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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이야기

하거리 당산에서 추억을 되새기다.

by 임광자 2012. 2. 19.

하거리 당산에서 추억을 되새기다.


나는 여러 포털에 블로그가 있어 동시에 글을 올린다.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우리 집 옆의 한길을 따라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린일이 있다.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조선 블로그에 댓글이 붙어 읽어보니 바로 지금은 하거리당산 공원으로 조성된 곳에 집이 있다던 여학교 후배의 댓글이었다. 그녀는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이민 가서 지금은 미국에서 간호사로 병원에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어릴 적에 다니던 길 사진이 올라와서 너무 반가워요. 제가 살던 집은 헐리고 지금은 공원이 되었다고 해요. 그곳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요.


그녀는 나 보다 한참 후배라 직접 만나지는 못했고 그녀의 언니들 이름을 들으니 나와 일이년 선후배 사이였다. 그녀의 블로그에 가서 그녀의 사진을 보니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의 선배, 그녀의 언니 모습을 닮았다. 닮은 모습만 보는데도 참 반가웠다. 고향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고향을 떠난 사람들을 위해서 고향소식을 사진으로 인터넷에 올려주면 타향살이 하는 사람들의 향수를 달래주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인터넷은 세상을 한동네로 만들었다. 인터넷이 되는 곳이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방안에서 글로 서로 주고받으며 오순도순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세상은 변했다.


오늘 집에서 오 분도 걸리지 않는 하거리 당산 공원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어릴 적 자주 갔던 두부집이 거기에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작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선배집이 있고 조금 더 가면 아주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지금도 그 나무는 고목이 되어있다. 그 나무를 지나서 두부집이 있었다. 두부를 사러 자주 갔던 생각이 난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저학년에 다니던 때에 그곳에 자주 갔던 것 같고 내가 어려서 작은 만큼 그 골목길은 길었고 나무는 엄청 컸다. 지금 한길에서 그 큰 나무를 보니 아주 가까이 있다.



 

하거리 당산 공원은 한길과 고창천 사이에 걸쳐있다.

작년에 한길 쪽에 집이 있어 골목길로 이어지더니

그 집이헐리고 확 트이게 되었다.

 

 

 

한길 쪽에서 본 하거리 당산

멀리 돌탑이 보인다.

돌탑 왼쪽으로 정자나무가 보인다.

 


지금 보이는 한길의 오른쪽에서 골목길은 시작되어 저기 보이는 정자나무 쪽으로 사선으로 조금은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나무를 지나서까지 뻗어있었다. 훗날 전북미스로 당선된 노시옥 선배가 골목을 한참 들어가서 오른쪽 집에 살았다. 그 언니 아버지가 어느 신문사의 기자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그 언니는 맑고 뽀얀 우윳빛 피부에 늘씬한 키로 학창시절에도 뛰어난 미녀였다. 내가 여고시절 규율부를 맡았을 때 우리 동네의 학생이 무단결석을 오래하면 나는 주소를 알아서 전부 찾아다니며 왜 결석하였는지 이유를 묻고 결석계를 받아서 규율부 선생님에게 제출하곤 하여서 누가 어디에 사는지를 알고 있었다.

 

 

공원 가장자리 옆에는 긴의자가 있다.

 

 

여름엔 등나무가 햇볕을 가려주어서

산들 바람이 솔솔 불어올 것 같다.

 

 

왼쪽에 정자나무가 있고 가운데

키 작은 돌탑에는 고창읍내 수구라고 쓰여 있다.

맨 오른쪽에는 돌탑이 높이 서 있다.

돌탑에 글씨가 있는데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가까이 가서 볼 수 없어 무슨 글인지 알 수 없다.

 

 

 

돌탑 아래에 있는 비석.

 

 

 

돌탑이 아주 높다.

할아버지 당산은 키가 크다.

 

 

 

 

 

어릴 적에도 무척 컸던 나무.

아래부분의 오른쪽 줄기가 잘려 나갔다.

 

 

오른쪽 큰 줄기가 잘려 나갔어도 크다.

 

 

 

 

 

 

 

고창천 둑위 2차선 옆길에서 본 비석.

 

 

고창천쪽에서 본 플래카드.

 

 

 

옛날에는 이곳이 숲이었다.

 

정자나무와 할아버지당 사이에 있는 고창읍네 수구라고 새겨진 비석.

 

이곳에 있던 집들이 모두 헐리고 이제 골목길도 없어졌다. 고창 읍내를 보면 옛것은 모두 없어지고 현대식 건물과 길만 남았다. 추억을 되씹기에는 너무 많이 변했다. 옛시에 "산천은 유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다". 라는 글이 있지만 내가 청춘시절에 공부하러 서울로 갔다가 40년 넘어 다시 돌아오니 옛사람도 산천도 모두 변해서 낯설은 고향이다. 그대로인 것은 모양성과 고창천인데 그곳도 옛날 모습이 아니다. 추억은 머릿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2012.02.19.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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