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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세포와의 전쟁

알콜세포와의 전쟁→2. 중매 해 드릴가요?

by 임광자 2005. 9. 25.
 

섭씨 영하 13도가 넘는 추위가 몰아쳐 왔다. 나는 그가 걱정이 되어 김장김치를 몇포기 가지고 그를 찾아갔다. 그는 그 날도 취해 있었지만 실수는 안 했다. 연탄보일러는 고장이 나서 연탄불이 꺼진지는 오래고 방안의 그릇에 떠 놓았던 물은 꽁꽁 얼어붙었다. 베개닛은 마대였고,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방안에선 석유 냄새가 진동을 한다.

 

 

옆집 아줌마가 주었다는 석유난로는 밑에서는 기름이 세서 쟁반으로 받쳐 놓았는데 불을 피고 있다. 까딱 잘못하면 불이 날 법도 한데 어쩌자고 옆집 아줌마는 구멍 난 석유난로를 주었을까? 그 댓가로 그는 그림 몇 점을 주었다고 한다.

 

 

쌀독에는 쌀이 있다. 그것은 고등학교 선생님이라는 분이 그림 값을 돈으로 주지 않고 쌀이나 반찬으로 준단다. 돈으로 주면 술을 먹어 버리니까.

 

 

그는 그림 값을 받으면 생필품을 사기도 하지만 그냥 바람 쐰다는 심정으로 택시를 잡는단다. 그리고는 서울을 한바퀴 돌라고 하면  그림 값이 다 없어져 버려서 집에 와서 쌀도 연탄도 반찬도 없어 운단다.


그는 머리 속에 나사가 몇 개는 빠진듯하다.
어떻게 이렇게 살까?
나는 무슨 운명인가.

청춘시절에 가슴에 묻은 첫사랑으로 인하여 사십 중반까지도 결혼할 생각이 없이 살아가고 있으면서 왠 관심을 가지는걸까? 나는 그를 사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정반대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타잎이다. 그런데도 살리고 싶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또 다시 언제 내 가슴 속의 첫사랑이 솟아나서는 다른 사람을 거부한다면 어쩔까?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내 가슴속의 사람은 꿈속의 사람이고, 그는 현실의 사람이다. 나는 그에게 제안을 했다.

"중매를 해 주면 장가 가실래요?"

"오십이 다 되도록 결혼식을 못했습니다.
사귄 사람은 많아도...,약혼도 했지만 파혼을 당했어요. 중매를 해주면 새사람이 되겠어요."
"나이가 그쯤 되면 이런 생활을 하면 안되지요?"
"내 재산을 동생이 다 차지하고 나는 한푼도 없어요." 하면서 그는 그의 아버지가 이곳 저곳에 냈다는 진정서를 보여준다. 거기에는 그의 아버지의 재산을 작은 아버지에게 맡겼는데 전혀 도와주지를 않는다고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럼 술을 딱 끊고 작은아버지와 협상을 하세요?"
"술을 끊으려 해도 그일 만 생각하면 술을 더 먹게 되어요. 마누라라도 있으면 몰라도요."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다스리지 못할 때면 술과 담배의 힘으로 자신을 조절하려 할까?
왜 몸에 해로운 줄 알면서 과음을 할까?
이 사람을 살리려면 어떤 울타리 속에 가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책임지고 중매해 드릴테니 선생님께서는 노방 치마폭에 사군자를 처 주시겠습니까?"
"중매만 해주면 그렇게 하지요."

 

2003년 3월 25일 카페에 올린 글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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