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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짓기

여자 하나에 남자 셋

by 임광자 2008. 4. 24.
 

 



여자 하나에 남자 셋


 

여자와 남자는 어떤 관계일까 곰곰 생각해 본다. 왜 여자만 모인 것 보다 남자만 모인 것 보다 남녀가 섞여 있으면 더 분위기가 좋을까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여자만 있으면 음기(陰氣)가 과잉되어 분위기가 침체될 것 같고 남자만 있으면 양기(陽氣)가 더 발동하여 분위기가 붕붕 뜰 것 같다. 남녀가 함께 있으면 음기와 양기를 서로 주고받게 되어 분위기가 좋아진다.  이상한 것은 남녀의 비율이 맞지 않고 어느 한쪽이 많으면 분위기가 더 좋다는 거다. 여자 하나와 남자 하나가 함께 있으면 음기와 양기가 화합을 잘해서 불꽃이 피워지기 쉬어서 탈선하기가 쉽다. 그런데 여자 하나에 남자가 셋이면, 남자 하나에 여자가 셋이면 음기와 양기가 화합하기가 힘들고 불꽃을 피울 수도 없다. 그냥 서로가 기분이 좋을 뿐이다.


내가 공중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시장통을 거칠 때 가장 짧은 거리에는 신발가게와 옷가게가 있다. 신발가게는 지붕이 낮은 옛날집이 북쪽을 향해 있지만 길 건너편에 붉은 벽돌의 높고 긴 이층건물인 은성여인숙이 북풍을 막아 주어 겨울에 아주 아늑한 골목길을 만들어 주어서 신발가게 앞 평상에는 할아버지들이 모인다. 신발가게를 하는 할머니는 아마도 칠십을 훨씬 넘은 것 같고 어쩜 팔십을 넘었는지도 모른다. 허리도 굽고 뒷목 위에는 옛날 쪽을 그대로 지고 가날픈 몸에 겨울옷을 입었다. 나이 들어 추위를 타나보다. 옷가게는 신발가게 끝에서 커브를 틀어 남쪽으로 가는데 골목 바람이 강하게 불어 더운 날씨에도 아주 시원하여 늦봄에서 여름에 할아버지들이 모인다. 이 골목에는 서쪽으로 공간이 있어 거기에 안경할머니가 옷가게 좌판을 차리고 골목 맞은편에 헐어빠진 3인용 소파 하나가 놓여있다. 골목 집 대문들 앞에서 할머니들이 쑥을 다듬거나 나물을 다듬거나 고사리를 말리는 모습이 보인다. 할머니들은 어느 평상에도 없다 오직 할아버지들만 몰려다니며 소일을 한다. 아직은 허리도 굽지 않고 이야기꽃을 피울 때 옆을 지나면서 들으면 기억력도 좋고 목소리에 힘도 있다. 옷가게 할머니는 나이는 들었지만 예쁘장하고 이야기도 잘 들어 주고 응답도 잘해주어 그곳을 지날 적에 보고 들으면 할아버지들과 화기애애하다.


한번은 할아버지들과 할머니가 너무도 다정스럽게 이야기를 하여서 그 앞을 지나기가 무척 미안했다. 내가 그들 앞을 질러서 지나면 서로가 보내는 시선이 막혀서 틈이 생길 것 같아서다. 옷가게 할머니는 새벽에 어둠이 가시려 할 때 이미 나와 있고 저녁에는 어둠이 골목을 뒤덮을 때까지 그 자리에 전기난로 하나를 키고 온 몸을 두꺼운 담요로 둘러싸고 앉아있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는 추워서 몸을 감싸고 있다. 물론 한낮에는 훨훨 털고 의자를 앞당겨 할아버지들과 가까운 곳에 놓고서 담소를 나눈다.


오늘 아침은 할머니 혼자 앉아 있어

“아주머니! 할아버지들이 여기 주르륵 앉아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시면 지나기가 힘들어 다른 길로 화장실 가야겠어요?”

“암. 그래야지, 다른 길로 가야제.”

할머니가 정색을 하고 대답을 한다. 할머니지만 할머니라 부르지 않고 아주머니라 부른다.

“아주머니! 할아버지들이 옷을 팔아 주어요?”

“남자들이 옷을 사간디.”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옷은 잘 팔려요?”

“그냥.”

내가 하루에도 여러 번 그 앞으로 지나지만 한 번도 옷을 파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한번은 내가 옷을 하나 사려고 둘러보았지만 적당한 것이 없었다.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들이나 입을 그런 옷들뿐이었다. 그 할머니는 그냥 집에 있는 것 보다는 그곳에 옷을 놓고 잘 팔리면 다행이고 덜 팔려도 그만인 그런 생각으로 지내는 지도 모른다. 혼자 사시는 분이라면 여러 할아버지들과 담소를 하면서 지내다 보면 음양의 페로몬을 받아서 성격도 밝아지고 마음도 넉넉해질 것이다. 할아버지들 역시 혼자 계시는 분이라면 같은 효과를 볼 것이다.


늙어서는 성생활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정을 주고받는 생활이 기준이 된다. 그래서 부부가 늙으면 오누이처럼 된다고 말한다. 뭐 그렇다고 서로가 이성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눈이 맞으면 뜨거운 로맨스도 이루어지겠지.


林光子 200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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