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연꽃들과의 속삭임
내가 만든 작은 연못가로 갔더니 보슬비가 두런두런 내리는데 연꽃들이 환한 웃음으로 이 정도의 비는 견딜 수 있다며 활짝 웃으며 나를 맞는다.
오늘 이렇게 우아한 너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나는 행복하다.
벌도 한마리 들어와 너의 종족보존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구나!
언제 피려나?
지금까지 너희들은 아침 일찍 피었다가 오후에는 꽃잎을 닫았는데 말이다.
어제 비가 너무 와서 세찬 우중에서 피었던 연꽃은
아예 꽃봉오리를 아래로 축 내려놓고 있더니
오늘 보니 꽃잎이 다 떨어졌구나.
내 품속에서 노니는 벌이 3시 방향에서 6시 방향으로 자리를 옮겼네.
비가 와서 네 향기가 빗물에 녹아서 덜 날아 덜 풍길지라도
그래도 향기나는 관상용 백련이라서
역시 벌을 부를 수 있는 향기는 있나 보다.
황금을 품고 하얀 너울을 두르고 있는 네 모습이 어쩜 이리도 아름다우냐?
그냥 너를 본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오행에서 황금색은 흙이고 임금이며
백색은 쇠고 무기다.
네 모습이 자손을 만들 씨방을 임금으로 삼아
꽃잎들이 무기가 되어 임금을 보호하고 감싸서
수천년이 가도 변하지 않고
최적의 때를 기다리는 종자를 만들고 있구나.
지금 비가 오니 오무렸다 비가 그치면 피면 안되겠니?
어제 활짝 피었던, 비에 흠뻑 젖어서 취한듯 보였던 네가
오늘 다시 활짝 피었구나. 그런데 말이다.
어제도 네 품속에는 벌이 하나도 없었고 오늘도 없으니
자손은 만들 수 있겠니?
빗물이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옮겨준다면
수매화가 되겠구나.
내일이면 너는 꽃잎을 떨어뜨리겠지,
2011.07.09.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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