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창 이야기

눈옷 입은 하얀 전깃줄은 오늘 일을 안다.

by 임광자 2010. 1. 13.

 눈옷 입은 하얀 전깃줄은 오늘 일을 안다.

 

 

 

창문을 여니 온통 하얀 세상.

장날인데 눈보라에 주차장은 텅텅 비고

눈길을 내기위해 눈을 치우는데

너무 쌓여서 팔뚝이 무겁다고

앞으로는 자주 치우란다. 네!

오늘 세번이나 눈을치워 눈길을 냈다.

그래도 계속 쏟아져 하얀 길이다.

 

 


한길로 나가니

상가 앞의 눈을 주인들이 치우고

가운데는 차들이 엉금엉금 지나며

먼지와 함께 반죽을 하며

눈에 흙색을 물들인다.

 


눈송이가 애교 떨며

봄날 바람에 벚꽃잎 춤을 추며

떨어지듯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하늘도 보이지 않고 땅도 보이지 않고

온통 눈 세상이다.

 


작고 작은 눈송이

수명도 짧은데

하염없이 무수히 떨어지고 떨어져

온 누리를 눈 세상으로 만드는 구나.

마치 가녀린 물방울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져서

바위에 구멍을 내듯이.

 

 


누가 물방울을, 눈송이를

약하다 말하겠는가!

문제는 숫자인 걸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물방울도, 눈송이도 약하지만

끊임없이 때리고 내리니

천하장사 보다 더 기운이 세고

오지랖은 하늘만큼 땅만큼 크도다.

 

 


폭설은 오늘 장을 낮에 무산시켰다.

하나 둘 장꾼들이 눈을 치우고

좌판을 벌리고 고객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들.

 

얼마 오지도 않은 노점상들

하늘 보고 물건 보며

한숨짓다가 그냥

짐을 싸고 빈손으로

집으로 가면서

아이들 눈망울 어른거려

발걸음이 무겁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는데

웬 하얀 줄이 얼기설기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데

하얀 눈송이 사뿐사뿐 내려 앉아

까만 전깃줄을 감싸며

하얀 옷을 입혀주며

하얀 전깃줄로 살아가란다.

하늘에 걸린 눈옷 입은 하얀 전깃줄!

너는 오늘 장날 풍경을 보았지?


2010,01.13 林 光子


 

 

 

 

 

 저녁 때 발순이 사진을 찍으니 눈에 불이 켜졌다.

 어린것이 눈에 쌍불을 켜니 귀엽다.

 

 

 

 

사업자 정보 표시
사업자 등록번호 : -- | TE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