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생연 출판사/책 출판 이야기

오늘은 생생연에서 내가 직접 처음 책판 날

by 임광자 2013. 11. 22.

오늘은 생생연에서 내가 직접 처음 책판 날


어제동네 마트에 가 보니 배추 3포기가 들어있는 한 망에 7,500원에 파는 것과 2,000원에 파는 두 종류가 있었다. 7,500원 짜리는 아주 큰 배추가 들어있고 2,000원 짜리는 작은 배추가 들어있다. 일단 한망에 2,000원 하는 것을 살 생각으로 몇 개를 들어보니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이 있다. 이것저것 들어보고 무거운 것을 골라 7망을 샀다. 21포기. 한망에 2,000원 짜리는 손해보고 파는 거라 배추만은 배달이 안 되고 다른 것이랑 함께 사면 배달이 된다고 한다. 나는 집에서 밀대를 가지고 갔다. 처음에 4망을 가져다 놓고 두 번째엔 3망을 가져왔다.

 

 

 


오늘 아침 배추를 절이기 위해서 망을 풀어 다듬고 보니 무거운 3망 배추는 속이 꽉 차고 길이가 길다. 4망은 좀 가볍더니 길이가 짧고 속이 엉성하다. 아무래도 둘이 많이 달라서 사용되는 소금 양과 절이는 시간이 다를 것 같아서 따로 따로 간을 절이고 방에 들어와 쉬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임광자선생님 맞으세요? 

-네.

-전 서울서 사는데요. 고창에 왔어요. 생생연으로 가려고 하는데요?

-지금 김장 하느라 바쁜데요.

-지금 주차장에 와 있습니다. 책을 사려고요.

-주차장이요. 지금 그곳으로 나갈게요.

주차장으로 나가니 그는 주차장으로 통하는 쪽문 앞에 서 있다. 내가 그를 보고 웃자. 그도 웃는다. 그가 생생연으로 들어와서

-혹시 임삼순이 아세요?

-신림면 사는 신삼순을 아는 데요. 제 여학교 친구예요.

-아니 임삼순이가 자기 언니라고 하던데요. 궁평에서 살다가 정읍으로 시집 가서 살아요.

-신림면 궁평에 제 사촌들이 있어요. 저 보다 많이 어리면 잘 몰라요. 20대에 서울로 갔다가 몇 년 전에 고창으로 왔거든요.

-궁평에 임씨들이 많이 살았지요.

-지금은 젊은 사람이 없지요. 모두 도시로 가고.

-김장하러 왔어요. 형제들이 시골에 와서 김장을 해서 서울로 가지고 가요.

그는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전화 내용이 들리는데 임삼순에게 하는 것 같다.

-삼순아! 너 고창에 와서 김장 도와주라.

-......

-야 우리는 김장을 300포기를 해 지금 제수씨랑 모두 왔어. 내가 일은 안 해도 옆에라도 있어야 김장 한 거 얻어 가지.

-전화 좀 바꾸어 주실래요?

내가 전화기를 받아서

-누구 딸이에요?

-월평당숙 딸이에요.

-그렇구나. 나보다 많이 어린가보네. 이쁜이랑, 경순이랑 춘자랑 모두 어디 살지.?

-전주에도살고 정읍에도 살고 그래요.

-가까이 사는 구나. 여름에 놀러 와. 겨울엔 강의실에 난방도 하지 않고 나무들도 다 잎이 져서 썰렁해.

-겨울에 가도 그런 데로 괜찮지요. 뭐.

-눈이 오면 ...참 정읍도 눈이 많이 오지. 그래 놀러 와.

오랜만에 친척들이 가까이 산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분 좋다.



강의실 앞으로 와서 현관문을 열고 내가 들어오는데 그가 가만 서있다. 내가 뒤돌아서서

-무순 책을 사시려고요?

-그냥 첫 권 하나 사려고요.

나는 세포의 삶과 왜 우린 먹고 소화시킬까? 두 권을 가지고 나갔다가 세포의 삶을 다시 들여놓고 -왜 우린 먹고 소화 시킬까?를 내밀면서

-한 권만 사신다면 세포의 삶 보다 이 책이 더 나을 것 같아요. 앞으로 출판되는것도 사실래요?

-아니요. 제가 선생님 블로그에서 올린 글을 다 읽어요. 같은 고향 사람인데 한 권은 사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고향 온 김에 찾아온 거예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시리즈를 계속 내지 않는다면 한 권 쯤 찾아온 팬에게 주어도 되지만 앞으로 50권 가까운 책을 출판할 계획이 있어 팔아야 계속 출판을 할 수 있어서 돈을 받았다. 조금은 미안하다.


그가 주차장으로 나와서 차를 타는 것이 아니라 길 쪽으로 걸어갔다.

-아니 차타고 온 게 아니에요?

-친구와 같이 왔어요. 친구가 저기서 기다려요.

말하면서 걸음을 빨리하면서 책을 든 손을 번쩍 들고서

-이 책 안에 있는 글 선생님 블로그에서 다 읽었어요.

라고 외친다. 그건 잘못 생각한 거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어디까지나 초고맛보기다. 책의 내용과는 다르다.


오늘 생생연에 와서 책을 직접 사간 것은 처음이다. 아직까지는 통신판매만 했다.


아참 생생연 지은 시공자가 자잘한 일을 돈을 받지 않고 많이 해 주어서 고마워서 책이 나왔으니 가져가든지 주소를 알려 달라고 하였더니 와서 가져간다고 하고서는 왕새우 한 박스를 사가지고 왔었다. 그래서 내가

-나는 돈을 더 좋아하는데요. 이 비싼 것을 샀어요.

-그냥 샀어요.

-잘 먹을 게요.

그 때는 현금을 받은 것이 아니니까 판 것이 아니고 서로 물물교환을 한 것이니 팔았다고 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는 고창에서 사는 사람은 한 사람도 책을 사가지 않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농협에 인증서 문제로 가서

-이거 연장 하지 않을래요.

-그러세요. 그래도 돼요. 그런데 책을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요?

-책 나왔어요. -우리 몸의 비밀을 찾아서 시리즈를 내고 있는데 지금 두 권이 나왔어요.

-다음에올 때 가지고 와요.

-통신판매만 하는데 사셔야 해요. 책을 팔아야 계속 책을 출판할 수 있거든요.

-가지고 오세요.


그냥 말까 하다가 일주일이 넘어서였든가 책을 가지고 찾아가서 창구에 앉아있는 여직원들을 보니 얼굴이 헷갈려서 머뭇거리는데 한 직원이

-누굴 찾아오셨어요?

-책을 갖다 달라고 해서 가지고 왔는데요.

그러자 모두 고개를 들고 나를 본다. 그 때 나에게 책을 부탁했던 얼굴이 보여서 그 앞으로 가서

-책 가져 왔는데요.

말하고 책을 내밀자

-이걸 그냥 주시면 어떡해요?

-책값을 내셔야지요.

그녀는 그냥 나를 보며 웃기만 한다. 갑자기 괘심한 생각이 든다.

-책값을 내지 않으려면 책 주세요.

말하고는 책을 받아 들고 나왔다. 정말 창피하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부터는 책값 선불하고 주문한 사람에게만 팔 생각이다. 오늘처럼 찾아와서 사가는 사람에게도 팔고 ...


오늘 생생연에 찾아와서 책을 처음 사간 유동0님 정말 감사 합니다.


2013.11.22.  林光子


사업자 정보 표시
사업자 등록번호 : -- | TE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