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담근 날
작년 가을
국산 메주콩을
한말 사서는
메주도 띠우고
여름에 콩나물도
길러먹어야지 생각하고
밥에만 놓아 먹다가
그냥 겨울 지났다.
얼마 전 장날에
단골 채소가게에서
크기가 다른 메주를
4덩이 놓고 팔기에
얼마냐고 물으니
그냥 한 덩이에 이만원!
크기가 달라요?
크기에 상관 없이 이만원!
하나하나 저울에 달아 보니
무게에 차이가 있다.
저울에 다는 걸 보던 주인이
내가 가장 무게가 나간 것을
손에 드는 걸 보고는
그건 2.5Kg나가니
이만 오천 원 받아야 하지만
단골이니 그냥 이만 원만 달란다.
메주 값은 크기에 상관없이
그냥 이만 원이라더니
차이가 많이 나는 걸 보니
마음도 달라지나 보다.
작은 것과 큰 것은 500g 차이
왜 이렇게 크기가 다르냐는
내 물음에
“내가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뭉쳐 만들어서 그래“
“메주콩 삶은 것을 이겨서
보자기 깔고 그 위에
사각 플라스틱 통을 놓고
그 속에 이겨 놓은 것을 넣고
밖으로 나온 보자기로 위를 덮고는
가운데에 발뒤꿈치 올린 후
누르고 빙그르르 돌고서
보자기 벗기고
사각 통을 뒤집으면
메주 한 덩이 만들어질 터인데
그러면 크기가 다 똑같을 터인데
..........
그냥 편하게 삶아 놓은 메주콩
이긴 것을 두 손으로 푹 떠서
꾹꾹 눌러 대 충 사각으로 만들었지.
한 움큼 지푸라기 끝을 묶어서
네 갈레로 벌려서 메주를 묶어
처마에 메달아 놓았더니
이렇게 메주가 만들어지데.
메주 겉에는 하얀 곰팡이 검정 곰팡이
삶의 터전이라고 넓게 잡고서
살아가는데 나는 잡균이라고
플라스틱 솔로 박박 문지른 후
맑은 물에 몇 번을 헹구어서
쨍쨍 쬐이는 햇빛에 말려 두었다가
오늘 굵은 소금물 타고
계란 띠웠더니 소금물 밖으로 나온 부분이
오백 원 동전 만하게 위로 올라
말린 메주를 넣고
창문항아리 뚜껑을 덮었는데
자외선은 통과 못할 것 같아
햇빛이 쨍한 날은 열어 놓을 가 보다.
메주 한 덩이 간장 담그면서
소란 피우기 싫어
말린 빨강 고추와 숯 넣지 않았지만
뚜껑을 열어 놓으면
자외선이 지켜 줄 것이고
아직은 날씨가 차고
소금물이니 잡균이 번접 못할 것 같아
자연을 믿고 기다리리라.
40일이 되면 메주 걸러내 된장 담고
간장은 다시마를 넣고 팍팍 끓여
된장 치대는데 사용하고
조금 남으면 요리 할 때 사용할 거다.
메주 한 덩이로 된장 조금 만들고
간장 조금 빼어두면 한 일 년 먹겠지.
간장 담근날을 기억해야지
40일 후에 간장 걸러내
끓이는 날을 기억 할 수 있을 것 같아
혹시라도 잊고서 세월이 지나면
된장 맛이 별로일 것 같기도 해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을 남겨
블로그에 간장 담근날을 입력 시킨다.
4월 8일 간장 걸러야 해.
나의 사랑하는 대뇌야! 기억하렴!
2013.02.27. 林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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