사랑을 하고 떠나리라!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 달은 오늘 밤도 나의 벗이 되어준다. 내가 속삭이는 모든 말을 다 들어준다. 아무리 밤새워 소곤거려도 질린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그냥 언제나 맑음 웃음으로 들어만 준다. 그리고 해답은 꿈길로 와서 실행시켜준다.
가을빛은 왜 이리도 스산한가? 점점 남쪽으로 발걸음 옮기는 해가 햇빛이라도 조금 떨어뜨려 주고 간다면 한낮이 쨍쨍거릴 텐데. 그래도 아주 가는 해가 아니라서 남회귀선을 돌면 다시 점점 우리에게 돌아오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우린 긴긴 겨울을 깊고 깊은 어둠 속에서 님과 함께 지새울 수가 있겠지. 추운 겨울엔 낮이 짧고 밤이 긴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해는 그냥 제자리에서 돌뿐인데 지구가 23도 반 기울어져서 태양을 보며 돌기에 지구에게 햇빛이 비치는 곳이 달라져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만들어진다. 해가 우리에게 사계절을 갖다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땅 덩어리 지구가 해를 보는 각도가 달라서 사계절이 오는 거다. 지구가 삐딱하게 해를 본다 해도 해는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사이를 오르내리니 적도는 항상 뜨겁고 해가 북회귀선에 가까이 오면 우린 여름을 맞고 남회귀선에 가까이 가면 우린 겨울을 맞는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생의 마감이고 미래의 꿈을 품고 있는 씨앗들이 잠자는 시기이기도 하다. 작은 씨앗이라도 그 속에는 미래의 청사진이 DNA로 짜여 있다. DNA란 각 종(種)들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물질이다. 개나 사람이 다른 것, 사람마다 다른 것은 모두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물질이 달라서다. 생(生)의 모든 것은 생물마다 다른 DNA로 짜인다. 각자의 DNA의 짜임이 다르듯이 우리들 각자가 펼치는 사랑의 청사진도 다 다르리라. 이 DNA가 각각 어버이에게서 하나씩 물려받은 유전암호가 새겨진 두 줄이 새끼줄처럼 꼬여져 만들어져 이중나선을 이룬다. DNA가 이중나선인 것은 바로 삶이란 음양의 조화 속에서 펼쳐진다는 암시이다. 그러니 우리네 인생사에서 남녀가 음양의 대표자이거늘 남녀의 사랑이 으뜸이지 않겠는가? 모두 이 가을엔 사랑의 나래를 펼치고 열매를 수확하도록~~~~~~~
林光子 200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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