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인삼 이야기
닭 집 앞을 지나다가 삼계탕용 닭들이 넓게 쳐진 울타리 속에서 사육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돌아다니게 해서 키운 닭으로 팔기 위해서 시장 속 닭 집으로 가져다 놓은 것이다. 그걸 본 나는 올 여름 삼계탕을 자주 먹게 생겼다는 생각과 함께 인삼 생각이 났다. 여기서 잡아 주는 닭에는 지방이 거의 없다. 맛도 좋다. 닭 집으로 들어갔다.
-시장 어디서 인삼을 싸게 팔아요?-
-저기 신상옥 앞에서 인삼 파는 할머니가 싸게 팔고 속지 않아요.-
-그래요.-
-그 할머니네 집이 인삼밭을 해요.-
바로 생생연 앞에서 시장 입구로 들어오면 몇 집 건너에 신상옥이 있고 그 옆에서 할머니가 수삼 좌판을 벌이고 있다.
-할머니! 할머니네 인삼밭 하세요?-
-인삼밭 하지. 우리가 기른 것 가지고 와서 팔지. 젊어서 너무 일을 많이 해서 내가 쉬려고 이렇게 장사 나왔지.-
-집에서 쉬어도 되지요.-
-집에 있으면 일꾼들과 함께 일하게 되지.-
나는 좌판에 있는 육 년 근 수삼을 살까 하다가 몇 년 전에 혼난 일을 생각하고 실 삼을 사기로 했다.
-뭐하려고?-
-삼계탕 끓여 먹게요.-
-음식점 해?-
-아니요. 제가요. 몇 년 전에요. 육년 근 수삼을 사서 2cm 두께로 잘라서 이끼에 싸서 냉장고에 넣고 하루에 하나씩 먹었거든요. 첫날에는 몸이 가쁜 해서 박카스 먹은 것 보다 더 좋더라고요. 다음날 또 먹었더니 몸이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새털처럼 그러더니 밥을 먹으면 바로 설사를 하더라고요. 그리고 심장이 막 뛰고 맥박이 무지 빠르고요. 그런데 옆지기는 그냥 좋다며 저 같지는 않았지요. 그때서야 유산하고 한약을 먹었을 때 한의원에서 저에게 인삼을 먹지 말라던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세 살 때 금산에서 일 년 동안 살았을 적에 인삼밭 하는 아버지 친구 집에 엄마 따라 놀러가서 수삼을 무지하게 많이 먹었다고 하였더니 아기들에게 인삼을 안 먹이는 건데 이상하다고 하드라고요. 저는 그 집에 놀러 가서 제가 수삼을 집어서 막 먹는 것을 보고 신기하다며 사람들이 저에게 수삼을 막 주었데요. 그 다음부터는 날마다 그 집에 가자고 해서 가면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먹어도 괜찮다고 하면서 막 주었데요. 그래서 아주 많이 먹었대요. 내 이야기를 들은 한의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저에게 말하더군요. 그런데 어려서는 열이 많아서 추위도 타지 않았는데 지금은 추위를 많이 타요. 인삼의 효력이 다 없어졌나 봐요. 그래서 약효가 약한 것으로 조금씩 먹으려고 실 삼을 사는 거예요. -
-이거 이년짜리로 솎아낸 거예요.-
-할머니! 이거 오래되어서 말라가네요. 떨이하면 얼마에 줄 거예요?-
-한 근에 오천 원씩 팔았는데 사천 원씩만 주어.-
-몇 근 될 것 같아요?-
-세근.-
-달아 보아요?-
-세근 조금 못되네요.-
처음에는 세근이었겠지만 말라가니 무게가 줄었을 것이다.
-할머니 세근이면 일만 이천 원이지요. 그런데 조금 못되니 만원에 팔아요.-
-그래요. 원래 이것이 삼계탕에 넣어 먹는 거예요.-
-육년 근은 저에게 약효가 세서 자주 먹기가 그래서 이걸 사는 거예요.-
-잘 드시오.-
-할머니! 앞으로 제 단골해요.-
-뇌두는 따고 씻어서 냉동실에 넣어 두고 먹어요.-
-뇌두(땅위로 나왔던 인삼 머리 부분)를 왜 따지요?-
-그게 열나게 해요. 안 따도 되어요.-
뇌두를 먹고 열 좀 낼까? 일단은 뇌두를 따고 실뿌리를 다 따고 몸통만 씻어서 냉동실에 보관했다. 실뿌리 몇 개를 잘게 썰어서 비빔밥에 넣고 먹으니 인삼 맛이 나서 좋다. 나머지는 차를 끓여 먹어야겠다. 실뿌리를 그대로 두려다 너무 많고 길어서 따 버렸다.
나는 가만있으면 체온이 약간 낮다. 그런데 움직이면 막 더워진다. 움직이지 않아도 열이 나면 좋은데...무슨 방법이 없을까? 생강을 먹으면 금방 열나는데 .. 마늘을 먹어도 열나고...
나이 먹으니 이상하게 열이 적어진다. 추위를 탄다. 물론 기운도 적어진다. 우리 몸의 에너지 공장인 세포내 미토콘드리아가 적어지기 때문일까? 아님 열을 낸다는 갈색지방이 나이 들면 아주 없어지는지 그것도 궁금하다.
전근 가는 아버지 따라 금산으로 이사 가기 전에 나는 이질로 한 달 동안 사경을 헤매다가 살아났다고 들었다. 금산으로 가서 수삼을 한말 이상 먹었다고 어머니는 말씀 하셨다. 세 살짜리가. 그 후로 나는 과식을 하지 않는 한 배탈이 나지 않았다. 일 년간 금산에 살다 다시 고창으로 이사 왔으니 한 여름동안 수삼을 먹은 거다. 어려서는 골목대장이었고, 기운이 아주 세었고 몸을 비호처럼 움직인다고들 하였다. 그런데 공부 한다고 서울로 와서 너무 고생해서 많이 약해졌다. 약해졌다고 해도 선 파워(sun power)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제 옛날처럼 그렇게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 갈 수는 없을까??????
林 光子 200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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