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생연 짓기

옛 친구의 집과 친구가 생생연에 준 무쇠 솥

by 임광자 2008. 8. 23.

 

 

 

옛친구의 집과 친구가 생생연에 준 무쇠 솥

 

 

옛고향친구가 전주에서 나를 보러 왔다. 그녀는 32년전 전주로 이사가기 전에 고창읍에서 살던 집을 그대로 두고 가서는 별장처럼 이용한다. 고창이 고향이라서 문득 고향이 그리울 때 버스타고 내려온단다. 친구의 남편은 교사였다.

 

 

 정원을 가꾸고 뒷터에는 텃밭을 만들었다. 그렇게 정성껏 가꾼 집을 아이들 교육을 더 잘 시켜야 된다고 전주에 집을 사고 이사를 갔다. 남편은 고창집을 팔지 않고 별장처럼 왔다갔다 하면서 나중에 늙으면 황토방을 지어서 노후를 보내겠다고 하고서는 5년전인가 세상을 떠나고 이제 둘이 다니던 이 집을 친구 혼자서 다닌다. 그리고 손자들이 친구 데리고 와서 놀다 가고 일년에 몇번은 모두 모여 앞마당에서 삼겹살 굽고 모닥불 피우고 그렇게 고향을 만끽하고 간단다.

 

 

집의 서쪽에는 펌프와 수도가 있었다. 현제 펌프는 오랜세월 자신을 사용하지 않아서 화가 나서 녹이 너무 슬었는지 꿈적도 하지 않는다. 펌트질 한번 해 보려 했는데 ....

오른쪽 저 위에 있는 확독이 욕심이 나서 달라고 하니 세멘트로 고정을 시켜서 떨어지지 않는단다. 그럼 집을 지을 때 달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장독대가 그대로다. 다 빈독이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단다. 간장과 된장 항아리가 있는데 간장은 너무 오래 되어서 말라서 바닥에 소금이 그렁그렁하다. 그 위에 내년 봄에는 되간장을 담아야겠단다. 간장과 된장은 여기서 담아서 자녀들에게 나누어 준단다.

나중에는 사용하지 않은 장독은 몇 개만이라도 생생연에 주면 좋겠다. 그런데 친구는 빈독이라도 이 장독대를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눈치다.

 

 

 감나무가 여러 구루인데 주렁주렁 열려서는 비가 오면 우수수 떨어진단다. 자연이 솎아주고 있다.

 

 

 친구와 이야기 하다가 무쇠솥을 걸고 국밥을 끓일 것이라고 하였더니 자기 집에 무쇠 솥이 있단다. 아주 옛날 조선 솥이라 좋은데 수십년을 사용하지 않고 저기 호박넝쿨이 올라가는 창고 안에 있단다. 나더러 저 속으로 들어가서 무쇠 솥을 조금 들어 올리면 자기는 밖에서 들어 내어 놓자고 한다. 친구가 밖에서 두팔을 안쪽으로 뻗어 내리고 나는 들어올리고 해서 겨우 꺼냈다.

 

저 속으로 들어가니 모기가 다리와 팔뚝을 열군데도 더 물었다. 그제 가서 솥을 꺼냈는데 그 때는 디카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솥 사진을 못 찍었다. 솥을 꺼내서 수돗가에 놓고 물을 담아서 새나 안 새나 보기로 하였다. 물을 담아서 몇 시간을 놓아 두어도 새지 않았다. 얼마나 좋았는지.

 

 

 고구마 밭이다. 앞에 흙이 나와 있는 곳은 외손자가 친구들과 와서 머물면서 호박고구마를 캐서 먹었단다. 뽑혀진 줄기에 작은 것이 달려서 먹어보니 벌씨 맛이 들었다. 속이 샛노란 것이 보기도 아름답다.

 

 

 

 

 

 

  

멀리 보이는 가장 키큰 나무가 석류나무다. 해갈이를 하는지 올해는 석류가 별로 없다.

무화과도 있고 과일나무가 여기 저기 있는데 다 모르겟다.

 

 

생생연에도 저런 확독 하나 가져다가 고추 마늘  생강 젓갈을 넣고 갈아서 반찬 특히 겉저리를 만들면 정말 맛있을텐데 그냥 입맛만 다신다.

 

 앞 마당에는 잔디가 잘 자라고 있다. 여기서 모두 모이면 삼겹살 파티가 열린단다. 모닥불도 피우고^^^^^^^

 

 옛날 집이 그대로. 이 동네는 거의 옛날 집으로 이루어졌다.

 

 

조선 솥이라는 무쇠 솥이 이렇게 녹이 쓸었다. 새나 안 새나 보려고 물을 담아 두었더니 녹이 더 쓴 것 같다. 너무 오래 두어서 손잡이 4개 중에서 3개가 떨어졌다. 어쩜 이사 가면서 걸었던 곳에서 떼어서 창고에 넣을 때 없어졌는지도 모른다.

 

친구에게 사람들이 무쇠 솥을 팔으라고 달라고 하였는데도 주지 않았단다. 웬지 싫더란다. 그러다가 올 봄에는 필요한 사람이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했단다.

 

이 친구가 전주로 이사 가면서 소식이 끊어졌다. 그 전에는 가끔식 나의 어머니에게 찾아가서 내 소식을 듣고 어머니는 친구 소식을 나에게 들려 주었다. 고향을 떠나기 전 친구들은 시장에 온김에 우리 집에 들려서 나의 어머니에게서 내 소식을 들었단다. 그러다가 전주로 이사가면서 나와의 소식이 끊어지고 친구 말로는 45년만에 만났단다. 나는 그 전에 한 번 내가 시골 내려가서 본 것 같은데 말이다.

 

옛 친구는 몇년전 동창 전화번호책을 보고 내 전화 번호를 알고서 서울에 있는 나에게 전화를 하였다. 그래서 우린 다시 연락이 이어졌다.

 

친구가 준다는 무쇠 솥을 내가 가져와야 친구가 전주 집으로 돌아가는데 어떻게 옮길까?궁리를 하다가 어스럼한 저녁 때 소수레지게차에 싣고 오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 이층 시공자가 다른 데서 일하는데 사용할 벽돌을 가지려 왔다. 그래서 부탁을 하니 가져다 주겠단다.  그래서 아주 쉽게 생생연에 가져다 놓았다.

 

이제부터 무쇠솥을 걸 자리를 물색해야 한다. 우선 흙과 돌로 아궁이를 만들고 그 위에 무쇠 솥을 걸고 맨 위에는 시멘트로 발라서 부뚜막을 만들 거다. 그래야 부두막에 뚝배기를 놓을 수 있으니까. 기다리면 무쇠솥에 잡뼈를 고아서 그 진한 국물로 국밥을 만드는 것을 보여 줄 거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밥도 무쇠 솥에 하면 맛있다. 우와! 신난다!

 

林光子 20080823

 

 

사업자 정보 표시
사업자 등록번호 : -- | TE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