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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짓기

그녀가 화장실에서 운다는 소문의 진실은?

by 임광자 2008. 4. 23.

 

 

 

그녀가 화장실에서 운다는 소문의 진실은?



“들었는가?”

“무얼?”

“저기 집 짓는다는 여자 있잖은가 그녀가 글쎄 화장실에 울고 나온다네.”

“왜 울까?”

“글매.”


동네 여자들이 방앗간 집 앞 평상에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직도 쪽을 지고 주름이 얼굴에 번데기 보다는 조금 적게 자리 잡은 할머니가 그 길쭉한 얼굴을 사십오도 각도로 기울려 아낙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들으려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쌍꺼풀 수술로 눈은 커졌으나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여인숙 아짐씨는 동쪽에 있는 자기의 여인숙으로 누가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는 서쪽에 자리를 잡고서 이야기에 귀를 제공하면서도 눈은 자기 집을 향하여 부릅뜨고 있다. 허리가 굽어서 걸으면 활이 서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신발가게 할머니는 앉아서도 등이 굽힌 채 고개만 발딱 들고 있다. 사각쟁반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넓적한 얼굴의 아주머니는 평상 아래에서 낫으로 비워왔는지 빳빳한 줄기가 길게 달린 쑥대를 왼손에 든다. 부드러운 끝의 쑥대머리를 뚝뚝 끊어낸 것과 잎을 떼어 바구니에 담고 있다. 제각각 맡은바 일에 충실하면서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팔리지도 않는 것 같은 옷가게를 좌판에 벌리고 있는 할머니가 이야기를 계속한다.


“이상하단 말여, 아침이면 이 가게 앞으로 지나가는데 항상 눈가에 눈물이 머물고 있단 말시.”

좌중을 둘러보고 말을 한다.

“그럴 것 없이 내일 아침에 이 앞으로 그녀가 지나가면 얼른 뒤 따라서 공중 화장실로 가랑 게로.”

쑥을 다듬고 있는 아주머니가 한마디 한다.

“그래야겠네. 백번 들어도 한번 본 것만 못하다고 직접 봐야쓰겄고만.”

여인숙 아주머니가 껌을 짝짝 씹으며 말한다.

“나는 새벽잠이 없음 게로 나도 일찍 가게 앞에 있다가 그녀가 가면 뒤따라가야겠구먼.”

신발가게 할머니가 말을 한다.

“그려들 둘이서 내일 아침에 그녀가 가면 뒤 따라 가서 진상을 알아보는 것이여.”

방앗간 아주머니가 바쁜 일을 끝냈는지 두 손을 허리 좌우에 대고 허리를 쭉 펴면서 말한다.


다음날 아침 신발가게 할머니와 처음 소문을 내기 시작한 옷가게 할머니 두 사람이 그녀가 화장실에 갈 때 뒤 따라 가기로 결정을 보고 각자 자기 일터로 간다.


그녀가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로 가자 뒤이어서 두 할머니가 그 뒤를 따른다. 그녀가 쭈그리고 앉아서 일을 보는 화변기가 있는 가운데 칸으로 들어가자 좌우 양쪽으로 할머니들이 각각 들어간다. 오른쪽으로는 유아용 양변기와 어른용 양변기가 한 칸 속에 나란히 있다. 왼쪽으로는 역시 화변기가 놓여있다. 좌우에 칸에 들어가 앉아서 일은 안 보고 그냥 옆에서 우는 소리가 나는가? 귀만 곤두세우고 어떤 소리든 잡겠다는 태세로 두 할머니가 그녀가 누운 대변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며 긴장하고 있다. 전혀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대변을 뱃속에서 몰아내기 위해서 배에 힘주는 소리만 난다. 그녀가 볼일을 다 보고 물 내리는 소리가 난다. 문을 열고 나오자 신발가게 할머니가 뒤 따라 나와서는 세면대로 간다. 그녀가 세면대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보다가 할머니를 보고는 찡긋 미소를 띠운다. 할머니가 그녀가 사용하는 옆 세면대 앞에 서서 손을 씻는다. 그녀는 손을 씻고는 눈을 비벼 씻으며 눈곱을 떼는 것 같다. 그리고는 눈가에 묻은 물기를 닦지 않고 그대로 안경을 쓴다. 그 때 왼쪽 칸으로 들어간 할머니가 나와서는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역시 그녀의 눈가에는 물이 많이 묻어있고 가는 물줄기 하나가 볼을 타고 내린다. 어쩜 그렇게도 울었던 모습으로 보이는지

“어이! 그렇게 눈만 씻으니 꼭 운 사람처럼 보이는 고만.”

“네?”

“그런 모습으로 내 가게를 지나가기에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 줄 알았잖아.”

“네?”



林光子 200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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