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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출판사/단숨소설(짧은 콩트)

단숨소설50: “별 미친놈 다 보았네!”

by 임광자 2007. 11. 3.

 

 

 

단숨 소설 50: “별 미친놈 다 보았네!”

 

 

오늘 북한산에 오후 늦게 올랐다. 예전처럼 국민대 쪽 북한산 국립공원 진입로로 들어가서 조금 걷다가 왼편의 산등성이로 난 길로 오른다. 야트막한 산등성 위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서 스트레칭도 한다. 스트레칭을 힘차게 하면 뱃살 근육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진다. 오웃! 이제 보니 이대로 스트레칭을 힘차게 하면 뱃살 지방이 빠지고 읏사! 괄약근 운동이 되어 아주 좋겠네! 와! 이걸 이제야 깨닫다니! 둔하기도 하여라. 오솔길을 오르고 올라도 개미 새끼 한 마리보이지 않더니 북악터널 위로 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 이르니 젊은 청춘들이 떼 지어 오른다. 그들이 하는 말을 가만가만 들으니 은행에서 토요일이라 산행을 나왔나 보다. 나이를 층층으로 나타내는 얼굴들이 차례로 오른다. 조금 오르니 어느 대학의 과에서 미팅을 하러 온 모양이다. 돗자리가 배낭을 비집고 얼굴을 내민다. 산행을 하면서 야영을 할 모양이다. 오늘 밤 젊음의 불꽃이 튀겠구나. 여느 날처럼 나는 생각하는 내 바위에 올라 속진 세상을 바라보며 한 생각을 하다가 그대로 형제봉 올라가는 길을 지나 대흥사로 가서 물병에 물을 넣고 오던 길과는 반대로 길을 잡아 대로로 빠지는 길로 접어들기 위해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지팡이를 짚고 내려온다. 등산화가 닳아져서 미끄러질까 보아서다. 새 등산화를 장만한 후에 형제봉에 올라야지. 아직은 아니야. 형제봉에 올라 소나무 터널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소나무 향을 진하게 맡으려면 다른 나무들의 잎이 져야지 그 향이 더욱 짙게 내 코를 자극하겠지. 낙엽이 더 진 뒤에 올라갈 것이다.

왕녕사 옆으로 지나는데 개구멍으로 젊은 부부가 나온다.

 

“왕녕사에서 나오시나요?”

“네 저기로 해서 산을 오르려고 들어갔는데 올라가는 길이 없어 다시 내려와요.”

“왕녕사에 물을 뜨는 곳 있나요. 옛날에는 있었는데요.”

“없던 데요.”

 

손에 들고 있는 물병을 쳐들면서


“이건 집에서 가지고 오는 거지요.”

 

내가 내려온 길을 가리키면서

 

“이 길을 따라 계속 오르면 대흥사가 나오는데 장독대 옆 산 벽에 작은 스텐 문이 있어요. 그 문을 열면 석간수가 나타나요. 그 물맛이 좋으니 그 물을 떠나 드세요. 얼리면 수정처럼 맑아져요. 스님도 없어요.”

“어디 사세요?”

“배밭골 살아요.”

“저희들도 배밭골 사는데 오늘부터 산책코스를 잡으려고 올라왔어요.”

“부부가 함께 다니니 참말 보기 좋네요.”

 

공원 입구에서 뻗은 진입로가 왕녕사 앞까지 뻗는다. 왕녕사에서 차를 부리기에 절 앞이 대로다. 이쪽 북한산에서 차를 부리는 절로는 영불사가 맨 처음이다. 그 전에는 이 길이 흙길이었고 좁았다. 차도로 쓰려고 영불사에서 엄청 큰돈을 들여서 공원에 콘크리트길을 절 앞까지 낸 것이다. 길 내는 공사를 하다가 사람도 죽었다. 뭐 죽은 가족에게 돈을 많이 주어서 찍소리도 안 하더란다. 영불사 다음으로 왕녕사가 차를 부리고 아마도 다른 절에서도 차를 부릴 것이다. 평일 날에는 그 차들이 지나도 냄새가 전혀 없다. 그런데 주말에는 이상하게도 냄새를 풍기며 지난다. 연료가 다르지 않을까 싶다. 자세한 것은 나도 모른다. 내 코를 자극 하는 냄새가 평일과 주말이 다른 것 같다는 가다. 영불사는 병을 낫게 한다는 뭐 그런 것이 있어서 신도들도 많고 신도들을 공원입구에서 영불사까지 실어 나른다. 실은 나도 아주 오래전에 옆지기가 산에서 쓰러졌다는 통보를 받고 이 영불사 차를 이용한 일이 있다. 그때 옆지기는 술만 먹고 굶어서 쓰러져서 대흥사로 데리고 가서 밥상을 받아 맛있게 먹였더니 언제 그랬냐 싶게 팔팔해졌다.

 

대로로 접어들어 한참을 내려오는데

어떤 중늙은이가 길가 산 위에서 대로를 향하여 오줌줄기를 내뿜고 있다. 쏴아! 하고 전봇대 옆에서 소리가 정적을 울린다. 주위에 아무도 없이 나 혼자 걷고 있어서 그냥 모르는 척 막 내려오는데 영 기분 나쁘게 뒤에서 따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공원 입구를 지나 6차선 대로로 나와 인도를 걷는데 허여 멀끔한 녀석이 뱃때지를 실룩거리며 내 앞으로 온다. 바로 오줌을 갈기던 그놈이다.

 

“아주머니! 그 지팡이 좀 보여 주세요?”

“왜요?”

“내가 아주머니가 이상한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보았는데 신기해서요.”

“이거 명아주 지팡이인데요. 가벼워서 들고 다녀요.”

“어디 이리 좀 보아요?”

 

그냥 내가 들고 있는 지팡이를 빼앗더니 지가 탁 집고는 손잡이를 꽝 누른다. 지팡이 몸통이 휘어지려 한다.

 

“아저씨! 남의 지팡이 가지고 왜 그래요. 그렇게 세 개 누르면 부러져요!”

 

내가 그 놈이 잡고 있는 지팡이를 홱 잡아 다녀 빼앗았다. 내가 잡은 지팡이를 다시 그 놈이 빼앗더니

 

“정말 가볍고 만. 이게 명아주로 만든 거라고요?”

“네”

“아니 길가에 막 나는 명아주로 어떻게 이런 지팡이를 만들어요. 말도 안 되게.”

 

능글맞게 히죽 웃으면서 다시 땅에 집더니 세게 누른다. 큰일이다 싶어 얼른 다시 지팡이를 낚아챘다.

 

“명아주가 잘 자라면 아주 크게 자라요. 바로 이 손잡이가 명아주 뿌리 부분이 되어요. 재질이 가볍고 단단해서 예부터 명아주는 지팡이 만드는 데 사용되었어요.”

“허참 처음 듣네. 어디 주어 봐요?”

“아저씨! 정말 이상한 사람이군요.”

 

나는 지팡이를 들고 건널목 앞으로 와서 섰다. 그놈이 막 내 뒤에 서면서

 

“지팡이 좀 주어 보아요?”

 

나는 그놈의 소리를 뒤로 하고 파란불이 켜지자 냅다 뛰어서 길을 건너 사람들 속으로 들어 가 걸었다. 한참 후에 보니 그놈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별 미친놈 다 보았네!”

 

집으로 와서 명아주 지팡이를 창고에 넣어 버렸다. 당분간은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니 내년에 고창에 내려가서 사용할 참이다. 기가 막히다. 그러니까 내가 항상 혼자 다니는 것도 보고 있었던 거다. 내일부터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오전에 산에 가야겠다. 만약에 산속에서 그놈을 만나서 실랑이를 하였다면 어쩔 뻔하였는가 말이다. 기분 더럽다. 천만다행이다. 미리 그런 놈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하늘에 감사드린다.

 

林光子  200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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