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계: 4회. 씹어 삼켜라! 뱃속에 바람 들어간다.
며칠 전에 할머니는 동네정육점에 가서 고향이 산골이라는 주인에게 놓아기른 닭을 내장을 빼지 말고 갖다 달라 부탁하였다. 양계장에서 갇혀 산 닭에는 기름도 많고 사료만 먹어서 맛도 별로지만 놓아기른 닭은 모이를 먹지만 돌아다니며 벌레도 잡아먹고 풀도 뜯어 먹고 운동을 많이 해서 거의 지방이 없다.
털 빠진 닭을 수돗간 으로 가져가서 목을 댕강 잘라 락앤락에 넣어 여명이를 주며
-냉장고에 넣고 와라.-
-할머니! 이걸 뭐하려고 냉장고에 넣어요?-
여명이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할머니를 내려다 본다.
-이거 유정이 오면 너와 함께 식도와 기관에 대해서 가르쳐 줄 재료다.-
여명이 빨랫돌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목이 없는 닭의 덜 빠진 털을 뽑고 있는 할머니에게
-이걸로 사람 식도를 배운다고요?-
할머니가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며
-얼른 가져다 놓고 오너라. 닭의 속을 보여 줄 테니.-
-여명이 닭 모가지가 든 락앤락 통을 들고서
-유정이는 안보여 주어요?-
-유정이는 이런걸 보는 것 싫어하잖니?-
할머니는 닭다리를 잡고서 구부려 다리뼈가 구부러지자 그 부위를 칼로 잘라 닭다리를 떼어낸다. 여명이가 그걸 보면서
-그래도 공부잖아요.-
말하고는 쏜살같이 현관문 안으로 들어간다.
할머니가 닭의 배를 가른다. 가슴속과 뱃속에 내장이 가득하다.
-여명아! 여기 가슴 양쪽에 허여면서 약간 붉은 것이 허파다. 그리고 여기 아래쯤에 가운데 있는 것이 심장이다.-
이야기하고는 허파를 갈비뼈 사이에서 빼낸다. 심장은 떼어낸다. 뱃속의 내장을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하나씩 떼어내며 가르쳐 준다.
-이건 모이주머니, 여기 단단한 것은 모래주머니 바로 위다.-
-할머니! 모래주머니가 위라고요?-
-닭은 말이다. 모이한번 먹고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한 번 처다 보고 그러지.-
-맞아 닭이 비들기랑 같아요?-
-그래 둘 다 새 종류니까. 모이 먹고 물 먹으면 모이주머니에서 불지.-
-그런데 닭도 비들기처럼 모래를 먹어요?-
-비들기나 닭은 이빨이 없어서 씹을 수가 없어 모래를 먹어서 모래 주머니에서 통통 불은 모이를 부신단다.-
-그래서 닭이 모이를 먹으면서 모래를 먹는군요.-
-모래를 안 먹으면 소화불량에 걸린단다.-
할머니가 모래주머니를 가른다. 단단한 모래주머니 속에는 모래와 삭혀진 모이가 들어있다.
-이거 노란 것이 계금이란다.-
모래주머니 안쪽에 붙은 노란 껍질을 떼어서는 깨끗이 씻어놓는다.-
-그것도 먹어요?-
-이건 따로 말려서 가루 내어서 소화가 안될 때에 먹으면 좋다. -
할머니는 간을 떼어서 씻어놓는다. 콩팥도 뗀다. 길고긴 창자를 꺼내 쭉 펴서는 칼끝을 한쪽에 넣어서 쭉 가른다. 그리고는 빨랫돌에 놓고는 소금을 뿌리고 막 문지르며 몇 번을 씻는다. 내장을 다 씻어서는 스텐 양재기에 놓는다. 닭을 토막 친다. 다 합해서 커다란 락앤락에 넣어서 여명이에게 주면서 냉장고에 넣으라고 한다. 할머니는 도마와 칼을 수세미에 퐁퐁을 떨어뜨려 문질러 씻는다.
-유정이네 집에 전화해서 오라고 해라.-
여명이 전화기를 들고 유정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할머니가 빨리 오래.-
-지금 내가 옆집 아이를 보고 있거든 데려다 주고 갈 게.-
-아! 그 귀여운 아이 보느라고 오늘 일찍 못 왔구나.-
-디게 귀엽다. 바로 갈 게.-
-나도 그 아기 보고 싶은 데.-
-다음에 너 부를 게.-
여명이네 집 식탁에는 해부 가위와 닭 모가지가 스텐 쟁반위에 있다. 유정이가 헐레벌떡 달려와 식탁 의자에 앉는다.
-어! 닭 모가지다.-
-할머니가 닭 해부 하는 것 보여주었다.-
-나도 부르지.-
-너 어릴 적에 너네 집에서 네 엄마 백숙 해주려고 닭 해부하는 것 보고 막 운 것 생각 안 나.-
할머니가 유정이를 보며 말하자.
-그래서 너를 부른다고 하였더니 할머니가 너는 해부하는 것 보는 것 싫어한다고 그러셨어.-
-그거야 어릴 적 이야기지요. 지금은 죽은 닭인 것 알아요. 어려서는 죽은 닭도 살아있는 것으로 알고 불쌍해서 배 가르지 말라고 막 울었지.-
여명이를 보며 유정이가 웃는다.
-자. 둘 다 여기보아라!-
둘은 할머니가 한손에 닭 모가지를 들고 다른 손에 해부 가위를 들고 있다. 둘이서 할머니 손을 보고 있다. 할머니는 해부 가위를 닭 모가지 한쪽의 껍질 속에 집어넣고는 쭉 자른다. 그 속에서는 두 가닥의 줄이나온다. 할머니는 그 두 가닥 중 하나를 잡고는
-둘 다 이리 와서 이걸 잡아봐라!-
여명이 먼저 두 가닥을 각각 잡아보고 유정이도 잡아 본다.
-여기 이것은 꽉 잡았다 놓으면 도로 속이 뚫리는 호스 같지?-
-네-
-이건 기관이란다. 우리가 숨 쉬면 공기가 이곳을 통해 허파로 들어가고 허파에서 나오고 하지. 즉 공기만 들어가는 길이란다.-
-그런데 왜 잡았다 놓으면 바로 펴져서 뚫려요?-
-이건 연골로 되었단다. 만약에 이게 붙으면 공기가 통과 못하니 숨을 못 쉬고 죽지.-
-그럼 여기 딱 붙어있는 것은 무어예요?-
여명이 할머니를 보며 묻는다.
-이게 식도란다. 이건 근육으로 되었단다. 그리고 음식이 통과하지 않을 때는 이렇게 붙어있어.-
-왜 붙어 있어요?-
유정이가 이번에는 묻는다.
-이게 아무 때나 열려 있으면 위장에 바람 들어간다.-
-위장에요?-
-그래 위에 공기가 들어가면 창자 속으로도 들어가서 트림으로도 나오고 방귀로도 나오고 그래. 위를 거쳐 나오면 시큼한 냄새가 나고 항문으로 나오면 대장균이 만든 가스가 섞여져 지독한 냄새가 나지. -
-그럼 밥을 먹으면 어떻게 열려 밥이 위로 가요.-
-우리가 밥을 삼키면 삼키는 힘이 밀어주고 식도가 움직여서 아래로 내려가게 한다. 그런데 꼭꼭 씹으면 조금 열려서 공기가 덜 들어가고 허겁지겁 먹으면 공기가 많이 들어가게 되고 결국 뱃속에 공기가 들어가서 헛배도 부른다.-
-그럼 트림도 더 잘나오겠네요?-
-아무렴 그렇지. 배가 부글부글 거릴 때도 있고.-
-지금은 우리가 아무것도 안 먹으니까 식도는 닫혀 있겠네요?-
-그 대신 말을 많이 하면 공기가 식도를 밀고 들어가기도 한다.-
-그렇군요.-
여명이와 유정이가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앞으로는 꼭꼭 씹어 먹을게요!-
-저두요. 뱃속에 바람 들어가지 않도록 요.-
할머니는 백숙을 끓이고 여명이와 유정이는 거실에서 코난(탐정만화)를 본다.
셋이서 거실의 둥근 상에 둘러 앉아 백숙을 먹으며 함께 만화를 본다.
-씹어 삼켜라! 뱃속에 바람 들어간다.-
여명이 유정이에게 말하자.
-씹지 않고 삼키면 방귀가 풍풍 나온다.-
유정이가 여명이에게 말한다.
그 둘을 보고 할머니가 웃는다.
林 光子 2009년 2월 1일
★조금 후에 수정 할 게요. 노트북이 말을 잘 안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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