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투성이로 만들어진 민어 매운탕 밥상
오늘은 고창 장날(9월18일)이다. 아침에 직접 잡아다 파는 노점상 생선 아주머니에게 갔다.
-오늘 매운탕거리 있어요?
-응 민어가 있는데
아주머니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큰 민어 한 마리가 곱게 누워있다. 그걸 사면서 새끼돔 몇 마리와 대합을 덤으로 준다. 내가 새끼돔을 보고
-너무 작아서 맛이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내 말에 옆에 서 있던 할머니가
-저렇게 작아도 매운탕 끓이면 맛있어요.
-민어 매운탕에는 무얼 넣어요?
-시원하게 무만 넣고 끓여요.
채소 단골 가게에 가서 무를 사가지고 와서 민어를 손질 하면서 내장을 모두 떼어내고 부레만 다시 토막 친 민어 속에 넣었다. 치아가 덜 좋다고 해서 흐물흐물한 무를 먹으라고 썰어서 다시마 조각을 넣고 삶았다.
마늘을 다져 넣고 마른 생강 조각을 넣고 대파를 송송 썰어 넣고 풋고추를 어슷 썰어 놓고 붉은 청량고추를 씨를 빼고 다져 넣고 양파를 썰고 그 위에 된장 조금 고추장 그리고 고춧가루를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앉혀놓은 민어 위에 끼얹고는 잘 끓였다. 그런데 뭔가에 홀린 듯이 엉뚱하게도 갑자기 들깨가루를 냉동실에서 내어서 물에 개어서 끓고 있는 매운탕에 넣었다. 찌개를 끓일 때면 언제나 들깨가루를 넣던 버릇이 시원하게 끓여야 할 민어 매운탕에 넣었더니 특특하고 탑탑한 맛이 되어 버렸다. 시원한 맛은 이미 도망갔다. 그래도 어쩌랴 그대로 민어 두 토막을 넣어 밥상에 올렸다.
오늘은 부침개가 푸짐하다.
저기 매운탕을 깨끗히 비웠다.
잘 먹어 주어서 감사하다.
부침개는 운전할 때 졸리면 먹는다고
먹고 남은 것은 갈 때 가지고 간다.
그래서 오늘은 더 많이 만들었다.
오늘은 실수투성이다.
곡식을 페트병에 넣어두고 먹는다. 페트병에 녹색의 현미쌀이 보여서 현미찹쌀인줄 알고 거기에 하얀 찹쌀을 혼합하여 담갔다가 밥을 하였는데 현미멥쌀이어서 밥이 좀 딱딱하였다.
오늘 밥상에 오르지 못하여
일부를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맛있게 만들어져
다음에 그대로 녹여서 상에 올리려고.
재료는 돼지살고기와 꽈리고추와 마늘과 실삼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장조림을 하려고 지방이 제거된 돼지고기를 어젯밤에 월계수 잎을 넣고 삶아두었다. 그걸 아침에 찢어서 놓고 꽈리고추를 넣고 깐 마늘 그리고 실삼 몇 뿌리를 넣고 간장과 물을 조금 넣고 식용유를 조금 치고 장조림을 하였다. 맛이 좋았다. 그런데 이걸 해놓고는 그대로 두고 밥상에 올리는 것을 내내 잊고 있다가 강의 하다가 밥상을 보니 만들어 놓은 장조림을 밥상에 올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 거다. 강의 하다 말고
-정말 오늘 내 정신이 나갔나보네요. 장조림을 해놓고 올리지 않았어요.
강의 듣다가 뜬금없이 내가 하는 말을 듣던 수강생이
-밥 잘 먹었습니다.
내가 미안한 얼굴로 수강생을 보며
-그대로 냉동 시켜 놓았다가 다음에 놓아야겠어요.
오늘은 부침개 재료를 많이 해놓아서 만드는데 시간을 너무 잡아서 시간에 쫓기게 되었다. 부랴부랴 서둘러서 12시에 밥상을 차렸다.
수강생이 정오를 조금 넘어서 커다란 사과가 든 검정봉지를 들고 현관문으로 들어선다.
-오늘 민어매운탕을 맛있게 만들어드린다고 서둘다가 들깨가루를 넣어서 맛이 엉망이 되었지만 영양은 더 좋을 겁니다.
-괜찮습니다. 맛있습니다.
수강생이 탕을 남기고 밥을 다 먹으려고 해서
-밥을 남기고 민어를 드세요.
말하니 밥을 남기고 민어를 다 먹었다. 묵은 김치를 먹더니
-맛있네요.
-신 것을 싫어해서 좀 짜게 담았어요. 그 대신 잘게 썰어요. 조금씩 드시라고요.
-맛있어요.
김장김치 속에 청둥호박과 차조기차를 넣어서 먹어 본 사람들이 맛있다고 한다.
부침개는 애호박을 썰어서 부침가루 묻히고 계란을 풀어 입혀서 부치고, 채소전 재료로는 들깻잎과 감자와 양파를 채 썰고 오징어채를 물에 불려서 잘게 썰고 찹쌀가루와 멥쌀가루 그리고 부침가루 조금 넣고 계란을 풀어서 반죽을 하였다.
다음에는 정신 바짝 차리고 음식을 만들어야겠다. 그래도 수강생이 맛있게 먹어 줘서 고맙다. 그 동안 비가 너무 와서 쑥 생즙은 생략하였다. 수업 중간에 포도를 믹셔기에 갈아서 주스를 만들어 주었다.
오늘 강의는 신경계였다. 12시 30분에 시작하여 5시에 끝냈다. 워낙 기초가 튼튼하여 강의 속도를 낼 수 있어서 좋다.
2012.09.18.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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