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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하룻밤 달과 논 꿈이 내 앞날의 예시(豫示)였다니...

by 임광자 2006. 1. 27.

누구나 꿈을 꿀 것이다. 나는 일생동안 많은 꿈을 꾸워 왔는데 어릴 적에 꾼 꿈을 잊지 못한다. 아마 님들도 잊지 못하는 꿈이 있을 겁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 때다. 
시골집 안마당에서 북쪽 하늘을 보면 북두칠성과 북극성을 볼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밤이면 북두칠성을 보기 위해서 안마당에 나와 서성거리며 북두칠성과 북극성을 보는 게 즐거움이었다. 우리집은 동향집이었다.


하루는 밤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보름달이 너무 밝고 마음에 와 닿아서 보고 있다가 달이 지붕 너머로 지나 가기에 달을 따라 왼쪽으로 몸을 돌려 우리집 북쪽으로 갔다.
북쪽에 가서 달을 처다 보고 있는데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내 앞으로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내려오는 달을 잡아 안았다. 안고 있는데 달이 내 품을 떠나 하늘로 오른다. 나는 오르는 달을 잡아 다시 품에 안았다. 달은 요즘으로 치면 축구공 보다 조금 작았다.

달을 안고서는 왼쪽으로 몸을 돌려 집의 모퉁이를 지나 서쪽으로 갔다.
서쪽은 뒤안인데 우물과 텃밭이 있었다.
우물가에는 큰 소래에 물이 담아 있었다.
내가 달을 놓자 달은 하늘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나는 오르는 달을 두 팔을 뻗쳐서는 두 손으로 다시 잡았다.
그러다 다시 놓았다.
달은 다시 오르고 있었다.
오르는 달을 나는 다시 잡아서는 소래에 있는 물에 놓았다.
달은 다시 소래의 물에서 떠 올라 하늘로 올랐다.
세 번째는 떠오르는 달을 잡지 않았다.
그냥 떠오르는 달을 처다만 보았다.
달이 높이 높이 올라 하늘에 닿았다.
나는 달을 담았던 소래를 보니 그 물 속에 달이 떠 있었다.

우물 속에도 달이 떠 있었다.
하늘의 달과 소래에 담긴 물 속의 달을 번갈아 처다 보다가 꿈을 깨었다.

 

그런데 이 달 꿈 때문이었을까.

훗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북쪽에 계신 대학 교수를 편지로 알게 되어 서울로 유학을 올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내가 어른이 되어 달 꿈을 아는 분에게 물었을 때 그 사람이 말하기를 그 꿈은 내 앞날의 방향을 제시해 준거라고 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초딩 오학년 때쯤이다. 어린 나이다. 만으로 하면 열살 정도였나...

동쪽 마당에서 북두칠성을 보다가 북쪽으로 가서 북두칠성을 처다 보는데 둥근 보름달이 나에게로 내려 왔다. 나는 그 달을 잡아 품에 않았다. 한참 있다가 품안에 있던 달이 다시 하늘로 오르는데 내가 그걸 잡아 두 팔로 품에 안고서 집을 돌아 서쪽으로 갔다.

만약에 내가 내 품에서 떠오르는 달을 다시 잡지 않고 하늘로 오르게 두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데 나는 떠오르는 달을 잡아 품에 안고서 집을 돌아 서쪽 우물가로 갔다.

거기서 달은 다시 내 품을 떠나 하늘로 오르는 것을 내가 두 번이나 잡아서 품에 않았다.

만약에 여기서 내가 떠 오르는 달을 잡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물가에는 아주 큰 소래가 있었다 김장 할 때 배추를 간 치기도 하고 목욕도 하는 그런 큰 소래였다. 말하자면 옹기로 된 커다란 함지박 같은 거다. 옛날 시골에는 그런 것들이 있었다 지금 같으면 큰 고무 다라이와 같은 것이다.

그 소래엔 맑은 물이 절반쯤 들어 있었다.

나는 내 품에서 떠 오르는 달을 두 번이나 잡았다.

두 번째 잡았을 때는 소래의 물에 달을 놓았다. 소래의 몸 속에 있던 달은 하늘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나는 오르는 달을 잡지 않았다. 하늘 높이 높이 달은 올라서는 중천에 떴다. 밝았던 주위가 더욱 밝았졌고 그 달은 소래에도 떴다. 우물 속을 보니 우물 속에도 떴다. 나는 하늘의 달과 소래 속의 달과 우물 속의 달을 보다가 꿈을 깨었다.

 

 

지금 생각하니 나에게 좋은 행운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첫째 행운은 시골에서 북쪽인 서울로 유학 올 수 있었던 행운이다.

내 힘으로는 불가능했던 서울 유학의 꿈이었다.

두 번째 행운은 나에게 물심양면으로 경제적 도움을 주신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세 번째 행운이 왔다. 이건 아마도 내가 오르는 달을 잡아서 내가 다가오는 행운을 내친 거가 된다.  대학원을(석사)을 졸업할 무렵 지도교수님은 나에게 서울의대에 새로 생기는 인구문제연구소로 가서 박사과정에 시험을 치라고 하였는데 나는 얼떨결에 “생각해 보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와 버렸고 교수님은 노발대발 하셨다. 나는 지금도 왜 그렇게 대답을 하였는지 이해가 안간다. 그 자리는 굉장히 좋은 자리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금도 그 때 일은 지도교수님께 죄송하다. 그러나 내가 가만 있었으면 되는데 그러지를 못해서 오히려 나는 그 곳을 나오고 말았다. 그 때 나는 다른 곳에서 연구비를 타려고 물밑작업(?)을 하고 있었기에......결국은 두 마리 토끼가 나에게 다가 왔는데 나는 둘을 다 놓쳤다.

나는 이 일이 오르던 달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훗날에......

 

네 번째도 있었다. 나에게 장학금을 주시고 종친회장학금을 타게 해 주셨던 선생님께서 1990년대에 현금 2억원을 주겠다고 복득차 등의 사업을 하라고 하였는데 훗날 내 힘으로 하겠다고 거절하였다. 남의 돈으로 하면 나는 내 공부를 못할 것 같아서다. 거금을 받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때 그 돈을 받아서 사업을 했다면 돈은 벌었어도 생활생물을 계속 할 수 없었을거다.그리고 이렇게 이 곳에 글도 쓰지 않았을거다.

 

 

물은 재물이다. 소래에 있던 물은 누가 담아 놓았는지 모른다. 나는 그 속에 달을 놓았고 그 달은 하늘로 올라 지상을 비추고 소래에도 우물에도 비추었다.

나는 때를 기다린다.

 

 

林光子 200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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