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 소설 39: 호흡기처럼 주변을 다스려라!
가을빛이 짙어가는 저녁때, 노을이 아름답게 서쪽하늘을 단풍산처럼 멋들어지게 만든 날에 아들과 엄마가 마당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둘은 이렇게 앉아서 자주 인생을 논한다. 감나무에는 아직 감이 주렁주렁하다.
“엄마!”
“아들! 무슨 일?”
“친구 잘 골라서 사귀어야겠어요.”
“그럼 좋은 친구는 너를 좋은 곳으로 인도 하지만 나쁜 친구는 너를 나쁜 곳으로 인도한단다.”
“질이 좀 나빠서 그걸 고쳐 주고 싶었는데 잘 안 되어요.”
“지금 너는 그럴만한 시간이 없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싶다.”
“그래요. 저는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제 일생을 두고 써먹을 기초를 다지려고 해요.”
“내 아들 똑똑하네.”
“그거 다 엄마한테 배운 거예요.”
“알아주어서 고맙다. 엄마는 정말 너만 할 때 책 보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의 뇌를 발달시키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했단다. 청춘을 지나고 나서 사회생활이 시작되면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야 하니 기초 공부 하기는 너무 늦단다.”
“그런데 왜 요즘 이렇게 공기가 탁해요?“
“여기는 산 아래여서 나무가 많잖니?”
“맞아요. 산 아래 주택가의 골목을 지나는데 집집마다 단풍이 너무 멋있어요.”
“그 많은 단풍잎을 모아서 썩혀서 흙으로 돌리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가장 쉽게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방법이 태우는 거란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단풍잎을 모아 태우느라 공기가 탁하군요.”
“단풍잎 타는 냄새는 커피 향 냄새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단다.”
“그런데 엄마! 나 호흡기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어? “
“내가 <호흡기 노래>라는 이름으로 써 놓은 것이 있단다.”
엄마가 거실로 들어와서 탁자 위에 잇는 컴과 프린트의 스위치를 누른다. 컴 속에 저장된 <호흡기의 노래>를 인쇄해서 뒤 따라온 아들에게 준다.
<호흡기의 노래>
우리의 호흡기는 깔끔이
더러운 공기는 통과 못해
차가운 공기도 통과 못해
건조한 공기도 통과 못해
더러운 것을 걸러내기 위해
콧속에는 털이 까뭇까뭇 너울거리고
기도에는 섬모가 물결처럼 춤을 추며
지나는 먼지와 세균을 붙잡네.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하려고
콧속에는 혈해(血海)라는
정맥동이 발달하여
지나는 공기를 따뜻하게 하고
차가운 공기가 콧속을 지나
후 비공을 통해
입 속으로 들어가면
입김으로 따뜻해져.
뜨거운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가면
땀이 나서
지나는 공기 속의 열을 빼앗네.
건조한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가면
점막에서 점액이 나와
촉촉하게 만들고
코를 거쳐 입속으로 들어가면
공기는 입김을 머금고
촉촉해져 부드러워져
기관으로 들어가면.
기관 속 점막에선 점액을 내어 놓고
지나는 공기를 다시 검토해서
섬모가 하늘하늘 춤을 추며
세균을 잡아 가래를 만든다네.
기도를 통과한 공기가 폐포에 도착하면
깨끗하고, 따뜻하고, 촉촉하여
조직액을 통해 껑충껑충 뛰어
모세혈관으로 들어가 적혈구 속으로 쏙~~~~~가요.
인쇄물을 다 읽고 난 아들은 엄마에게
“우리 엄마! 정말 아주 쉽게 쓰셨네.”
“이해하기 쉽니?”
“아주 쉬어요.”
“나는 말이다. 네가 지금부터는 사귀는 사람을 호흡기가 공기를 다스리듯이 골라서 사귀기를 바란다. 곰곰 생각해서 주변의 친구들을 정리하는 것이 너에게 좋다.”
“우선 여자 친구부터 정리하려고 해요.”
“맞다 지금 사귀는 여자 친구는 너의 앞날에 도움이 안 된다. 너무 사치가 심하다.”
“여자로서 뭘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네가 잘 보았다.”
“결혼 상대자로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결혼 상대자는 호흡기가 공기를 깨끗하고 따뜻하고 습기 지게 만들듯이 가정을 호흡기처럼 가꿀 줄 알아야 한다.”
“이제 친구들도 일생을 두고 함께 할 친구를 몇 명 골라서 함께 공부하고 인생을 의논할 그런 친구를 골라서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해요.”
“그러는 것이 좋을 거다”
“인생을 꾸리는 것도 기획이고 경영인 거 같아요.”
“우리가 이루는 모든 것이 다 기획이고 경영으로 성취되는 것들이다.”
“엄마! 내 친구가 되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도 나는 너의 참된 친구가 되기 위해서 공부할 거다.”
어버이들은 자녀들에게 오직 공부 하나만을 강조하며 인생살이에 필요한 자질구레한 것은 가르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오직 영어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고 수학공식을 하나라도 더 풀며 앉아 있는 자녀를 보면 그냥 흐뭇하다. 이런 사고방식이 자녀들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그리고 책 속에 박힌 글자들을 대뇌에 입력을 시킨다고 그게 다 쓸모 있는 지식이 되지 않는다는 걸 모른다. 과외로 학원으로 뛰어다니며 남이 풀어쓴 것을 그대로 대뇌에 입력한 것이 얼마나 가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모른다. 문제 하나라도 스스로 풀어가는 과정을 머릿속에 저장을 해야 쓸모 있는 지식이 되어 그 문제를 저장할 때처럼 꺼내서 다시 풀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아들과 엄마는 그걸 잘 알기에 문제 해결을 함께 의논하며 다양하게 책을 보고 꼭 살아가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일을 배우도록 하고 아빠와 함께 여행을 다닌다. 여행을 다니며 남자만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을 서로 가르치고 배운다. 아빠는 젊은 아들에게서 젊은이의 생각을 배우고 아들은 아빠가 살아오면서 저장한 노하우를 아들에게 전수를 한다. 그래서 이 가정에서는 서로가 잘 이해하고 또한 잘 통한다.
林光子 200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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