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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여행 소화계(구)

1회 : 씹는 건 싫어! 좋아! 결과는?

by 임광자 2009. 1. 29.

1장. 소화계 예습: 1회 : 씹는 건 싫어! 좋아! 결과는?


설을 지나자 햇볕이 기운을 차린다. 화사해진다. 할머니는 텃밭에 고랑을 파고 썩혀둔 깻묵과 진순이 똥을 그 속에 주르륵 넣고 그 위에 흙을 올려 두둑하게 올라오게 한다. 여명이는 한 손으로 코를 막고 꽃삽으로 흙을 떠서 거름 위에 올린다. 일을 마치고 할머니와 여명이는 텃밭에 있는 넓은 돌을 징검다리처럼 놓아 만든 돌길을 따라 토방으로 올라온다. 토방과 텃밭 사이에는 크고 작은 잡석이 깔린 마당이 있다. 마당이라야 동편으로 두 평 정도의 평상 하나 놓고 빙 둘러 사람이 앉을 수 있고 서편으로는 평상 크기의 두 배 정도의 돌 마당이 있다.

둘이서 수돗가에서 손을 씻으면서 여명이 할머니에게

-씨는 언제 넣어요?-

-그건 햇볕이 더 영글면 넣을 거다.-

여명이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표정이 사랑이 넘친다.

-그런데 왜 지금 거름 넣어요?-

-씨를 넣기 전에 흙이 거름을 먹게 하려고. 흙이 거름을 다 먹고 나면 비옥해져서 씨앗을 잘 키운다.-

그 때다.

대문이 화들짝 열리며 유정이 꼬마를 대리고 들어오면서

-이 무슨 냄새야?-

코를 킁킁 거린다. 꼬마의 코를 유정이 손바닥으로 막는다.

-야! 웬 꼬마냐?-

여명이 꼬마를 유심히 처다 보다가 유정이를 살핀다. 유정이는 말없이 빙긋 웃기만 한다. 유정이가 외갓집에 낯선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자주 그런다. 꼬마는 지친 모습이다. 눈이 가물가물 한 것이 많이 운 모양이다. 유정이 한 팔로 꼬마를 감싸 안고서 미안한 표정으로 서 있다. 풀 죽은 모습으로 서 있던 유정이 여명이와 할머니를 보면서 갑자기 짜증스런 표정이 되면서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냄새 나. 옷 얼른 갈아입어요. 여명아! 너 제일 좋아하는 파랑 파카 입고 거름 주었냐?-

-이거 빨 거고 너무 작아서 너를 줄까 해. 입을 래?-

-야! 똥 냄새나는 옷을 누가 입니?-

여명인 헤헤 웃으며 말하고 유정인 찡그리며 대꾸한다.

 

할머니는 유정이와 꼬마를 보고는

-들어가자.-

말하고는 여명이 더러

-우리 빨리 들어가서 옷 벗고 씻자!-

 

 거실에는 텔레비전이 있고 이동씩 책장이 이중으로 벽을 장식한다. 창가에는 추운데도 고추나무가 화분에서 자라고 빨간 고추가 달렸다. 그리고 가운데는 압축 스틸로 풀을 넣어서 만든 황금색 비닐로 씌워진 요들이 깔려 있다.

 

여명이와 할머니가 목욕탕으로 들어가고 유정이는 꼬마를 데리고 부엌으로 간다. 식탁에 꼬마를 앉히고는 냉장고에서 김치와 계란찜을 꺼낸다. 그걸 보던 꼬마가

-난 김치 싫어!-

눈물을 글썽이며 죽어가는 소리로 말한다.

-왜 김치가 싫어?-

꼬마는 말없이 이빨이 들어나게 입을 짝 벌려서 유정이 앞으로 턱을 올린다. 꼬마는 치아가 완전히 썩었다. 갈색으로 변한 이 밑동이 잇몸에 간신이 박혀 있다. 유정이는 그 모습을 보고는 김을 내어 놓는다. 할머니는 구이 김을 사 먹지도 집에서 기름 바르고 소금 뿌려서 굽지도 않는다. 그냥 파래 김을 구어서는 간장에 찍어 먹게 한다. 유정이는 꼬마 이빨을 보고는 밥을 공기에 담아서 참기름 치고 깨소금을 넣고 간장을 치고 비벼서는 열여섯 조각으로 잘린 김에 싸서 꼬마 입속으로 넣어준다. 꼬마는 몇 번 받아먹더니 계란찜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계란찜하고 먹겠다고?-

유정이 꼬마를 보고 묻는다. 꼬마는 고개를 끄덕인다. 계란찜으로 밥을 비벼서 주니 먹는다.

-너 몇 살이니?-

꼬마는 엄지는 접고 손가락 네 개를 펴서 보인다.

-네 살.-

꼬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밥이 뱃속에 들어가니 기운이 나는지 조금 전 보다 훨씬 밝아진다.


꼬마는 유정이 어린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이웃 동네에 사는 한반 남학생이 잠간 엄마한테 갔다 온다고 자기 동생을 맡아 달라고 해서 데리고 있었는데 오래도록 오지 않으니 꼬마가 배고프다고 울어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꼬마 오빠는 유정이 집에도 여러 번 놀러 왔으니 놀이터에 둘이 없으면 유정이 집으로 올 거다.




여명이 감색 츄레닝복으로 갈아입고 할머니는 자줏빛 홈드레스를 입고 거실로 나온다.

-유정아! 너는 동네 사람이 모두 친구니?-

-난 할아버지 친구도 있어!-

-못 말려!-

할머니는 유정이를 보기만 하고 입술을 꾹 다문 체 아무 말이 없다. 대문 벨소리가 들린다. 유정이 빠르게 나간다. 꼬마 오빠가 현관문을 들어서서는 배꼽 인사를 한다. 할머니가

-현수 왔구나! 들어오렴. 여동생이니? 들어와 점심 먹고 가라.-

현수가 두 손을 마주 잡고 비비며 주눅 든 얼굴로

-집에 가서 라면 끓여 먹어도 되는 데요.-

-왔으니 밥 먹고 가라.-

그 때 현수 뱃속에서 쪼르륵 소리가 들린다.

-야! 네 배가 밥 달라고 한다.-

유정이가 말하고는 현수를 보고 웃는다. 현수는 유정이네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한다. 유정이 숙제를 도와 줄 때도 있다. 꼬마가 오빠에게 달려가서는

고사리 같은 두 주먹으로 오빠의 가슴을 마구 치면서

-왜 늦게 와? 배고파서 혼났단 말이야.-

유정이 현수를 보고

-내가 네 동생 밥 먹였어. 그런데 김치를 못 먹더라.-

현수는 머리를 긁적인다. 꼬마가 유정이를 보고는

-오빠도 김치 싫어 해.-

유정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왜?-

현수가 말없이 씨~익 웃는데 치아가 고르다. 꼬마와는 다르다. 그걸 본 유정이

-야! 네 동생은 이빨이 다 문드러졌는데 너는 말짱하다.-

-나도 동생만 했을 때 똑 같았어. 이건 젖니가 다 빠지고 새로 난 영구치야.-

-그런데 왜 김치가 싫어?-

-부드러운 것만 먹어. 어려서부터 그랬거든.-

 

부엌으로 가면 창가에는 허브 화분이 놓여 있어 허브향이 흘러온다. 다른 집들처럼 커다란 싱크대가 있고 그 앞에는 육인용 식탁이 있는데 옆의 상판이 접혀 있어서 할머니의 아들 딸 내외와 손주들이 다 모이면 그 접혀진 상판을 올려서 앉는다.


할머니가 식탁에 밥상을 차리고 여명이는 수저와 젓가락을 놓는다. 꼬마 앞에는 젓가락 대신 포크를 놓는다. 그걸 본 꼬마가

-나 젓가락질 잘해.-

여명이 그 말을 듣고는 포크를 수저통에 넣고 짧은 젓가락을 꺼내 꼬마에게 준다.

모두 식탁 의자에 앉는다.

식탁에는 깍두기, 배추김치, 동치미, 두부 구워서 양념장 뿌린 것, 계란말이, 김 그리고 갈치 찜이 있다.

유정이 할머니를 응시하면서

-현수와 동생은 김치를 싫어해요.-

-김치가 얼마나 좋은 건데 싫어해?-

-동생은 이빨이 다 썩었고 현수는 이빨이 좋은데도 싫대요.-

여명이 깍두기를 입에 넣고 우지직 씹어 먹는데 그 소리가 요란하다. 현수가 그런 여명이를 보고 부러운 시선을 보낸다. 여명이는 계속 깍두기를 먹으며 씹는 소리를 낸다. 현수가 그 모습을 보고는

-너 그렇게 씹어도 이 안 아파?-

-하나도 안 아파!-

-오빠는 밥보야. 기운도 아주 세.-

유정이 현수에게 말한다. 여전히 현수는 여명이를 보면서 넋나간듯이 부러운 눈초리를 보내고. 현수는 자기도 여명이처럼 그렇게 씹어 먹고 싶은데 자기가 그러면 이빨이 아플 것만 같다. 어려서 동생처럼 이가 문드러졌을 때 총각김치 하나를 깨물고는 아파서 혼이 난 후론 김치를 먹지 않는다.

할머니가 그들의 눈치를 살피고서는

-여명아! 갈치도 먹어라! 너 좋아하잖아.-

그리고는 현수를 보면서

-현수야! 입을 벌려 봐라.-

현수가 입을 벌리고 할머니가 보고는 김치를 잘게 찢어서는 현수 밥 위에 놓아준다.

-먹어 봐!-

현수가 밥 위에 오른 김치를 먹는다.

-어때 맛있지?-

현수가 웃으며

-맛있어요.-

말하며 할머니를 보고는 웃는다.

현수가 수저에 밥을 뜨면 할머니는 그 위에 찢은 김치를 놓아준다. 현수는 할머니가 올려 준 배추김치로만 밥을 먹는다. 밥을 다 먹은 후에 아주 기분 좋은 모습으로 성취감을 맞본 표정으로 할머니를 보고는

-감사 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김치를 먹지 않아서 못 먹는 줄 알았어요. 애들이 김치를 씹어 먹는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현수야! 치아는 씹어 주어야 튼튼해진단다. 치아들은 잇몸에 박혀있는데 씹으면 아래 위 치아가 부딪치면서 잇몸 속으로 더 깊이 박혀서 튼튼해지고 잇몸도 튼튼해져.-

현수를 향해 말하던 할머니는 모두들 향해서

-모두 내 말 들어라. 여명이와 유정이는 김치를 잘 먹고 씹는 것을 좋아해서 여태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았는데 지금 이야기 해 주어야겠다. -

모두들 할머니를 응시한다.

-거울을 볼 때 입을 벌리고 치아를 보아라. 치아는 좌우로 똑 같이 배열되어 있다. 그리고 위아래 두 앞니가 마주하면 바로 척추가 바로서서 등뼈가 똑바로 서고 좌우 어깨가 바르게 되고 두 다리가 똑바로 선다. 즉 입속의 치아가 우리 몸을 똑 바로 서게 한다. 치아가 삐뚤어져 배열되거나 턱이 삐뚤어지면 좌우대칭이 안 되어 우리 몸의 자세가 틀어진다. 그리고 치아는 잇몸 속에 심어져 있다. 오래도록 씹지 않으면 치아가 잇몸에서 들뜨게 되어 뿌리가 약해진다. 씹기를 잘해야 치아가 잇몸 속에 푹 심어져 이뿌리가 튼튼하여 잘 씹은 밥을 목구멍으로 넘기면 소화가 잘된다. 왜냐하면 위나 장에는 단단한 치아가 없어서 삼킨 음식을 곱게 다질 수는 없다. 건성건성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면 위장 속으로 공기만 많이 들어간다. 그 공기의 일부가 방귀의 원료도 되고. -

이야기를 열심히 듣던 여명이가

-할머니. 혀는 무슨 일을 해요?-

-혀는 침과 음식을 잘 버무리고 혓바닥에는 맛을 보는 미각기도 있고 씹은 음식을 목구멍으로 삼키게 도와준다.-

다시 여명이

-그럼 침은 무슨 일을 해요?-

-침이 없으면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침은 턱밑과 귀밑과 혀밑에 있는 침샘에서 나오는데 밥을 오래 씹으면 고소해지는 것은 침이 그렇게 만든단다. -

가만 듣고 있던 유정이가

-할머니가 혀와 이빨과 침샘은 입속의 삼총사라고 하였지요.-

-맞다. 그걸 잊지 않았네.-

할머니가 유정이를 사랑스런 눈으로 처자보며 유정이 엉덩이를 토닥이며 칭찬하자 여명이가

-저도 기억하고 있어요. 침이 녹말을 엿당으로 만들어서 밥을 오래 씹으면 달작 지근해진다는 것도 기억해요.-

이번에는 할머니가 여명이 엉덩이를 토닥여 준다.

-그거 나도 알아.-

유정이가 얼른 말한다.

할머니가 그렇게 말하는 여명이와 유정이에게 그윽한 눈빛으로 사랑의 미소를 보낸다.



林 光子 2009년 1월 29일


★첫회라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하고 소화의 첫단추는 입속이라 입속에 대해서 설명하고 특히 치아와 우리의 건강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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