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고 이사 간 감나무 이야기
제작년 가을에 다음해에는 열개 이상의 대봉이 열린다는 감나무 아저씨 말을 믿고서 대봉이 2개 달린 감나무 한그루를 3만원에 사서 심었다. 이미 나에게는 묘목을 심은 지 2년차가 된 단감나무와 대봉나무 한그루씩 두 그루가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다음해에 열릴 거라던 대봉나무는 작년에는 꽃이 몇 개 달렸다가 겨우 꽃만 피우더니 열매는 맺지 못하고 떨어져 버렸다. 대봉 열 개만 열려도 본전은 빼겠지 하고 심었는데 섭섭한 마음이 부글부글 거렸다. 작년 가을에 판 나무 아저씨에게
“왜 열린다던 대봉이 한 개도 열리지 않아요.”
하고 따지니까
-거름이 부족한가 보아요. 거름을 좀 하세요.
감나무에서 50cm 거리를 두고 둘레를 둥글게 깊게 파고는 그 동안 푹 썩힌 개똥을 듬뿍 퍼주고는 흙으로 덮었다. 감나무가 아주 잘 자란다. 묘목을 심은 지 3년째 되는 감나무는 열다섯 개 정도의 크고 멋진 감꽃봉오리를 달고 의젓하게 서 있는데 그 보다 몇 배나 훨씬 큰 문제의 대봉 감나무는 초봄에 잎이 나오면서 꽃눈이 싹트는 것 같더니 얼마 못가서 모두 사그라지고 가지만 무성하게 쭉 쭉 뻗어 자라고 있다. 이미 봄철 나무시장은 문을 닫았기에 물어 볼 수도 없다. 이제 가을 나무시장이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유를 물어야 한다.
얼마 전 아는 후배가 놀러 왔다.
-언니! 저 감나무 가지를 좀 쳐 주어 너무 높이 자라고 빽빽하게 가지가 뻗었어.
-야! 저 감나무 말이야. 대봉이 잘 열린다고 해서 사서 심었는데 작년에 한 개도 열리지 않아서 감나무 판 아저씨에게 물었더니 거름이 부족한가 보다고 해서 둘레를 깊이 파고 푹 썩힌 개똥을 아주 많이 삥 둘러가며 묻었는데 올해는 아주 꽃도 피지 않는다. 옆의 어린 감나무는 꽃이 달렸는데 말이다.
-언니! 감나무는 거름을 너무하면 감이 열리지 않아! 얼른 파서 다른 곳으로 옮겨! 그리고 감나무에는 황토가 좋대야.
-이미 잎이 다 피어서 저렇게 마구 큰데 옮기면 잘못되지 않을까?
-글쎄. 그래도 지금 있는 곳에는 거름이 너무 진해서 가을에는 더 커서 옮기기 힘들 텐데.
며칠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였다. 결국 어제는 결단을 내렸다. 곧 장마철이 올 테니 잎을 모두 따고 가지를 많이 쳐서 옮기면 살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옮겨야 내년에 대봉을 먹을 수 있잖겠는가? 가을이나 내년 봄에 옮기면 내년에 또 대봉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호미로 감나무 주변을 파기 시작했다. 비가 왔지만 겉만 물기가 있지 깊이 파 들어가니 물기 하나 없이 아주 메마르고 단단한 흙이다. 물을 퍼 주고 물이 스며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파 내려갔다. 물을 붓고 스며들면 파고 하면서 감나무 가지를 여기 저기 싹둑싹둑 잘랐다. 다음에 잎을 모두 땄다. 완전 벌거숭이가 되었다. 어느 정도 감나무 주변이 파지자 흙 위의 원줄기 밑동을 잡고서 감나무를 이리 지리 기울이며 흔들었다. 뿌리 부분이 흔들거린다. 흙이 생각보다 많이 떨어진다. 포클레인으로 폭파서 그대로 옮기면 잎을 따주지 않아도 실뿌리가 다치지 않아 바로 그대로 살터인데 좀 아쉽다. 아무튼 감나무는 완전 벌거숭이가 되어서 옛날 피자두 나무가 살던 곳으로 이사를 갔다.
이사 간 감나무 아래에 잘려낸 가지를 잘게 자르고 잎을 따서 수북이 쌓아 주었다. 푹 썩어서 다시 주인의 몸으로 들어가 잎이 되고 가지가 되라고. 그러나 저러나 살아나야 할 터인데.
★벌거 벗은 대봉 감나무.
왜 감나무를 벌거벗겨서 옮겼을까? 그 이유는 옮기느라 뿌리털이 많이 떨어져서 수분 흡수를 제대로 못하는데 잎이 많으면 요즘 같은 날씨에 증산작용이 활발하여 나무가 탈수증에 걸리면 말라 죽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물을 마실 수 없는데 오줌과 땀이 너무 나고 설사를 심하게 할 때 탈수증에 걸리듯이.
식물의 뿌리는 뿌리털로 물과 미네랄을 흡수한다. 뿌리털은 뿌리의 표피세포 하나가 부풀어서 튀어나와 만들어져 다른 부분보다 얇아 세포막도 얇아서 물이 잘 들어간다. 미네랄은 물에 녹아서 물과 함께 흡수된다. 나무를 옮기고는 거름을 하지 않는 이유는 옮겨진 흙속의 농도가 뿌리 속의 농도 보다 높을 때는 삼투작용에 의해서 뿌리 속으로 물을 흡수 할 수가 없어서다. 옮겨진 곳에서 뿌리털이 다시 나오고 그곳의 삼투압에 맞추어질 때 거름을 해야 한다. 뿌리털은 아주 약하고 작아서 뿌리털을 싸고 있는 흙이 떨어질 때 그대로 떨어져 나간다. 요즘처럼 포클레인으로 나무뿌리를 고스란히 통째로 떠서 옮길 때는 뿌리털이 상하지 않아서 여름에 나무를 옮겨도 잘 산다. 즉 뿌리를 싸고 있는 흙덩어리를 고스란히 옮기면 뿌리털이 상하지 않아서 잘 산다.
실은 바로 옆에 포도나무가 있어 감나무가 크면 그늘이 질지도 몰라서 가을에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하였다. 그런데 거름이 너무 진하면 웃자라고 감이 열리지 않는다는 말에 이식을 앞당긴 것이다. 황토 흙이 좋다니 조금 한가해지면 퍼다 주어야겠다.
오래전에 사과나무 과수원에 갔는데 사과나무 둘레에 둥글게 고랑을 파고 소똥과 개똥을 어떻게나 많이 퍼부었는지 사과나무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발이 푹푹 들어가서 똥통에 빠질 것 같아서다. 그런데 주인들은 잘도 사과나무 사이를 돌아다녔다. 그들만이 건널 수 있는 곳이 있는 것 같았다. 동글게 판 고랑의 일부는 파지 않고 그대로 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그 때의 생각이 나서 나도 감나무 둘레를 동글게 파고 거름을 몽땅 묻은 것이었다. 크지도 않는 감나무에게 너무 진한 거름을 주니 비만증에 걸린 것이다. 그나저나 묘목 보다 몇 배나 비싸게 주고 싼 대봉 감나무에서 대봉을 볼 수 없어서 속이 상한다. 물론 내가 잘못 관리해서지만....
2011.05.26.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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