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입과 항문은 서로 닮았지? 아니 달라!
입과 항문은 서로 닮았지
색깔이 그렇고
크게 벌리면 둥근 모습도
오므리고 다물어지는 것도
다만 입은 다물면 한일자가 되는데
항문은 다물면 그저 동그랗지.
입과 항문에선 소리가 나와
입에선 말소리가
항문에선 방귀소리가
말소리엔 칠정(七情)의 의미가 담기지만
방귀소리엔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담겨 있어.
입 속이 넓듯이 항문 속도 넓다네
입 속은 벌리면 눈으로 보여서
우리가 쉽게 알 수 있지만
항문 속은 볼 수가 없어도
누구나 쉽게 그 넓기를 알 수가 있어
한 번에 나오는 대변의 양이 바로 그 크기지.
입과 항문은 넘기는 일을 해.
입 속은 들어오는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겨
밥줄(식도)로 보내는 일을 하지만
항문 속 직장은
내려오는 대변을 차곡차곡 받아서는
굳이는 작업을 해서
배변할 때 쾌감을 주는
가래떡 같은 대변을 만들어
항문을 통해 변기에게 넘겨줘.
입과 항문은 보내는 일을 해.
입 속에서 밥줄로 보낸 음식은
광장처럼 넓고 큰 위로 들어가지만
직장에서 항문으로 보낸 대변은
몸 밖으로 나가 보는 이의 얼굴을
찡그리게 만들더라.
입과 항문에선 냄새가 나.
입 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은 향기로워
이목구비(耳目口鼻)를 감미롭게 하지만
항문으로 나오는 대변은 향기롭지 못해서
남 몰래
보지도 않고서 물에 실어 보내버려.
입 속과 항문 속에는 감각기가 있어
입 속에는 맛을 느끼게 하는 미각기가
항문 속 직장엔 압력감수기가 있다네
입 속으로 들어간 음식은
혀와 치아와 침의 도움으로
혀의 바닥에 깔려있는 미각기를 자극해
우리로 하여금 먹는 즐거움을 갖게 해줘.
항문 속 직장에 대변이 모여들어
직장 벽이 팽팽해지는 압력이 생기면
그곳의 압력감수기가 흥분을 하여
우리로 하여금 똥마렵게 해주지.
먹는 즐거움이 있듯이
배변(排便)의 즐거움 또한 크지.
말을 함으로서 가슴속이 시원하듯이
방귀를 뿜어내면 뱃속이 시원하지.
먹는 즐거움은
이목구비(耳目口鼻) 덕택으로 더 커져.
씹이고 삼키고 호호 부는 그런 소리들을
귀가 대뇌로 보내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먹을거리의 색깔이며 모양새를 눈이 살피고서
본대로 대뇌로 보내고
고소하고 향기롭고 구수하고 싱그러운
먹을거리에서 나는 냄새를 맡은 코는
흥분하여 뇌에게 연락을 하면
뇌는 침샘을 자극해서
침이 주르르 나오게 하고
덩달아 코를 벌렁벌렁하게 만들어줘
음식 맛을 곱절로 크게 만들어 준다네.
입속으로 들어간 음식은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치아들이
절구질을 해서 곱게 다져주면
침이 그걸 품어서는
혓바닥 위에 있는 유두 사이 고랑에 있는
맛봉오리에 닿게 하면
미세포가 흥분하여 미신경을 통해 대뇌로
흥분상태를 보내면 대뇌는
우리에게 달다, 쓰다, 시다, 짜다는
맛을 느끼게 해줘.
이렇듯 귀와 코와 눈과 혀가
하나가 되어
입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품평을 해서는
그 결과를
대뇌 속에 기록을 해 두고선
다음에 들어오는
음식에 대한 평가표의 기준으로 삼아.
그래서 우리는 먹을거리를 보기만 해도
그것이 갖는 맛과 냄새 등을 미리 알게 되고
좋아하는 것일 땐 보기만 해도 냄새를 맡기만 해도
누가 먹는 소리만 들려도 군침을 삼키지.
우리가 음식을 먹는 행동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무조건반사와
후천적으로 대뇌에 기록된 조건에 의해서
일어나는 조건반사적으로 이루어지기에
좋아하는 것은 보기만 해도 입맛을 다시게 되고
싫어하는 것을 보면 찡그리게 돼.
이목구비는 맛을 즐기는데 필요하지만
쾌변을 위해서도 필수 조건이라네.
왜냐하면
이목구비로 인하여 먹게 되고
먹어야 대변이 나오니까.
유쾌한 배변도
이목구비의 공로로
이루어진다고 봐.
오호라 눈과 귀와 코가
바로 아래에 있는
입만 다스리는 것이 아니고
멀고 먼 곳에 있는
항문까지도 다스리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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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과 항문은 달라:
입은 소화관의 입구고 항문은 출구.
입속엔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치아가 울타리처럼 가지런해
음식을 곱게 곱게 씹어 주고
항문 속엔 커튼 같은 근육 주름이 있어
대변이 많아지면 펼쳐져서 넓어져.
입속은 언제나 넓기가 일정한데
항문 속은 주름진 근육자루 같아
대변 양에 따라 커지고 작아져.
입속으로 향기로운 음식이 들어가나
항문에선 고약한 냄새를 가진
대변이 나와.
입은 말할 때, 먹을 때, 숨쉴 때
자주자주 벌어지나
항문은 대변이나 방귀가 나올 때면
드물게 벌어져.
입속의 표피는 침이 풍부하여 음식과
밀착되는 마찰이 없어 입속 표피는
항상 그대로이나,
항문 속은 대변이 굳을 때 혈관이 밀집된
항문주를 밀고 밀면 쳐지게 해서
치질을 만드니 서로 다르지.
그림: 李 性熙
글: 林 光子
★위 글을 쓴 시기가 지금부터 5,6년 전쯤인가 그럴 것이다. 그러다가 옆지기에게 입과 항문의 그림을 그려달라고 해서 함께 올리기 시작하였다. 독자들 중에는 위 글을 여러 번 본 사람도 있겠지만 처음 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올려요.
林 光子 200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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