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품앗이 뒷이야기
설 명절이 곧 돌아온다고 모양성 미장원에 할머니들이 모여서 파마를 하고 있다. 미장원 안쪽에는 열린 방이 있는데 항상 뜨끈뜨끈하여 할머니들이 아랫목 이불을 덮고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제는 그 앞을 지나가는데 출입문 유리창 너머로 아는 할머니가 손짓을 하며 들어오라는 시늉을 한다.
-아이고 오늘은 손님이 많네요. 신림면에서 여기까지 머리하러 오셨어요?
-설에 서울 가는데 예쁘게 하고 가야제.
-설쇠러 서울로 가요?
-아이들이 모두 내려오려면 힘들고 또 설 지나고 바로 출근을 해야 하니까 내가 올라가는 것이 편해. 제사도 서울서 지내.
-잘 하셨네요.
-나 혼자만 서울로 가면 되고 참 편해.
머리에 파마약을 바르고 비닐 모자를 쓰고 있는 할머니가
-나는 서울서 다 내려와. 파마하고 가서 음식 만들어야해.
-할머니도 서울로 가시지요. 그럼 편하실 텐데.
-아직은 지앙을 주고 싶지 않아서 내가 모시고 싶어서 여기서 차례도 제사도 지내. 힘들어도 그게 좋아. 영감이 여기서 한평생을 살았는데 서울로 가면 낯설 것 아녀.
지앙은 신주를 말한다. 할머니 말을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다.
-할머니는 어디서 오셨어요?
-나 아산면에서 살아.
미장원 사장님이 손에 딱 붙은 고무장갑을 가지고 와서 한 켤레씩 선물로 준다. 머리 커트를 하고 큰 거울 앞에서 작은 거울을 손에 들고 뒷태를 보고 있던 아주머니가
-나도 하나 주어요?
-그려.
사장이 말하며 한 켤레를 더 가져다준다.
모두들 손에 탁 달라붙는 고무장갑을 갖기를 원하기에 나는 그녀들에게 물었다.
-그 고무장갑 끼고 무얼 해요? 일회용 장갑도 있잖아요?
할머니들이 묻는 나에게 미소를 짓는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표정이다.
-이걸 끼고 면장갑을 끼고 김장할 때 마늘 까면 손가락이 아프지 않아서 참 좋지. 일회용 장갑은 금방 망가져서 안 좋아.
-마늘을 얼마나 까는 데요?
-들통으로 하나?
-우린 들통으로 하나 조금 못되게 까고 나면 손가락이 아파.
-네?
-우린 김장을 300포기 해.
-우린 200포기 해.
-혼자서 그렇게 많이 해요?
-혼자서는 못하지 품앗이를 하지.
-품앗이를 하면 그 쪽에 가서도 해 주어야 하잖아요.
-암 그래야지.
-우리 집은 200포기 하는데 다른 집은 600포기를 하거든.
-우와! 세배나 되네요. 그걸 함께 해요.
-그러니까 김장하고 나면 아파. 우리 것은 적은데 그쪽은 많아서 몸살이 나지. 그래도 어쩌겠어? 혼자는 200포기를 다 못하니 품앗이를 해야 하니까 해 주어야지.
-우린 300포기를 하는데 다른 집은 400포기를 하거든 또 한집은 500포기를 해.
-내가 품앗이를 하는 집도 세집인데 한집은 600포기지만 다른 집은 400포기여.
-그렇게 많이 김장을 해서 도시로 간 자녀들에게 보내주시는 군요.
-암. 지금은 세상이 좋아서 바로 택배로 보내.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새끼들 내 땅에서 기른 것으로 김장을 해서 보내주어서 먹도록 해야지. 수입산 사 먹게 할 순 없지.
-거 뭐시냐? 신토불이랑게.
김장철에 전통시장에 가면 택배용 커다란 김치통이 많이 나오고 많이 팔린다. 김치통의 크기는 김치 냉장고에 그대로 넣어 두고 먹도록 만들어져 나온다. 시골 김치가 맛이 있다.
할머니들이 한참 수다를 떠는데 잠간 시간이 난 사장님 오늘은 손님이 많아서일까 얼른 떡볶이를 맛나게 해 가지고 나온다.
-얼른들 드시오. 머리에 중화제 뿌려야하니까.
내가 떡볶이 하나를 이쑤시개에 끼워서 먹으려는데 초딩생 남아 두 명을 데리고 아주머니가 들어온다. 나는 얼른 일어나 자리를 비켜주고 밖으로 나왔다.
-언니! 더 먹고 가.
사장님이 부른다.
-아냐. 손님에게 자리를 내 주어야지 다음에 올게.
모양성으로 걸어가면서 생각한다. 도시 사람들 시골에 김장을 부탁하여 사 먹으면 어떨까?
2012.01.21.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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