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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윗사람의 사소한 실수는 아랫사람에게는 사소한 희망이다

by 임광자 2006. 4. 30.

 

 

 

 

 

 

윗사람의 사소한 실수는 아랫사람에게는 사소한 희망이다

 

 

 

연구실에 있을 때 이야기다.

예의 범절이 아주 깍듯이 바른 ㅎ선생님이 계셨다.
하루는
ㅎ 선생님이 이마에 반창고를 붙이고 출근하셨다.
졸병들은 그 이유에 대해서 입방아를 찧게 되었는데...
ㅎ 선생님은 그 전날에 술을 마셨단다. 과 선생님들과 함께..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가장 많이 취하신 모양이다.

 

술판이 끝나 동료들과 헤어져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서
내릴 때 잘못 내리신거다.
이라 가도 집 가는 길이 아니고 저리가도 집 가는 길이 아니라서
칠흙 같은 밤에 이리 저리 헤메이시다가
끝내는 정신이 몽롱해져
그만 전신주에 이마를 박아 버린 것이다.



눈에서 불이 번쩍 나고 정신이 조금 들었다.
그래서 물어물어 파출소에 가서 집을 찾아 달라고 하셨단다.
파출소에서는 ㅎ선생님의 호주머니를 뒤져 수첩을 꺼내

주소를 확인 하고는 편안히 집까지 안내해주셨단다.

 

 

그리고 
순경 아저씨는
"앞으로는 조심하세요, 대학교수님께서 집 가는 길을 잃어버리시면 되겠어요"

 

 

 

실은 집 근처에서 헤메신거다.
집 반대쪽으로 마구 걸어가셨기에 집이 나오지 않았을 뿐...
기억력 좋기로 소문난 선생님께서 집에 가는 길을 잃어버리신거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알았겠는가....가장 어린 전임강사이신

선생님께서 아직도 졸병들과의 정을 생각해서

우리들에게 다 이야기 해 버린거다. 


 

우린 그 소식을 듣고서 얼마나 좋아하고 깔깔 거렸는지

엔돌핀 생산이 100% 로 올랐다.
그렇다. 선생님들께서도 실수를 하셔야
우리들의 실수도 용서 받을 수가 있으니까..


ㅎ선생님께서는 이마의 상처가 다 아물때까지..
기가 조금은 죽고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시고 다니셨다.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삽화 : 李性熙 

글  : 林光子

200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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