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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이야기

공짜로 생긴 입석칠판 맨손으로 옮긴 이야기

by 임광자 2009. 7. 1.

공짜로 생긴 입석칠판 맨손으로 옮긴 이야기

 

  

오늘 우체국에 가는 길에 000 옆을 지나는데 쓰레기 더미 앞에 입석칠판이 세워져 있다. 너무 깨끗하다. 무조건 안으로 들어간다. 000은 수리 중이라 휴관이다. 안내 창구에 직원이 앉아있다.

-저기 버려진 칠판 가져가도 되나요?-

-네. 가져가세요. 그거 얼마 사용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바퀴가 앞에만 있네요. 빠졌나요?-

-아니요. 원래부터 앞에만 있었어요.-

-제가 우체국에 갔다 올 때까지 봐 주세요.-

-뭐 3일 동안 그 자리에 있었는데 아무도 안 가져갔어요. 오늘 오후에 쓰레기 치워가기로 했어요. 빨리 가져가야 해요.-

000 직원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온다. 나는 뒤따른다.

-저기로 좀 옮겨 놓아요.-

먼저 가서 칠판 한편을 잡는다. 내가 얼른 가서 다른 한편을 잡고서 바퀴가 없는 쪽을 약간 들어서 미니 잘 굴러간다. 쌓아 놓은 열람실 칸막이 더미 옆에 갖다 세웠다.

 

우체국에서 볼일 보고 손님이 없어서 직원에게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하다.


000 앞으로 가서 입석칠판 가져간다고 말한다.

한쪽을 들고 바퀴 있는 쪽으로 밀고 오는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오면서  근처에 철물점이 있나 두리번거리는 데 눈에 보이지 않는다. 철물점에 혹시 바퀴가 있으면 사서 달고 밀고 오려고.

 

 

오다가 꽃이 예뻐서 그 옆에 세우고 사진 한 장 찍었다. 쉬고 밀고 하기를 반복하면서 모양성 앞 동리 국악당 근처에 오니 무언가 공연을 하는 일행들이 한 무리 지나다가 그 중에 수염이 덥수룩한 늙은 청년 한사람이 앞쪽을 당겨준다. 얼마나 고마운지 “고맙습니다!”을 연발하다. 한참을 그렇게 도움을 주고는 동리 국악당 앞에서 헤어져 나 홀로 밀고 쉬고 하면서 주차장을 향해 가는데 이번에도 한 무리의 청춘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중의 한 청년이 앞쪽에 서서는 잡고서 싱긋 웃더니 끌어준다. 너무 너무 고마워서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을 반복하였다.

-어디로 가세요?-

-주차장으로요.-

-거기까지 들어다 줄게요.-

-감사 합니다.-

한참 가다가

-이번에는 제가 뒤에서 들 터이니 앞쪽에서 끌어 보세요?-

내가 앞쪽에서 끌어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제가 뒤에서 밀게요. 앞에서는 너무 힘들어요.-

주차장까지 밀고 왔는데

-집에 누구 있어요?-

-70이 넘은 골골 할아버지가 있어요.-

-그럼 들기가 힘들겠네요? 어디에 갔다놓아요. 제가 거기까지 들어 드릴게요.-

 

 

-저기 수돗가에 놓고 씻어야겠어요. 거기까지만 들어 주실래요?-

-그러지요.-

-혹시 어디 살아요?-

-정읍 살아요.-

-그럼 고창에는 무슨 일로?-

-물건 배달하려 왔어요.-

말하고는 빠른 걸음을 재촉해서 간다. 배달하러 왔다가 내가 힘들게 밀고 가는 것을 보고는 밀어 준 것이다. 아직 세상에는 이렇게 도움을 주면 사는 사람도 있다. 정말 살만한 세상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 곰곰 생각하니 000에 통나무 의자가 많은 것이 생각이 났다. 114에 000 전화번호를 묻고 전화를 하니 여직원이 받는다.

-혹시 현관에 있는 의자 몇 개 줄 수 있나요?-

-가져가기로 약속이 되어서 많이는 줄 수 없고 두세 개는 줄 수 있어요.-

-지금 갈게요.-

밀대라고도 부르는 손 지게차를 밀고 부리나케 갔다. 요즘 의자들은 톱밥을 뭉쳐 만들거나 베니어판을 이용하여 판을 만들거나 나무가 아닌 의자가 많다. 나는 나무 의자 그것도 옛날 의자가 좋다.

 

 

내가 가져간 손 지게차에는 의자 3개가 올려졌다.  오다가 사진 한 장 또 찍었다. 수돗가에서 씻어 강의실에 놓고 다시 사진 한 장 찍었다. 고르고 골라서 가져 왔는데도 3개 중 하나가 상처가 있다. 오래된 의자들이라 상처투성이다. 그냥 두 개 얻어 온 셈 치자.

林 光子 200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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