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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이야기

다슬기와 눈쟁이 잡아다 미나리 못에 넣다.

by 임광자 2013. 5. 25.

다슬기와 눈쟁이 잡아다 미나리 못에 넣다.



생생연에 출판 의뢰가 들어 온 책의 출판후기를 쓰려는데 스토리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글을 쓰다가 스토리가 매끄럽게 떠오르지 못할 때는 들로 산으로 나가 걷는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다슬기와 우렁이를 잡으러 집을 나셨다. 장화를 배낭에 넣고 작은 플라스틱 바커스 속에 손잡이 스텐 망 바구니를 넣어 들고 가벼운 신발을 신고 걸었다. 동네 아주머니의 논 옆 계곡에 다슬기와 우렁이 많다고 하여서 그곳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그 아주머니가 말한 계곡을 찾지 못해 월산 마을 아래 고창천의 원류가 되는 냇가로 갔다. 이곳에서 다슬기와 눈쟁이를 잡아 와 미나리못에 넣었다.

 

집을 나서 동쪽으로 한길을 따라 한 40분을 넘게 걸으니 왼쪽으로 꺾어진 도로 위에 공설 운동장으로 가라는 화살표 안내판이 나온다. 공설운동장 안내판을 보니 얼마전 이웃 아주머니와 나누웠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저씨는 오셨어요?

-밤 9시까지 논에서 일하고 와요.

-밤에 뭐가 보여요?

-밤에도 경기 연습한다고 불을 밝혀서 논이 훤하데.

-그럼 공짜로 전깃불 키고 일을 하네요.

-그래서 시원할 때 일한다고 밤늦게 집에 와요.

아주머니가 한말이 생각나고 논밭이 수월에 있다는 말이 생각나서 그 쪽으로 일단 가보기로 했다. 공설운동장으로 가니 사방이 건물이다 논밭으로 가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어슬렁거리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다슬기와 우렁이 잡으러 가려는데요. 여기서 논으로 가는 길이 없나요?

-여기서는 없어요. 여기 뒤는 산이고요. 저기 길로 내려가서 쭉 가면 논이 조금 있던 데요.

-그럼 월산으로 가야 하나요?

-저는 여기 살지 않아 지리는 잘 모르고 버스를 타고 왔어요.

-그럼 오던 길을 다시 내려가야겠네요.

-오면서 보니까 그래야 논이 있는 데로 갈 수 있어요.


오던 길을 다시 내려 걷는데 왼편으로 아모르 모텔이 보이고 수월 2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어허..아주머니 논이 수월이라고 하였는데 이곳으로 가면 빨리 갈 수 있겠다.

생각하고 그 길로 접어들어 걸었다. 가도 가도 밭만 보이고 논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어디선가 호미질 소리가 들린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호미질 하시는 분! 논이 많은 데로 가려면 어디로 가요?

소리를 질렀더니 담벼락 끝의 안쪽에서 남자가 나온다.

-논이요? 그리로 쭉 가면 나와요.

다시 걸었다. 마침내 논이 나온다. 나는 베낭에서 장화를 꺼내고 신고간 편한 신발을 벗어 넣고 장화를 신었다. 못자리도 보이고 집도 몇 채 있다. 못자리에서 할머니가 풀을 뽑고 있다.

-할머니! 다슬기랑 우렁이 어디에 많아요?

-여긴 그런 것 없어요.

사실상 내가 오면서 봐도 논에 물이 가득 채워졌는데 우렁이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어렸을 적에는 이맘때쯤에는 논에 우렁이 많았다.

-수월에 논이 있다는 이웃 아주머니가 계곡에 다슬기 많다고 하던데요.

-그 아주머니가 어디 사는 데요?

-시장통 명동양화점이요.

-그 아주머니 논 옆에는 계곡이 있어요. 저쪽으로 가면 그 집 논이 있어요.

저기 운동시설 울타리를 따라 걸어가요.  

주변의 논 임자가 어디 살고 있는지 다 알고 계시는 할머니 말에 깜짝 놀랐다. 연습장인지 경기장인지를 따라 걷는데 밭만 나온다. 아마도 이곳에서 연습하느라 밤에도 불을 밝힌 것 같다. 손으로 가리키는 쪽으로 걸었다. 그런데 논둑길로 접어들어 걷다 보니 길을 잘못 들었는지 계곡이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큰소리를 질렀다.

-명동양화점 아저씨 없나요?

서너 번 소리를 질렀으나 논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서 아무도 대꾸를 하지 않는다. 논에는 모를 심기 위해서 물이 가득 채워지고 논둑길 위에는 풀도 모두 제거되고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그러나 논의 물에는 수생동물이 전혀 없었다. 아마도 요즘에는 농약을 치기 때문에 생물이 모두 전멸을 당한 것이다. 오직 벼만이 살 수 있는 곳이 되어 버렸다. 연습장을 따라 걷다가 등지고 동쪽으로 걸었어야 하는데 방향을 잘못잡고 걸었다. 그 때서야 이제는 알고 있는 냇가로 가야 한다는 것이 생각난다. 할 수 없이 그냥 논둑길을 가로 질러 월산 쪽으로 갔다. 걷고 걷었더니 무릎이 아픈 것이 아니라 가쟁이 즉 서혜부가 아프다. 목도 마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물병을 가지고 오는 건데 빙빙 돌아서 걷고 걷다 보니까 시간이 예상 보다 훨씬 많이 걸린다. 마침내 냇가에 도착했다. 고창천과 이어지는 곳인데 물도 적고 논들 보다 훨씬 지대가 낮았다. 그러니까 논에 물을 대는 곳은 이곳이 아니고 내가 지나 온 곳의 어느 지점의 훨씬 위에 있는 계곡이었던 거다. 냇가로 내려갔다. 다슬기가 조금 있다. 깊은 웅덩이에 눈쟁이가 무지 많이 있다. 스텐 망 바구니로 잡았더니 잡힌다. 우와 이제 되었다. 가지고 간 플라스틱 바커스에 냇물을 담고 보이는 데로 다슬기를 잡아넣고 눈쟁이를 잡아넣었다. 그리고 한길로 올라와 집으로 걸었다. 쉬다가 걷다가 쉬다가 걷다가 쉬엄쉬엄 그렇게 걸었다. 아침에8시 쯤에 집을 나셨는데 집에 오니 낮 열두시 가까이 된다.

 

 

 

 

 

 

 

 

 

 

 

 

미나리못(미나리광)

 

 

대낮에 사진 찍으니 좀 흐리다.

 

저녁 때 사진 찍으니 바닥의 다슬기까지 보인다.

 

 

 

오래도록 잘 살기를 두 손 모아 빈다. 다슬기와 눈쟁이를 미나리 못에 넣고는 물을 엄청 마시고 밥을 실컨 먹고 방에 들어와 한숨 자고 일어났다. 저녁 때가 되니 살것 갔다. 자고 나니 피로가 풀린다. 그러나 앉아 있을 때는 괜찮은데 일어나 걸으면 다리가 기름 떨어진 기계 같다. 당분간 덜 걸어야겠다.

 

 

2013.05.25.  林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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