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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여행 소화계(구)

7회. 왜 신트림이 나와요? 염산 때문이야!

by 임광자 2009. 2. 4.

소화계: 7회. 왜 신트림이 나와요? 염산 때문이야!



여명이와 할머니가 대문 밖에 나가서 여명이 엄마 아빠가 출근하는 것을 배웅한다. 엄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고 아빠는 중학교 역사 선생님이다. 둘 다 전형적인 교사다. 검소하고 아이들을 무척 사랑한다. 할머니가 아들 내외를 배웅하고 집으로 들어와 대문을 잠그려는데 유정이 헐레벌떡 뛰어 오면서

-할머니! 잠간만.-

소리를 지르며 두 손을 들어 흔든다.

-엄마 아빠 출근했니?-

-네.- 

유정이는 여명이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빌라에 산다. 여명이네 집과 유정이네 집 중간쯤에 놀이터가 있는데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운동을 할 수 있게 꾸며졌다. 여명이 얼굴을 보던 유정이가

-여명아! 어디 아파?-

묻는다. 유정이 말을 듣고는 할머니가 여명이 얼굴을 유심히 살핀다.

-너 어제 저녁에 너무 먹는 것 같더라. 얼굴이 좀 누렇다. 속이 불편하지?-

-할머니는 귀신이야. 신트림이 나와요.-

여명이 할머니 뒤로 가서 허리를 꼭 껴안으며

-나 백매초 먹어야 해?-

 

백매초란 6월에 청매를 소금에 절여서 나온 물을 말한다. 소금에 절였다 꺼낸 매실 색깔이 허여스럽다 해서 백매라 하고 매실이 워낙 시어서 소금에 절여 나온 물도 아주 시어서 초와 같다 해서 백매초라 한다. 살균력이 뛰어난 청매에서 나온 백매초는 배가 부글부글 할 때 한 수저만 먹어도 뱃속이 평정이 된다. 그래서 여명이나 유정이 배가 아프다고 하면 백매초를 먹게 한다.

-아니다. 신트림이 나오면 네 위속에는 지금 염산이 너무 많은 거다. 염산은 아주 신거다. 신 것을 죽이려면 쓴 것을 먹어야 해. 쓴 것이 무엇이겠니?-

할머니가 여명이와 유정이를 번가라 보며 묻는다.

-쑥!-

여명이 얼른 대답하고 유정이가

-맞아 맞아. 전에 할머니가 신물 나온다고 하니까 쑥 생즙을 만들어 주었지.-

-그럼 우리 텃밭 담벼락 아래 있는 쑥으로 생즙 내 먹자.-

유정이가 얼른 부엌으로 가서 칼과 스텐 양푼을 가지고 와서 할머니를 주면서

-내가 절구통이랑 방망이 그리고 컵을 준비할 게요.-

말하고는 부엌으로 간다.


쑥밭이 있는 양지바른 담벼락 아래는 가을에 말린 호박넝쿨과 수세미 넝쿨 그리고 고춧대 등이 너저분하게 덮여있다. 그 마른 풀 아래서 좁은 틈새로 들어오는 햇볕으로 겨울에도 쑥은 산다. 할머니와 여명이가 마른 풀들을 헤치고 속에서 자라고 있는 쑥 머리를 싹둑싹둑 잘라서 스텐 양푼에 담는다.


돌 절구통 아래에는 바퀴가 달린 받침대가 있어서 살살 밀면 어디든 잘 간다. 절구통을 감싸고 있는 비닐을 벗기고 깨끗이 말려 놓은 행주에 물을 적셔서 속을 닦는다. 절굿공이도 깨끗이 닦는다. 쟁반에 컵 세 개를 놓고 달챙이 수저를 놓는다. 달챙이 수저는 아주 옛날 수저로 가장자리가 얇아서 무엇이든 긁는데 사용한다. 이것들을 모두 거실로 가져다 놓는다.


할머니가 다듬은 쑥을 넣은 스텐 양푼을 가지고 부엌으로 가서 씻어서 도마에 놓고 아주 잘게 썰어 거실로 가지고 와서 돌 절구통 속에 조금씩 넣으며 절굿공이로 찧는다. 돌 절구통 속의 쑥이 다 찧어지면 유정이가 조금씩 쑥을 더 넣는다.

다 찧어지면 스텐 망 바구니를 스텐 양푼 위에 놓고 절구통 속에서 짓이겨져서 물이 질질 흐르는 쑥을 놓는다. 다 찧어지면 망바구니 위에 오른 풀 죽은 쑥을 두 손으로 집어서 꼭 짠다. 쓴 쑥 냄새가 확 퍼진다. 여과되어 나온 쑥 생즙을 세 컵에 나누어 담는다.

세 사람은 컵을 부딪치며

-신트림을 쑥으로 죽이자!-

외치며 눈을 찡그리며 마신다.


여명와 유정이는 가끔씩 쑥 생즙을 먹어 왔기에 쓴데도 코를 한 손으로 막고 잘 마신다. 할머니는 늦봄부터 여름에 가끔씩 쑥 생즙을 내서 가족들에게 먹인다. 쑥생즙을 먹고 나면 피로가 확 풀린다. 그리고 모기나 벌레에 물려도 덜 가렵다.

-할머니! 왜 신트림이 나요?-

-위 속은 염산공장이 있단다.-

-염산공장! 염산이 시어요?-

-아주 시다. 살에 닿으면 녹아 버린다.-

-그럼 위도 녹아 버리겠다.-

-위 안쪽 벽에는 염산에 녹지 않는 물질을 염산이 만들어지기 전에 바른단다. 페인트칠을 하듯이.-

여명이와 유정이는 오직 할머니 눈과 입만 보고 귀를 쫑긋 세운다. 할머니는 둘에게 사랑스런 눈길을 보내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할머니! 그런데 왜 너무 먹으면 신트림이나 신물이 나와요?-

유정이가 묻는다.

-위는 들어오는 음식의 성분과 양에 따라 염산을 만든단다. 너무 많이 먹으면 염산도 너무 많이 만들어지지. 너무 먹은 양만큼 위속이 늘어나고. 위는 입구를 닿지도 못하고 그래서 위속에는 염산냄새가 진동을 하지 그게 많아지면 트림이 되어 입으로 거슬러 나오면 바로 신트림이 된단다.-

-왜 쑥생즙을 먹으면 괜찮아져요?-

-쏙 생즙에는 신 것을 죽이는 성분이 있고 위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물질도 있어서 마시고 나면 속이 편안해진다. -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여명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속이 편안해졌어요.-

-다음부터는 조심해라!-


여명이는 수첩에 할머니가 하신 이야기를 대충 적는다. 할머니한테 물어가면서 열심히 적는다. 유정이는 텔레비전 앞에서 검정 고무신를 본다.



林 光子 2009년 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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