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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이야기

참외는 손자 줄기에서 열린다.

by 임광자 2009. 7. 3.

참외는 손자 줄기에서 열린다.


처음에는 동편 텃밭 한 곳에 참외 모종 4포기를 여기 저기 조금씩 떨어지게 심었다. 그냥 두었다. 포기가 무성해지는 것 같아도 그대로 두었다. 아직도 때 늦은 모종을 팔고 있는 것을 보았기에 더 심을까 하고 모종 파는 곳으로 갔는데 농사를 모르는 것 같은 젊은 아주머니가 화분에 심겠다고 이식 때가 늦어서 길게 자란 참외 모종을 들고 가자 지나던 농군 같은 중년 아주머니 한분이 얼른 젊은 아주머니에게 다가와서

-이거 어떻게 기르는지 알고 있어요?-

-아니요. 그냥 심어두면 되지 않나요?-

-참외는 손자한테서 열어요.-

옆에서 듣던 내 귀가 번쩍 쫑긋 선다. 중년 아주머니가 얼른 젊은 아주머니가 들고 있는 참외 모종의 줄기를 잡고서 설명을 한다.

-뿌리에서 뻗어 나온 줄기가 아버지 순이에요. 밑에서부터 4마디에서 순을 잘라 주어요. 그럼 옆으로 순이 나오는데 그것은 아들이에요. 아들 순이 4마디로 자라면 또 잘라주어요. 그럼 다시 새순이 나와요. 그게 바로 손자고 손자줄기에서 참외가 열려요.-

중년 아주머니는 이야기를 하면서 젊은 여인이 들고 있는 참외의 순을 4마디에서 잘라 버린다. 중년 아주머니는 참외 모종을 사가는 젊은 아주머니 낌새를 보니 아무래도 참외 에 대해서 모르는 것 같아 보였나 보다. 정말 친절한 분이다. 덕분에 나까지 한수 배웠다.

-아주머니 저도 모르게 있었는데 가르쳐 주셔서 감사 합니다. 그런데요. 그냥 두면 어떻게 되나요?-

-그냥 더벅머리처럼 무성하게 나와서 참외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요.-

이 말을 듣고는 모종 판 아주머니에게

-아주머니 나한테 모종 팔 적에 그런 이야기 안 해 주어서 지금까지 그대로 두었는데 어떻게 해요.-

-얼른 가서 옆으로 난 곁가지를 잘라주어요.-

나는 더 모종을 산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체 집으로 와서는 참외 풀에게 가서 곁으로 난 곁가지를 떼었다. 몇 개를 떼어서 버리다 보니 어떻게 된 것인지 떨려나간 곁가지에는 암꽃이 붙어 있다. 아풀싸! 실수다. 그냥 길게 자라는 줄기나 뿌리에서 더벅으로 나온 줄기는 잘라 주어야 하지만 이렇게 자발적으로 곁에서 아들 순이 나오면 그대로 두고서 4마디로 자라면 잘라 주면 되는데 아깝게 잘라 버렸구나! 탄식을 홀로 하다가 암꽃이 달린 다른 곁가지는 그대로 두고서 4마디에서 순을 잘라 내었다.

 


 

 

4포기 중에서 2포기를 심은 옆의 호박잎과 줄기가 무성해지기 시작하자 가려서 성장에 더디게 자라 서쪽 편으로 멀리 옮겼다.

 

 

어제다. 동쪽의 참외 풀에서 암꽃이 씨방을 멋지게 달고 꽃이 피었다. 그것도 둘이. 수꽃은 하나도 피지 않았다.

 

 

 

서쪽으로 옮긴 것에서는 수꽃만 피었다. 곰곰 생각하다가 옆지기에게 가장 가는 붓을 빌려달라고 해서 수꽃의 꽃가루를 묻혀서 암꽃에 발라 주었다. 붓털 끝을 만지니 붓글씨 쓰던 것이라 아주 뻣뻣하다 오히려 암술머리를 다치게 하지 않았을까 걱정이다. 장마철엔 곤충이 잘 날지를 못해서 수분이 잘 안되어 열매를 잘 맺지 못한다. 고운 붓을 사다가 인공수분을 시도해 보아야겠다. 서울서 살적에는 장마철에 호박 암꽃에 인공수분 시켜서 재미를 조금 보았다.

 


 

아무래도 끼리끼리 모여 사는 것이 수분이 더 잘 될것 같아서 서편 쪽으로 옮겼던 수꽃만 핀 참외풀을 예전자리 근처로 다시 옮겼다. 그냥 인공수분 전에 옮겨서 자연스럽게 곤충들이 수분하게 놓아 둘 것인데 잘못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옆으로 나와 참외를 가리는 호박잎을 모두 따 주었다. 원래 자리에 그대로 두고 호박잎을 따 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생각이 모자랐다. 그냥 운명에 맡겨야겠다.


林 光子 200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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