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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여행 소화계(구)

9회. 배가 홀쭉해요! 위속의 음식이 소장으로 가서다.

by 임광자 2009. 2. 6.

소화계: 9회. 배가 홀쭉해요! 위속의 음식이 소장으로 가서다. 


 

할머니가 요즘 들어 아이들에게 들려 줄 인체여행 노랫말을 짓고 있다. 그냥 이야기로만 들려주고 여명이가 적지만 아무래도 노래로 부르면 더욱 더 잘 기억 될 것으로 생각되어 인체여행 동요 가사를 쓰고 있다. 여명이와 유정이 아침을 굶고 놀이터에 갔으니 분명히 올 때는 홀쭉해진 배를 잡고 왜 그러는가를 질문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유정)할머니! 배고파요.-

-(여명) 배가 등가죽에 붙었어요.-

둘 다 배를 잡고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배를 더욱 푹 들어가게 하고서는 할머니에게 다가온다. 할머니는 그런 손주들에게

-얼른 씻고 와라! 바지락 죽이 기다린다.-

할머니가 부엌으로 가서는 알맞게 식은 바지락 찹쌀 죽을 공기에 떠서 준다.

-쑥국은요?-

유정이 묻는다.

-내가 다 먹고 바지락 죽 쑤었다.-

-쑥을 먹으면 피부가 고와진다고 해서 먹으려고 하였는데요.-

유정이 입이 삐쭉 나온다,

-나는 바지락 죽이 더 좋아.-

여명이 할머니를 보고 윙크를 보낸다.

-바지락이 위에 좋다. 너희들 어제 저녁에 너무 먹어서 위가 그걸 소화 시키느라 고생을 하였을 거라 생각하고 위에 좋고 소화 잘 된다는 바지락 죽 쑤었다. 안 먹으려면 내가 먹을 테니 김치하고 밥 먹을래?-

-아냐 할머니! 나 죽 먹을래. 맛있어요. 후루룩~~~-

유정이 애교스런 미소를 할머니에게 보내며 삼키는 소리를 내며 죽을 먹는다.


거실의 둥근상 둘레에 여명이와 유정이 앉아서는

-할머니!-

-할머니!-

-설거지 하고 간다. 너희들 질문하려고 그러지?-

-할머니하고 우린 말없이도 통하네요.-

여명이 방에 들어가서 수첩을 가지고 나오며 말하고

유정이는 가만히 앉은 채로 둥근 상의 한쪽에 치워놓은 할머니 수첩을 연다.

그리고는 읽고는

-할머니 이거 뭐예요?-

할머니가 설거지 하면서 몸통을 돌려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거 인체여행 동요 가사.-

유정이 얼른 동요를 읽으며 흥얼거린다.


꼭꼭 씹어요.

입에만 이빨이 있어 씹을 수 있어요.

위에도 소장에도 이빨이 없어요.

씹지 않으면 콩나물 대가리처럼

우리가 먹은 것 똥으로 나와요.

그럼 먹으나 마나지요.


유정이 흥얼거리며 부르자 여명이도 따라 한다.

-할머니! 이 동요 가사에 곡을 붙였으면 좋겠어요.-

유정이는 동요가 적힌 수첩을 든 채로 할머니를 보고 묻는다.

할머니는

-그렇잖아도 다 쓰고 나면 곡도 붙이고 싶다.-

유정이는 노래를 잘한다. 그냥 한두 번 들으면 그대로 따라 한다.

-지금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고 수정을 하고 제목도 붙여야 하고 너희들과 함께 연구하자.-


할머니가 설거지를 끝내고 수건에 손을 닦고 앞치마를 부엌 한쪽에 있는 못에 걸고 둥근 상 앞으로 와서 앉는다. 할머니가 안자마자 여명이가 수첩을 펼치며 씽긋 웃는다.

-할머니! 저희들이 너무 질문을 해서 귀찮지는 않나요?-

-나는 너희들이 질문을 잘 해 주어서 고맙고 즐겁다.-

-그럼 질문 들어가요. 배가 볼록 나왔다가 홀쭉해지는 데요. 우리가 삼킨 밥이 밥통이라고도 부르는 위로 들어간다고 하였지요.-

-그래.- 

-위가 어디 있어요?-

유정이는 듣는 둥 마는 둥 할머니 수첩만 펼치고 읽는다. 할머니가 그런 유정을 보고는

-유정아! 내 이야기 듣고 수첩 보거라!-

유정이 얼른 수첩을 닫아서 한쪽에 놓고 할머니를 응시한다.

-왼쪽 손을 왼쪽 젖가슴 아래에 대어라 바로 그 안에 위가 있다.-

-우린 젖꼭지 밖에 없는 데요.-

여명이 실실 웃자. 할머니가 여명이 왼 손을 위가 있는 위치에 대어 준다. 유정이는 그걸 보면서 손을 댄다.

-(여명) 볼록한 위가요. 어떻게 홀쭉해져요?-

-위의 음식이 십이지장으로 넘어가서다.-

-(유정) 아침까지도 조금 볼록했는데 놀이터에서 뛰었더니 훌쭉해졌어요.-

-위가 음식이 들어오면 받아서는 앞문을 닫고 꿈틀꿈틀 거리면 위속에서 음식과 위액을 버물어져서 음식이 삭는단다. 마치 식혜를 만들 적에 엿기름물에 밥을 넣으면 나중에 보면 삭아서 식혜가 되는 것처럼 음식도 삭으면 적어지고 또 위가 꿈틀 운동을 할 적에 뒷문이 열려서 조금씩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니 시간이 지날수록 위속이 비게 되니 배도 훌쭉해진다.-

유정 다시 할머니의 수첩을 펴고서는 오늘 할머니가 쓴 글을 내 보이며

-할머니! 여기에 “위가 일 리터 주전자라면 소장은 손가락 굵기”라고 쓰여 있잖아요?-

-그래 위는 크고 소장은 작단다.-

유정이와 여명이 주먹을 쥐고는 검지만 쭉 뻗는다.

-(여명이) 요렇게 가늘어요.-

유정이 두 손을 활짝 펴서 둥근 모양을 그리며

-위는 요만하고.-

다시 주먹 쥐고 검지를 쭉 뻗으며

-위에 달린 소장은 요렇게 가늘다면 위 음식이 소장으로 건너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네요.-

-3~4시간 정도 거릴 거다.-

-(여명) 그럼 위속의 음식이 소장으로 다 건너가려면 소장이 길어야겠어요?-

여명이 고개를 기우뚱하며 할머니를 응시한다.

-소장의 길이는 어른일 때 7m란다.-

-(유정) 우와! 그렇게 길어요.-

여명이는 열심히 수첩에 글을 쓴다.

-소장이 왜 긴가는 내일 이야기 해 주마!-


할머니가 널어놓은 빨래를 가져다 개고 유정이는 할머니 수첩을 다시 열고 읽는다. 여명이는 수첩을 정리하고는 유정이 보고 있는 글을 같이 읽는다.



위가 늘어나서 일 리터 크기라면

소장은 손가락 굵기

십이지장은 소장의 머리

위의 뒷문은 십이지장 앞문.


위가 꿈틀꿈틀 땀을 흘려요.

위 속의 음식은 점점 적어지고

뒷문이 살살 열리며

염산냄새 풀풀 나는 음식이 떠나요.


십이지장이 앞문을 살짝살짝 열고

넘어오는 염산 죽에 놀라

앞문을 닫고 쓸개즙을 부르며

먹다보니 배가 홀쭉홀쭉.


林 光子 2009년 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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