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생연 이야기

간장 담근 날

by 임광자 2013. 2. 27.

간장 담근 날 



작년 가을

국산 메주콩을

한말 사서는

메주도 띠우고

여름에 콩나물도

길러먹어야지 생각하고

밥에만 놓아 먹다가 

그냥 겨울 지났다.


얼마 전 장날에

단골 채소가게에서

크기가 다른 메주를

4덩이 놓고 팔기에

얼마냐고 물으니 

그냥 한 덩이에 이만원!

크기가 달라요?

크기에 상관 없이 이만원!

 

하나하나 저울에 달아 보니

무게에 차이가 있다.

저울에 다는 걸 보던 주인이

내가 가장 무게가 나간 것을

손에 드는 걸 보고는

그건 2.5Kg나가니

이만 오천 원 받아야 하지만

단골이니 그냥 이만 원만 달란다.

메주 값은 크기에 상관없이

그냥 이만 원이라더니

차이가 많이 나는 걸 보니

마음도 달라지나 보다.


작은 것과 큰 것은 500g 차이

왜 이렇게 크기가 다르냐는

내 물음에

“내가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뭉쳐 만들어서 그래“

“메주콩 삶은 것을 이겨서

보자기 깔고 그 위에

사각 플라스틱 통을 놓고

그 속에 이겨 놓은 것을 넣고

밖으로 나온 보자기로 위를 덮고는

가운데에 발뒤꿈치 올린 후

누르고 빙그르르 돌고서

보자기 벗기고

사각 통을 뒤집으면

메주 한 덩이 만들어질 터인데

그러면 크기가 다 똑같을 터인데

..........


그냥 편하게 삶아 놓은 메주콩

이긴 것을 두 손으로 푹 떠서

꾹꾹 눌러 대 충 사각으로 만들었지.

한 움큼 지푸라기 끝을 묶어서

네 갈레로 벌려서 메주를 묶어

처마에 메달아 놓았더니

이렇게 메주가 만들어지데.


메주 겉에는 하얀 곰팡이 검정 곰팡이

삶의 터전이라고 넓게 잡고서

살아가는데 나는 잡균이라고

플라스틱 솔로 박박 문지른 후

맑은 물에 몇 번을 헹구어서

쨍쨍 쬐이는 햇빛에 말려 두었다가

오늘 굵은 소금물 타고

계란 띠웠더니 소금물 밖으로 나온 부분이

오백 원 동전 만하게 위로 올라

말린 메주를 넣고

창문항아리 뚜껑을 덮었는데

자외선은 통과 못할 것 같아

햇빛이 쨍한 날은 열어 놓을 가 보다.


메주 한 덩이 간장 담그면서

소란 피우기 싫어

말린 빨강 고추와 숯 넣지 않았지만

뚜껑을 열어 놓으면

자외선이 지켜 줄 것이고

아직은 날씨가 차고

소금물이니 잡균이 번접 못할 것 같아

자연을 믿고 기다리리라.


40일이 되면 메주 걸러내 된장 담고

간장은 다시마를 넣고 팍팍 끓여

된장 치대는데 사용하고

조금 남으면 요리 할 때 사용할 거다.

메주 한 덩이로 된장 조금 만들고

간장 조금 빼어두면 한 일 년 먹겠지.

 

간장 담근날을 기억해야지

40일 후에 간장 걸러내

끓이는 날을 기억 할 수 있을 것 같아

혹시라도 잊고서 세월이 지나면

된장 맛이 별로일 것 같기도 해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을 남겨

블로그에 간장 담근날을 입력 시킨다.

4월 8일 간장 걸러야 해.

나의 사랑하는 대뇌야! 기억하렴!

 


2013.02.27.  林光子



사업자 정보 표시
사업자 등록번호 : -- | TEL : --

'생생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쑥쑥 올라오는 텃밭의 내 반찬들   (0) 2013.03.16
텃밭일기(‘13-03-14)   (0) 2013.03.14
한치 앞을 모른다더니....   (0) 2013.02.24
휘황찬란한 모양성 그리고....  (0) 2013.02.21
손짓하는 봄   (0) 201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