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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이야기

스트레스 풀기

by 임광자 2011. 12. 12.

 

 

 

 

 

스트레스 풀기


홀로 사는 할머니가 와서는

-정말 어처구니없고만.-

한숨을 길게 쉰다. 나는 물끄러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할머니를 바라본다.

-글씨 우리 땅에 집을 짓고는 월세를 받는 사람들 있잖아? -

-아 그 조그마한 집. 너무 낡아서 거기 사는 할머니가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춥다고 말하고 다니는 집. 그 집이 어때서요? -

-블로크집이 다 그렇지 뭐. 지금까지 땅세 한 푼도 안 주면서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세를 받고 있잖아. -

-설마요. 남의 땅에 건물을 짓고 월세를 받으면 당연히 땅세는 주겠지요. -

-아녀. 30년 동안을 한 푼도 한 주고 자기도 속아 샀다고 오히려 큰 소리여.-

-땅세 때문에 화났어요?-

-아녀. 봄에 와서는 싸게 줄 테니 사라고 하잖아.-

-사면되잖아요.-

-봄에 돈이 없어서 사기는 사야 하는데 지금 당장은 돈이 없다고 말했더니 돈이 준비되면 오라고 하더구먼. 그래서 어제 그 집에 가서는 얼마 받겠느냐고 물으니 지금 돈이 얼마 있어요? 묻기에 얼마 받을 건지 말하면 여기저기서 돈을 구해보겠다고 말하면서 싸게 준다고 하였으니 얼마를 받을래요?

물으니 영감 앞으로 등기는 되어 있어도 큰 아들에게 물어 보아야지. 그래서 내가 땅이 12평이고 길로 나가있는데 그 길이 지적도에는 없는 개인들이 땅을 내놓아 낸 길이니 사용할 수 있는 땅은 몇 평 되지 않고 재산세만 내지요. -


할머니가 길게 분노의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계속한다. 나는 그냥 할머니가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화가 풀리시기를 기다리며 듣기만 한다.


-어제 저녁에 집에 와서 집을 새로 지을 때 경계측량 한 것을 보니 그 건물의 삼분지 일이 내 땅에 지어졌고 한국지적공사에서 보낸 서류에 실제 땅의 경계는 검은 선으로 되어있고 내 땅을 침범한 것은 붉은 점선으로 되어 있더군, 더군다나 군청 건축과에서 뗀 지적도를 보니 그 집의 땅 평수가 10평이 넘고 11평은 못되더라고. 이크! 큰일이다 말을 잘못했구나 하고서는 그 집에 전화를 했지. 어제 잘못 말한 것이 있어서 전화를 했는데요. 집의 건물이 우리 땅에 지은 것까지 합해서 열두 평이고 땅은 11평이 못되어요. 거기다가 길로 나가있고요. 그 여편네가 지네 건물의 삼분지 일이 내 땅에 지어졌다고 하니 도저히 믿지를 안하더군요. 뭐 자기며느리가 그 때 보았는데 벽이 경계선에 있었다고 하드라면서. 처마가 40cm 넘게 나온 것은 생각도 안하드라고. 그리고 무슨 대지 경계선이 사각형처럼 직선이야 구부러지기도 하고 비스듬히 기울기도 하지. 자기도 경계측량을 꼭 하겠다고 그러더군. 그래서 꼭 대한지적공사에서 경계측량을 하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고 여기 왔어요. -

 

할머니가 이번에는 입술을 툭 내밀고 한숨을 내 뱉고 있다. 속에서 열불이 나나 보다. 그래도 붉으래하던 얼굴색은 가라앉은 걸 보니 화는 조금 가라앉았나 보다. 나는 여전히 밝고 온화한 얼굴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기만 한다.

 

-오늘 복덕방에서 전화가 왔어요. 바로 그 집을 복덕방에 내 놓았다고 혼자 사는 할머니가 사려고 하는데 우리 집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서. 그래서 전화를 한다고 해서 그 집이 우리 땅에 삼분지 일이 지어지고 그 집 땅은 10평이 조금 넘는데 반가량이 길로 들어가서 이용 가치가 없다고 했지.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서 나에게 싸게 팔지 않으면 앞으로 땅세를 받겠다고 했지.-

 

나는 시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해 주었다.

-그 아주머니 시장에서 수십 년을 장사를 한 사람이라 보통이 아니래요. 뭐 화통한 면도 있지만 이권관계에 있어서는 더럽다고 해야 하나. 좀 그렇데요. 그러니까 봄에 싸게 준다고 한 말부터 믿을 게 못 되어요. 말을 이리저리 바꾸면서 할머니를 갖고 놀려고 하지요.

-혼자 산다고 무시하는 거지.

-제가 있잖아요. 저는 할머니 편이에요.

-맞아 이런 이야기라도 들어 줄 사람이 여기에 있으니 내가 화병이 나지 않지. 그런데 내 이야기를 듣느라 스트레스 쌓였을 텐데 어떡하나?-

-저는요 할머니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정말 오늘 좋은 소재거리를 들었구나 하면서 스트레스 풀어요.-

-그러니까 나는 말로서 스트레스를 풀고 댁은 글로써 스트레스를 푸네그랴.-

-그러니 앞으로도 화난 일이 있으면 저에게 다 이야기 하세요.-

-참 좀 이상하네. 그 복덕방 말이야.-

-자세하게 알고 싶으면 전화 해 보세요. 할머니 아는 복덕방이 예요?-

-글쎄 모르는 복덕방인데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았지.-

-어떻게 할머니 전화를 알았는지 그것도 이상하잖아요.-

 

할머니가 핸드폰으로 복덕방에 전화를 한다.

-아까 전화 하셨지요. 그 집에요. 앞으로 내 땅에 건물을 지어 이용하고 있으니 땅세로 일 년에 오십만 원 내라고 할 거예요. 그 집이 이용하고 있는 땅이 공용주차장 앞이거든요. 그리고 그 앞뒤로 여분의 땅이 있지만 그 건물 때문에 이용을 못하고 있으니 큰 손해지요. 그러니 일 년에 오십만 원은 받아야지요.-

-할머니 아들이오늘 아침에 복덕방에 전화 했어요. 집 내어 놓는다고요. 아주머니 전화 이야기 듣고 아들한테 이야기하니 자기네도 속아서 샀다고 그러더군요.-

-속아서 샀으니까 자기도 사기쳐서 남의 땅에 집을 짓고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네들한테 팔려고 해요. 나한테 싸게 팔테니 사라고 해서 그 동안 남의 땅에 집짓고 월세 받으면서 미안하다고도 땅세도 한푼 안 냈고 지내더니 이제 양심이 좀 드나 보다 했더니 복덕방에 내어 놓고 사기치려고 해요. 어제 그 집에 가서 얼마에 팔거냐고 싸게 준다고 했으니 싸게 달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하면서도 복덕방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어요.

 

할머니 핸드폰 가까이 귀를 기울이니 상대편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일 그 지적도 보러 제가 갈게요. 집에 계시지요.-

-내일 기다릴 게요.-


할머니에게 귤을 내어 준다.

-귤이 아주 달아요.-

-누가 주었는데 달더라고요. 단 것을 먹으면 화도 조금 풀릴 거예요.

할머니! 내일 복덕방 아저씨한테 잘 말해서 집을 샀으면 좋겠어요. 그럼 정말 스트레스 확 풀릴 텐데요.-

-그랬으면 좋겠어. 내 땅을 찾아 놓아야지 누구한테 주던 끝이 깔끔하지.-

할머니가 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의 미래를 생각한다.



2011.12.12.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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