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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세포와의 전쟁

알콜세포와의 전쟁→3. 하늘이 맺어준 인연 인간이 끊지 말라!

by 임광자 2005. 12. 19.

 

 

그의 행패가 심해지자 어머니께서는 그에게 이혼을 하라고 하셨다. 그는 어머님께서 이혼을 하라고 하시자 곧 바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물 한 모금 안마시고 술을 끊겠다고 삼일을 빌었다. 그가 무릎 꿇고 있는 동안 어머님은 계속 기도만 하시었다. 나는 아무 말도 않고 구경만 하였다. 어머님은 삼일째 되는 날 나에게 말씀하시었다.

 

기도 중에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 사람이 끓지 말라!" 하시었다며 삼일동안을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술을 끊겠다고 빌었으니 그 말을 믿고 이혼은 안 시키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님으로서는 이혼 보다는 그가 개과천선 하기를 바라셨다.

 

시골에서 목사님이 서울까지 올라오셔서 주례를 하셨고 우리집에서는 내가 개혼이었다.어머님은 맞이가 결혼식을 가자 먼저 해야한다며 동생들의 결혼식을 미루어서 급한 동생은 혼인신고만 하고 살다가 내 결혼식이 끝나고 결혼을 하였다. 그 때 내 나이가 사십 중반 이었으니까....

 

버스 세대가 대절 되어 시골에서 서울로 결혼을 축하하려 왔었다. 일가 친척 중에서 결혼화객이 가장 많았던 결혼식이었다. 그러나 늙은 신랑을 보고 친척들 중에는 울었던 사람도 있었다고 훗날 이야기들을 하였다. 실제로는 그와 내 나이는 다섯 살 반, 즉 여섯 살 차이였다. 나는 그 때 나이는 사십 중반이었지만 화장하고 꾸민 탓에 이십팔 세로 보였다고 결혼식에 온 사람들은 말하였다. 그가 금식하며 어머님께 술을 끊겠다고 빌었지만 석 달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불쌍한 인간! 어떻게 그렇게도 자신을 다스리지 못할까. 그는 나에게 의지 강하고 결단력 강한 것은 남자가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런 내 성격이 그를 더욱 알콜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노력하였는지도 모른다.

그의 기행은 계속되고 나는 그를 알콜 세포에게서 구하려고 작전에 들어간다.

맨 처음 시도한 것은 술친구를 그에게서 떼어 놓는 작전이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와 술 마시는 사람의 접근을 막았다. 그 동안 시도 때도 없이 집에 찾아와서 하루 종일 함께 술타령을 해주고 가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술을 마시려면 집에 데려가서 마시고 술이 깨고 나면 보내라고 이야기 했다. 대답은 자기네 집에서 그 사람과 술 마시면 마누라한테 혼난단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우리집에서 술을 함께 마시는 것이 발칵 될 때에는 파출소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몇 친구는 일부러 우리 집에 와서 술판을 벌이고 집안을 개판을 만들었다. 나는 그대로 파출소에 신고했다. 파출소에서도 (그 동안 그는 술만 마시면 파출소에 가서 난동을 부리기 때문에) 그가 술 마시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나 파출소에서는 내 신고 보다는 다른 사람의 신고가 있어야 한다고 하여서

그의 친구 중에서 그를 아끼는 치과 의사가 있었는데 그에게 전후사정을 이야기 하니 그는 기꺼이 파출소에 신고 전화를 해주었다. 그와 술 마시던 친구들은 우리 집에서 쫓겨나갔다. 다음에 그는 그 치과 의사에게 찾아가서 내 집에서 내가 술 마시는데 왜 내가 신고전화를 했느냐고 난리를 쳤단다. 그런데 그 치과 의사는 몇 년 전에 당뇨병에 의한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친구들은 내가 직장에 갈 시간에 우리 집에 와서 술을 마셨다. 그는 100% 노출이라서 가만히 있어도 슬슬 이야기 하다 보면 다 불어 버리는 성격이다. 누가 술을 사가지고 와서 술을 먹었다고 실토를 하였다. 나는 즉각 술 먹인 친구의 부인에게 전화를 해서 항의를 하였다. 그럴 때 그가 술을 너무 먹고 주사가 심하다는 것을 아는 부인은 자기 남편을 잘 타일러(?) 보겠다고 하면서 얼마나 고생 하느냐고 하였다. 그런데 어떤 부인은 오히려 나한테 욕을 버럭버럭 질렀다. 그럼 나는 그의 남편이 다시 와서 술을 먹일 때 아무 소리 안하고 있다가 슬슬 구슬려서 아주 떡이 되게 먹여 보냈다. 그런데 훗날 그 사람이 간암으로 세상을 떴다.

 

한번은 직장에서 집에 오니 온 집안이 술판이 벌여져서 그는 거의 초 죽음 상태였다. 그 친척은 음식 장만을 한짐 해 가지고 와서 술 상을 교자상에 차리고 고성방가를 지르며 “세상에 어떻게 오빠가 결혼을 할 수 있었어..나는 총각귀신이 될 줄 알았는데.....”하면서 나더러도 한잔 하자며 술잔 하나를 건넨다. 나는 술잔을 받는 대신 술상을 엎어버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두 번 다시 내 집에 와서 술을 마시지 말라!”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내가 술을 못 마시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혼 축하 할 겸 나에게 인사 할 겸 해서 음식을 해 가지고 왔단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이야기 했다. 혼자서 영하 13도가 되는 곳에서 보일러까지 고장 나고 화장실도 얼어 붙는 곳에서 살 적에는 왜 한번도 찾아 오지 않다가 이제는 살만 하니까 왔느냐고 호통을 쳤다. 그리고는 다 내 쫓아 버렸다. 그 후로는 그들은 오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그에게서 술친구들은 떨어져 나가고 그는 날마다 마시던 술을 3일을 마시면 하루는 안 마셨다.

 

그는 화선지를 사러 가다가도 술친구를 만나면 술을 마셔 버리고 그대로 들어오고 이발하러 갔다가도 술을 마시고 이발은 못하고 왔다. 술 마시고 싶어 술을 살 수 없을 때는 파출소에 가서 술을 내어 놓으라고 법석을 떨면 어딘가에 숨겨 놓았던 술을 갔다 주기도 하였다. 술값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동네 반장한테 찾아가서 술 한 병 값 600원을 달라고 대문을 두드리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 들어가서는 아침을 짓는 것을 방해했단다. 할 수 없이 술 한 병 값을 꾸어 주었단다. 술 한 병 값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거짓말이든 서슴없이 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내가 정 술이 마시고 싶으면 마시라고 술값을 가만히 책상 설합에 넣고 다녔다. 그는 도둑질은 안 한다. 돈을 가져가면 꼭 실토를 한다.

 

내 소문은 갈수록 나쁘게 나고 술 친구들은 그를 밖으로 불러 내서 술을 마시게 했다. 그에게 술을 사 주는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서 그림을 가져갔다. 그러니까 그에게 그림 값을 주는 대신 술을 사서 함께 얼큰하게 걸치고 가는 것이다. 그 이유를 나중에 물으니 그가 술 생각이 나면 친구들 집으로 아주 애절하게 전화를 한단다. 하루도 빠짐 없이 술만 마셔 온 사람이 하루 아침에 끊을 수가 있느냐고....

 

계속 그가 술을 마시고 밤이면 잠을 잘 수 없게 되면 나는 그에게 약속대로 이혼을 하자고 말한다. 그럼 그는 무릎을 꿇고서 두 손을 모아 빈다. 자기도 평생을 술을 끓으려고 노력을 해 왔는데 그게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단다.

 

한번은 계속 술을 마시기에 계속 사다 주었다. 그랬더니 하루에 소주 3병씩 40일을 마시더니 “어허! 심장이 이상하게 뛴다. 이제 술을 그만 마셔야겠다”고 말하더니 술이 있는대도 그 다음 날부터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리고는 일주일간을 부대꼈다. 그가 하루에 3~4병의 소주를 마실 때는 소주잔으로 한잔을 마시고는 20분 후에 다시 한잔을 마신다. 한잔 마시고 20분 후가 되면 술이 막 마시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단다. 그럴 때는 누가 술을 못 마시게 말리면 죽이고 싶단다. 그렇다고 내가 포기하지는 않는다. 알콜세포와의 전쟁은 계속된다.

 

林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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