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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여행 소화계(구)

10회. 소장이 손가락 굵기, 길이는 7m, 왜 그럴까?

by 임광자 2009. 2. 8.


소화계: 10회. 소장이 손가락 굵기, 길이는 7m, 왜 그럴까?


“그렇지. 그렇게 하면 되겠어! “

할머니가 무릎을 치면서 집을 나와 골목길을 걸으면서 무언가를 골돌히 생각하며 소방도로 양측에 즐비한 가게를 지나서 동네 정육점으로 간다.  붉은 색 고기가 플라스틱 샘플로 가게 앞 진열장에 전시되고 진짜 고기는 냉동실 안에 있다. 문을 미니 초인종 소리가 난다. 가게 방에서 아주머니가 나오신다.

-여명이 할머니! 오셨어요.-

-어머니 계신가?-

-안에 계셔요. 아주머니가 안채를 향하여 큰 소리로

-어머니! 여명이 할머니 오셨어요!-

냅다 소리를 지른다. 아주머니 시어머니는 가는귀가 먹어서 보청기를 하였는데도 잘 들리지 않아서 큰 소리로 말해야 알아듣는다. 고기 집 할머니는 신발 앞쪽에 발을 넣고는 뒤꿈치는 올리지 않고 질질 끌면서 부리나케 나온다.

-웬일인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여명이 할머니의 손을 잡고 흔들면서 말한다.

-오늘 시간 있어? 시간 있으면 우리 애들 목장 구경 좀 시켜 주고 혹시 곱창 있으면 보여 주어.-

-또 무얼 가르치려고?-

-소장에 대해서 가르치려는데 소 곱창을 쓰려고 그러거든. 소의 크기를 보여 주고 소의 곱창을 보게 한 후에 사람의 소장이 손가락 굵기라는 것을 알려 주고 왜 소장이 긴 가를 알려 주려는 거야.-

-그러면 그렇지. 넌 항상 네 실습을 위해서만 나에게 오지, 참 너 내 아들 가르칠 적에는 도랑까지 보여주면서 소장을 가르쳐 주었다. 지금도 아들이 네 이야기 한다. 오늘도 목장에 가는 길에 길고 긴 도랑도 구경 하자. 나도 콧속에 바람 좀 넣어야겠다. 오랜만에 네 이야기도 듣고 말이야.-

-조금 있다 아이들 오면 데리고 올 게.-


여명이와 유정이 학교 수업이 끝나자 후문 앞에서 만나서 달리기 시합을 한다. 달리기에서는 유정이가 빠르다. 유정이 힘껏 달려서는 멈추어 서면 여명이 따라온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은 개천을 끼고 있는 길로 뛰면 돌아가도 달리기는 좋다. 여명이와 유정이 달리기를 취미로 삼은 것은 할머니가 여섯 살 때부터 무조건 아침에 일어나면 둘 다 놀이터에서 만나서 놀이터 둘레를 돌게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일어나 달리다 보면 정신도 맑아지고 기운도 난다. 그래서 둘은 자주 달리기를 한다.


여명이와 유정이가 헐레벌떡 뛰어와서는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 속의 찬 물을 꺼내서는 벌컥벌컥 마신다.

-식탁 위의 물 있잖아!-

-할머니! 유정이와 달리기 시합을 하면서 막 뛰어 왔거든요. 그래서 엄청 더워요. 시원한 물이 좋아요. 식탁 위의 물은 미지 끈 해요.-

-그래도 몸에는 상온의 물이 좋다. 찬물은 위를 차게 해서 소화를 시키는데 덜 좋다. 너희들도 추우면 움츠리지 않니? 위도 그래. 참 너희들 점심 먹고 목장 구경 가자.-

-와!- 

-읏샤! 할머니 정육점 할머니 소 기르는데 가려고요?-

-여명이는 싫으냐? 그럼 유정이만 가자!.-

-싫기는요. 지금 가면 봄나물도 뜯겠네요.-

-오늘은 소장에 대한 공부만 할 거다.-

-좋아요.-

 

유정이는 4살 때부터 그날 입는 옷은 자기가 골라 입었다. 머리핀도 자기가 골라 꼽고 다른 사람이 사다 주면 거울 앞에서 머리에 꽂아보고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친구에게 선물을 해 버린다. 유정이는 오늘 아침에 두꺼운 스타킹을 신고 짧은 청치마에 털이 보글보글한 분홍색 세타를 입었는데 그 모습이 앙징 스럽게 예쁘다.  할머니가 목장에 가자는 말을 듣고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서 자기 옷장을 열고 속에 털이 보글보글한 청바지와 청파커를 걸치고 나온다.

 

여명이는 엄마와 아빠를 닮아서 군청색을 좋아한다. 오늘은 밤색 바지에 군청색 파카를 입었다. 목장에 갈 때도 그대로 입고 갈 모양이다.

 

할머니는 빨강 파카와 하얀 털실 모자를 써서 나이 보다 더 젊어 보인다. 그리고 배낭을 맸다. 카메라를 어깨에 걸친다. 여기저기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마치 일기 대신 사진으로 기록하려는 것 같다.


목장에 도착하니 소가 외양간에서

-음매!~~-

큰 눈망울을 뜨고 처다 본다. 가끔씩 되새김질을 하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린다. 바닥에는 톱밥과 소똥이 범벅이다. 여명이와 유정이 손으로 코 봉우리를 꼭 쥔다.

-아이구 냄새!-

-지독해.-

정육점 할머니는 둘을 보고 웃으며 안으로 들어가고 할머니는 여명이와 유정이를 데리고 소 있는 데로 가서 외양간 앞에 서서

-소하고 나하고 누가 크니?-

두 손주를 바라보며 묻는다.

-소가 훨씬 커요.-

-할머니! 갑자기 왜 소하고 크기를 비교해요?-

여명이 되 묻는다.

할머니는 빙긋이 웃으시며 두 손주를 데리고 수돗간으로 간다. 수돗간에는 소 한 마리에 뱃속에서 나온 곱창이 돌돌 말려서 물속에서 녹아가고 있다. 정육점 할머니가 냉동실에서 꺼내 놓은 것이다. 정육점 할머니는 가끔씩 집에서 순대를 만들어 먹는다. 그래서 곱창을 냉동실에 넣어 둘 때가 많다. 여명이 할머니가 목장을 올 때는 항상 곱창이 있을 때고 아이들한테 공부를 시키고 싶을 때 데려온다. 그럴 때 마마 정육점 할머니는 최선을 다해 돕는다. 두 할머니는 여고 동창생이다.

곱창을 가리키며 할머니는

-조금 전에 외양간애서 나와 소의 크기를 보았지? 소가 나 보다 훨씬 큰데 그 뱃속에서 나온 소장이 바로 이 크기다. 그러니 지금 내 뱃속에는 7m나 되는 내 손가락 굵기의 소장이 들어있다.-

라고 말하며 물속에서 녹은 소의 곱창을 한 손으로 꺼내서 조금 들어 올린다. 그러자 굽어진 곱창들 사이에는 막이 있고 지방이 더덕더덕 붙어있다. 소 곱창은 바로 소의 소장이다.

-자 이걸 보아라! 지방이 덕지덕지 매달려 있지. 우리가 운동을 게을리 하면 우리 뱃속의 창자들도 이렇게 지방 덩이리가 붙어있고 그걸 내장지방이라고 한다. 내장지방이 많이 붙어있는 소화관은 잘 움직일 수가 없어서 불편하단다.-

유정이는 잔뜩 찡그리고 여명이는 자기 배를 쓰다듬는다.

-그래서 너희들이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것을 할미는 좋아하고 때때로 달리라고 하는 것은 너희들 뱃속에 이렇게 덕지덕지 지방덩어리가 붙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여명) 할머니! 곱창이 참말로 길어요.-

-(유정) 왜 이렇게 길어요?-

-사람도 7m나 된단다.-

-(여명) 손가락 굵기에 7m라고요?-

-(유정) 그게 뱃속에 다 들어있어요?-

-그럼.-

-(여명) 왜 소장은 가늘고 길어요?-

-자 이제 논으로 가서 도랑을 보면서 설명해 줄게.-


할머니는 먼저 큰 냇가에 도착하자 배낭 속에서 카스텔라를 꺼내들고

-내가 저기 징검다리 가운데에서 빵을 잘게 부스러뜨려서 냇물 위로 던질 테니 너희들은 냇가 가장자리에서 물에 떠내려 오는 빵부스러기를 주워 봐라.-

라고 말하고는 징검다리 가운데로 가서 카스텔라를 아주 잘게 부수어서 물에 띄운다. 커스텔라 빵 부스러기들은 물에 풀어져서 쫙 퍼져 흘러가는데 여명이와 우정이는 냇가에서 멀어서 잡을 수가 없다.


할머니는 냇가 길을 걸어 내려가다가 논들이 있는 논두렁으로 걸어간다. 한참 가니 논둑 옆에서 아이들도 건널 수 있는 작은 도랑이 나온다. 할머니는 도랑 양쪽 둑에 여명이와 유정이가 따로 따로 걷도록 한다. 할머니가 카스텔라 부스러기를 도랑 물 위에 띄우면서

-빵 부스러기를 잡아라!-

약간 큰 소리로 말한다.

도랑의 폭이 작아서 물위로 흘러가는 빵 부스러기들을 여명이와 유정이가 쉽게 잡는다. 그걸 본 할머니는

-어떠냐? 왜 소장이 손가락 굵기로 가늘면서 긴 이유를 알겠느냐?-

-(여명) 네. 냇가는 너무 넓어서 빵 부스러기를 잡을 수가 없었는데 작은 도랑에서는 폭이 좁아서 쉽게 잡혔어요. -

-(유정) 좁으니까 흘러가는 빵 부스러기가 잘 잡혀요.-

-소장에서는 우리가 먹은 음식을 모두 소화 시켜서 나온 영양소를 흡수한단다. 소장이 가늘기 때문에 소화액과 음식이 잘 만나 소화도 잘 시키고 빠져나온 영양소도 소장 벽이 쉽게 빨아들일 수 있단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소화를 시키고 조금이라도 더 영양소를 흡수하기 위해서 소장은 가늘고 길단다.-

-아하! 이제 알겠어요.-

-저두요.-


할머니가 휴대폰으로 정육점 할머니에게 들리지 않고 가겠다고 전화를 한다. 펄펄 뛰는 목소리가 저편에서 들린다. 그래도 할머니는 그냥 가겠다고 하면서 휴대폰을 끄고 여명이와 유정이를 데리고 논둑길을 따라 냇가로 나와서 냇가 옆으로 난 길을 걸어서 버스 타는 데로 온다.


林 光子 2009년 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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