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가는 길
우리 남매들은 아버지 기일인 5얼 5일, 어머니 기일인 11월11일 부모님 성묘를 간다. 고창읍 교회 장로였던 아버지와 권사였던 어머니의뜻을 따라서 제사를 지내지 않기에 그 날은 부모님 산소에 가서 기도를 하고 풀을 대충 뽑고 그 동안의 이야기를 들려 드린다. 추석 때는 성묘를 가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고창으로 이사 온 후로는 나 혼자라도 성묘를 가려고 마음먹었다.
그 동안 부모님 계신 산으로 갈 때는 언제나 산소 바로 아래까지 작은 차를 타고 갔다. 그래서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가는 길가의 냇가에는 갈대숲이 우거져서 은빛물결이 일렁이는 모습이 너무도 좋아서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가고 싶었지만 동행들이 많아서 혼자서 차를 세우기가 그랬다.
오늘은 나 혼자 성묘를 가게 되어서 버스를 타고 내려서 걸어 들어가면서 냇가의 갈대숲을 사진 찍고 신림저수지 사진도 찍고 그러고 가리라고 꿈에 부풀은 마음으로 고창 터미널에서 임리를 거쳐 정읍 가는 버스를 타고 신림 저수지를 지나 송천마을 앞에서 내렸다. 내리고 보니 생전 처음 보는 곳이다. 혼잣말처럼
-어허! 생전 처음 보는 곳인데 어느 쪽으로 가나.-
말하면서 뒤돌아 버스기사 아저씨를 보니
-뒤로 가서 청송 가는 길로 접어 들어가세요.-
-감사 합니다.-
버스 속에서, 기사 아저씨와 잠간 이야기를 하였는데 그는 내가 가는 길 주변의 지리를 아주 잘 알고 계셨다. 사촌들이 사는 궁평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내가 산소 가는데 개천을 따라 가면 왼쪽에 산이 있고 거기에 부모님 산소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였더니
-맞아요. 거기 산이 쭈~욱 있지요. 산소 잘 지켜요. 얼마 전에 벌초하려고 부모님 산소에 가서 보니 누가 묘를 파갔더래요.-
-누가요.-
-모르지요.-
-찾았대요.-
-못 찾았대요.-
이 다리 위에서 어디로 갈 것인지 아리송 하여 저 멀리 보이는 동네에 사는 사촌 오빠에게 부모님 산소 가는 길을 묻다. 문득 사촌 오빠들도 살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부모님 산소 가는 길을 물을 것인가 생각하니 오래 고향을 지키며 살고 계신 사촌들이 고마웠다. 지금은 가장 나이어린 사촌들도 모두 육십이 넘었다. 오빠들은 70대와80대다. 조카들은 모두 도시로 나가고 한 사람도 없다. 할아버지 자손들 중에서 오직 아버지만 관직에 있느라 고창읍에 나와 사셨다.
부모님 묘 위에 국화 한송이씩 올리고 기도를 하고 잠시 앉아 있다가 하산 하였다.
성묘 마치고 간다고 사촌 오빠에게전화를 하니 내가 탈 차 시간을 알려주며 시간이넉넉하니 천천히 구경하며 가라며 오빠는 정읍에 갈 거란다.
다시 갈곡천을 따라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신림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 모습이 보인다.
갈곡천에는 갈대가 모두 없어지고 길가에 이렇게 갈대가 너울거린다.
林 光子 2009.10.3 추석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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