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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여행 소화계(구)

소화계: 3회. 왜 마신 물이 코로 나와요? 입속은 칠거리!

by 임광자 2009. 2. 1.

소화계: 3회. 왜 마신 물이 코로 나와요? 입속은 칠거리!


할머니가 상을 거실에 놓고 창밖을 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입춘이 되려면 며칠 남았으나 아주 따뜻하다. 사람들은 이런 날을 봄날 같다고 한다. 포근하고 흙이 생기를 품는다. 할머니의 눈은 텃밭으로, 그 넘어 담벼락 앞에 심어진 감나무, 석류나무, 대추나무, 매실나무로 눈 맞춤을 옮겨가다가 매실나무에서 눈을 고정시킨다. 눈이 반짝한다. 크게 뜬다. 매실나무의 줄기가 생기가 돌고 좀 다른 모습이라는 걸 느낀다. 얼른 상 한편에 놓아 둔 안경을 낀다. 꽃봉오리가 많이 커졌다. 할머니는 근시다. 그래서 책을 보고 글을 쓸 때는 안경을 벗고 먼 곳을 볼 때만 안경을 쓴다. 벌떡 일어나 매실나무에게로 정신없이 간다. 많이 부풀어 오른 매화봉오리를 보면서 그냥 웃는다. 이 매화봉오리가 부풀 때로 부풀면 매화가 활짝 핀다. 매화가 지면 매실이 열린다.


환한 모습으로 다시 거실로 들어와 상 앞에 앉아서 여명이와 유정이에게 목구멍에 대해서 어떻게 가르칠까를 생각하고 있다. 여명이와 유정이는 지금 놀이터에서 여러 아이들과 같이 놀고 있을 거다. 할머니가 벽시계를 본다. 12시가 다 되어 간다. 아이들이 올 시간이다.


할머니가 거울 2개를 갖다 상위에 올린다. 그리고 거울을 손에 들고 입을 쩍 벌려서 목구멍 앞에 커튼처럼 쳐진 목젖을 본다. 어떻게 설명을 할까? 궁리를 하고 있는데

-아 목말라!-

여명이 외치며 식탁에 있는 물병을 열고 숨도 안 쉬고 그냥 막 마신다. 목구멍으로 물 넘어가는 소리만 벌컥벌컥 들린다. 그리고는 재채기를

-에이취!-

소리를 폭발적으로 내뱉으며 코로 물이 나온다. 유정이 그걸 보고는

-할머니! 여명이 봐요!-

소리를 지른다. 할머니가 식탁으로 온다. 코로 물을 흘리고는 정신이 없는 여명이 등을 두드려 준다. 그러면서

-여명아! 오늘 너희들에게 목구멍 이야기를 해주려 했는데 오늘 네가 완전 실험동물이 되었다.-

-내가 실험동물이요?-

-자. 거실의 상 앞에 앉아서 이야기 하자.-

셋은 둥근상 앞에 빙 둘러 앉았다. 할머니는 여명이와 유정이에게 거울을 하나씩 주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 목구멍의 목젖을 보아라!-

-목젖이 꼭 젖꼭지 같다.-

여명이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한다.

-목구멍 앞에 있는 젖이다 해서 목젖이다. -

-목젖이 왜 있어요?-

-삼킨 음식이 코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려고.-

-왜 물을 목구멍으로 삼켰는데 코로 나왔어요?-

-너는 어렸을 때도 가끔씩 그랬단다.-

-유정이는요?-

할머니가 유정이를 보면서

-유정이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

-나는 왜 그럴 가요?-

-아마도 너는 목구멍 구조가 보통 사람과 좀 다른 것 같다.-

-약 올라요.-

할머니가 여명이를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보면서

-너는 기관지도 약해서 어려서는 고생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키도 크고 기운도 세요?-

-정성껏 길러서야.-

여명이 자기 이야기만 하자

-목구멍 이야기 해준다고 하였잖아요.-

할머니가 유정이와 여명이를 보면서

-자 거울을 들고 보아라. 목젖 저쪽의 벽에는 코와 귀로 통하는 구멍이 있다.-

-코로 통하는 것은 알겠는데 귀로도 통해요?-

-맞아. 콧구멍 속에서 눈으로 가는 터널도 있다.-

-와!-

갑자기 시무룩한 얼굴로 여명이가 할머니를 보며

-왜 물이 코로 나왔을 가요?-

-목구멍으로 넘어가려던 물이 되돌아와 뒷콧구멍 속으로 들어갔나 보다.-

-뒷 콧구멍이요?-

유정이 자기 코를 만지며 묻는다.

-앞에 있는 콧구멍은 앞 콧구멍, 입속에 있는 것은 뒷 콧구멍이다.-

-그럼 콧구멍이 앞뒤 합해서 4개네요?-

-맞다.-

할머니가 유정이 코를 잡았다 놓으며 대답한다.

-할머니! 그럼 목구멍에서는 코로, 귀로 목구멍으로 넘어가네요?-

-목구멍 안에서는 다시 위로 통하는 식도입구와 허파로 통하는 기도 입구가 있다.-

-그럼 몇 갈래로 가는 거예요?-

여명이 놀란 표정으로 할머니를 본다.

-그럼 목구멍은 오거리네요.-

유정이 할머니와 여명이를 번갈아보며  말한다.

-칠거리야. 할머니가 목구멍 속에는 허파로 가는 구멍과 위로 가는 구멍이 있다고 하셨잖아. 코와 귀는 두 개씩이니까 4개고 다 합해서 통하는 길이 7개지.-

-6개 아냐?-

-목구멍에서 입 밖으로도 나올 수 있잖아?-

-으이구. 토할 때.-

유정이 얼굴을 잔뜩 찌푸린다.

-아참 할머니는 귀로 통하는 구멍도 있다고 하였는데 귀로는 물이 안 들어가요?-

-어려서는 귀로 가는 터널이 직선이라 아기들이 젖을 먹다가 귀로 잘 들어가서 중이염에 잘 걸리나 너희들처럼 크면 귀로 들어가는 터널이 굽어져서 잘 들어가지 않는단다.-

-잠깐만요. 수첩 가지고 올게요.-

-못 말려! 또 적으려고?-

여명이 웃으며 자기 방에 가서 수첩을 가지고 온다.

-그걸 왜 적어 두려고만 해. 나처럼 외워버려. 목구멍에서는 두 콧속으로, 두 귓속으로, 허파로, 위로, 입 밖으로 갈수가 있어 7곳으로 갈수 있는데 다시 콧속에서는 눈으로 갈 수 있다. 그러니 8곳으로 통한다.-

유정이 말하자.

-나는 내 머리보다 기록을 믿거든. 기억 안 나는 것은 수첩을 열어 보면 기록 되어 있거든. 흥.-

여명이 유정이를 보며 말하고는 열심히 적는다.

할머니는 여명이 수첩에 배운 것을 적는 동안 부엌에서  점심 준비를 한다. 유정이는 부엌 창가의 기다란 화분에 심어진 박하 잎을 떼어서 먹는다.


林 光子 2009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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