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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여행 소화계(구)

6회. 물배가 금방 꺼지는 이유, 위의 크기는?

by 임광자 2009. 2. 3.

소화계: 6회. 물배가 금방 꺼지는 이유, 위의 크기는? 


 

할머니는 거실에서 창밖을 보며 아이들에게 위(胃)에 대해서 어떻게 가르쳐야 이해를 잘 할까를 궁리하고 있다. 대파 밭에 눈길이 멈춘다. 텃밭에서 대파가 자라는 곳은 가장 양지바른 곳이다. 어지간히 추워도 대파는 잘 견딘다. 아주 추우면 대파가 있는 곳에 비닐을 친다. 다행이 보일러실벽을 끼고 있어 약간의 열기를 받으며 벽이 북풍을 막아주고 남향이라서 햇볕이 겨울에도 잘 들어서 따뜻하다. 대파는 우리 몸에 들어가 공해물질을 배출시켜 준다고 한다. 양념간장을 만들 때 베어다가 사용하면 참 좋다. 국, 찌개, 무침에 꼭 들어간다. 그 때 그 때 필요할 때면 싱싱한 것을 그대로 베어다가 쓰기에 참 편리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계란말이 할 때도 쫑쫑 썰어서 넣어 만들어 준다.


할머니가 거실에 있는 둥근 상 앞에 앉아서 노~트에 위(胃)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명이와 유정이가 오면 오늘은 위로 들어가는 음식에 따라 위가 어떻게 되는가를 가르쳐 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때다. 유정이 헐레벌떡 뛰어와서는 거실 문을 드르륵 열고는

-할머니! 지금 얼음 땡 놀이를 하는데 수가 너무 모자라 할머니가 와서 같이 놀아줘요.-

-누구누구와 노는데?-

-여명, 현수, 동권, 나 이렇게 네 사람 밖에 없어.-

유정이 애원하는 눈치다. 할머니가 빙긋이 웃으며 유정이를 보면서

-모두 남자네. 너만 여자구나.-

-나는 남자들한테 인기거든요.-

유정이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와서는 할머니를 일으켜 세운다.

-잠간! 추리닝으로 바꿔 입고 가서 뛰자!-

할머니가 방으로 들어가서 추리닝을 입고 가뿐한 신발을 신고 유정이 손을 잡고 놀이터로 간다.


놀이터 바닥은 모래가 깔려 있다. 시이소, 그네, 철봉, 몸통 돌리기 등등의 놀이기구와 어른들의 운동기구가 놀이터 동쪽에 쭉 배열되어 있고 서편으로는 모래 바닥 위에서 아이들이 놀도록 되어 있다. 그 너머에 인도가 있고 밴취가 둘레에 있어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어른들이 앉아서 볼 수 있게 만들어졌다. 놀이터의 맨 가장자리는 스텐 철책이 빙 둘러 쳐지고 그 안쪽에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그리고 유실수 몇 그루가 심어져 있다.


할머니가 아이들과 합세해서 얼음 땡 놀이를 하자 밴취에 앉아있던 할머니들이 웃으며

-그렇게 뛰면 안 아파요?-

-이렇게 뛰어야 안 아파요!-

라고 할머니가 대꾸하자.

-할머니는 꼭 어린애 같아요. 무공해요.-

얼음 땡 놀이는 힘들지는 않다. “얼음”하면 얼음처럼 부동자세가 되어야 한다. “땡” 하면 앞으로 간다. 땡 할 때 마다 앞으로 가서 술래를 때린다. 만약에 얼음이라고 외쳤을 때 움직이면 걸린다.


놀이터에 아이들이 많으면 그냥 잘 어울려서 놀지만 아이들이 없을 때는 어른이 아이들하고 함께 몸을 부딪치며 눈을 마주치며 놀아야 한다.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놀게 하고 구경꾼으로만 있으면 아이들과 어른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


한참을 뛰더니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다며 우르르 몰려서 가까운 파출소로 달려가서 물들을 먹고 온다. 이 놀이터에는 수도장치가 없다. 파출소 입구에는 정수기가 있고 아이들은 그 물을 먹는다.

-아이고 배불러!-

아이들이 제각각 배를 쓰다듬으며 놀이터로 걸어온다.

할머니가

-왜 그렇게 물을 많이 마셨니?-

-배가 고파서요.-

-그럼 집에 가서 밥을 먹어야지.-

-싫어요. 싫어요. 동권이랑 현수는 오후에 태권도에 가야 해요. 지금 아니면 오늘은 놀 수가 없어요. 집에 가면 붙들려요.-

아이들이 손 사례를 치며 다시 모래 위로 달려간다. 그네 타러 간다. 그네가 3개가 나란히 있다. 동권이와 현수는 바이킹 그네라며 둘이서 그네 위로 올라가 서서 탄다. 여명이는 앉아서 유정이는 서서 둘이서 한 그네를 탄다. 할머니는 하나를 독차지하고 앉아서 그냥 흔들거리며 약간씩 움직이게 하면서 생각을 한다.

-쟤네들이 물을 많이 마셨으나 조금 있으면 배가 고플 거다. 그거다. 왜 물배는 금방 꺼지는지 그걸 가르쳐 주어야겠다. 확실히 아이들과 함께 놀면 가르치기가 훨씬 수월하다. 직접 체험한 것을 소재로 삼아 가르칠 수가 있다. -

할머니가 옳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이 그만 하겠단다.


여명이와 유정이가 집으로 돌아와서 손을 씻고는 식탁으로 간다.

할머니가 점심을 먹이기 전에 위에 대한 설명을 해 주기 위해서 우유에 미수가루를 넣고 꿀을 조금 타서 한잔씩 준다.

-할머니! 오늘은 우유가 더 맛있고 양이 많아요?-

유정이 묻자.

-정말 꿀이 들어가니 더 맛있다.-

여명이도 한마디 하며 둘은 우유 잔을 완전히 비운다.

할머니는 우유를 천천히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둘은 할머니를 응시한다.

-너희들 놀이터에서 물을 잔득 마셔서 배가 부르다고 하였는데 벌써 배고프니?-

여명이와 유정이 배를 잡고서

-정말 그 때는 배가 불렀는데 조금 뛰니 배가 고파요.-

유정이 말하자. 여명이는

-할머니! 물은 밥통 속을 그냥 통과하나 봐요?-

-왜 그렇게 느끼니?-

할머니가 여명이를 응시하며 기특하다고 생각하며 묻는다.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거든요. 그런데 아까 물을 정말 많이 마셨거든요. 배가 부를 만큼이요. 그런데 금방 꺼져버려서요. 거기다가 집에 와서는 오줌이 많이 나왔어요. 이상하잖아요?-

여명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눈을 약간 찡그리며 깊은 생각을 하는 표정이 된다. 지금 바로 그 표정을 짓는다.

-물에는 건더기가 없으니 빨리 꺼지지.-

유정이가 여명이와 할머니를 보며 말하고는 일어나 냉장고 앞으로 간다. 문을 열고 귤을 쟁반에 담아 온다. 여명이 귤을 까서 한 조각을 들고 할머니 입 앞으로 손을 쭉 내민다. 할머니가 귤을 덥석 받아먹는다.


-자 지금부터 내 이야기 잘 들어라! 둘이 말한 것 모두 정답에 낀다. 위는 식도처럼 딱 붙어있다. 그래서 배고플수록 배가 홀쭉해지고 배부를수록 볼록 나온다. 위에는 들어오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눈이 있나보다. 물을 조금 먹으면 작은 물길이 만들어져 졸졸 흘러서는 위 가운데를 통과해 위의 뒷문을 나간다. 그리고 많은 물이나 음식이 들어오면 위 속이 많이 커져서 볼록 나와 아까처럼 배가 나온다. 그런데 들어오는 물속에 음식물이 섞이지 않으면 소화시킬 필요 없다. 그냥 통과! 그런 식으로 위의 뒷문이 빨리 열린다. 즉 위는 물만 들어오는지 밥이 들어오는지 안다는 거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여명이가

-그런데요. 위는 어떻게 줄어들었다 늘어났다 그래요?-

-맞아. 배고프면 작아지고 배부르면 커지고.-

유정이가 맞장구를 친다.

-위는 말이다. 근육주머니야. 뼈가 없어서 늘어나고 줄어들기 쉬워. 위의 안쪽에는 주름이 많아서 많은 음식이 들어오면 그 주름이 쫘~악 펴지면서 위가 커진단다. -

-어어! 내 요술 장갑처럼 큰 손이 들어가면 많이 늘어나고 작은 손이 들어가면 조금 늘어나고 아무 것도 들어가지 않으면 더 작고.-

유정이 호주머니에서 요슬장갑을 꺼내 손을 넣었다 뺐다 한다.

-스판 같은 거네요. 내 바지가 스판이라 무릎이 나왔다가도 들어가잖아요.-

여명이 자기 바지를 잡아 다녔다 놓는다.

-둘 다 다 맞다. 위는 요슬 주머니고 스판 주머니야. 그런데 말이다. 요슬장갑이나 스판이나 한 없이 늘어나지는 않지. 너무 늘어나면 다시 줄어들지 않듯이 위도 너무 먹으면 병이 난다.-

여명이와 유정이가 눈을 크게 뜨고 동시에

-병이 나요. 지금 많이 먹으려 했는데요?_

-위는 음식이 들어가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위 운동으로 음식을 소화시키는데 너무 늘어나면 오므라들지 않아 소화가 안 된다. 그래서 고장이 난다. 그러니 항상 적당히 먹어라!-

-네!!-

할머니가 일어나 식탁에 반찬을 놓고 유정이는 공기에 밥을 푸고 여명이는 수저와 젓가락을 놓는다.


林 光子 2009년 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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