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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못난이 순돌

by 임광자 2011. 1. 24.

못난이 순돌


 

개가 없으니 들고양이가 앞뒤로 거침없이 다닌다. 전에는 사람을 보면 피하기도 하더니 한쪽 구석에 편안하게 앉아서는 나를 빤히 처다 본다. 어제 장날에 생선을 사서 말리려고 하니 고양이 때문에 걱정이다. 그런데다 주차장에 자주 차를 세우던 사람이

"개가 어디 갔어요?"

나는 뜨끔했다. 개집 자리에 플라스틱 개집을 가져다 놓아서 개가 있는 줄 알거라고 생각했다.

"개가 줄 풀고 나갔어요."

"똑똑해서 돌아 올 거예요."

"새끼를 가졌는데 누가 죽이지만 않했으면 좋겠어요."

"새끼를 가져요?"

발순이는 어미가 발발이고 애비가 진돌이어서 잡종이다. 겉모양은 진순이를 닮아서 사람들은 진순이 새끼인줄 알았다. 그러나 겉모양은 진순이를 닮았어도 키는 어미를 닮아서 작았다.

"다 큰 개예요. 어미가 발발이라 키가 작아요."

그 사람이 살며시 웃는다.

사람을 따르지 않고 사나워서 몇 번 본 사람도 계속 짓었다. 자기만 보면 짓던 개가 짓지를 않으니 없어진줄 알았나 보다. 안 되겠다 당장 강아지 한 마리 사다 놓아야겠다고 작정을 했다.

 

곧 바로 앞집에 가서 못난이를 사 왔다. 아주머니 이야기로는 개는 공짜로 가져가는 것 아니라고 하면서 개를 가져가는 사람마다 적당히 알아서 돈을 준다고 한다. 싸게 팔라고 해도 그냥 묵묵부답이다.

“그럼 얼마 달라고 할 때까지 개 값 안줄 거예요.”

“수컷이라 내키지는 않으니 다음에 새끼 나면 암컷으로 바꾸어 주세요?”

아저씨가 

“그렇게 해요.”

잘 하면 여름에는 새끼를 낳을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 동안 우리 집 못난이는 많이 자랄 거니까 큰 개와 새끼를 바꾸는 것은 손해는 아닐 거다. 적당한 값을 주었다.

못난이를 집에 데려오자 옆방 아저씨는

"내생전에 저렇게 못 생긴 강아지는 처음 본다."

"나도 웃으워서 데려왔어요."

저녁 때가 되자 옆방 아저씨는

"내가 계속 기도한다. 외모가 못 생겼다고 미워하지 않게 해 달라고..."

"하는 짓이 귀여워요."

"......."

"순한 것 같으니까 이름을 순돌이라 지어요. 못난이순돌!"

"순돌! 순돌! 그거 괜찮네."

 

 

 

눈이 옅은 녹색이라 얼른 보면 허여멀건하게 이상스럽다. 

털빛도 새하얀 건지 약간 회색인지 그렇다.

날씨가 추워서 씻기도 그래서 그대로 둔다.

성격이 실내에서 개를 키우지는 못하니까...

그래도 봄이 오고 털빛이 하얗게 되고 눈빛이 짙어진다면

예뻐질 거다. 그럴까?????

아무래도 따뜻한 날에 목욕 시켜야겠다.

 

 

 

 

앞집에서는 어미만 묶어 놓고  강아지들은 풀어놓고 키웠는데 우리집에 와서 묶이게 되고 홀로 있게 되니 줄을 풀려고 난리를 치더니

이렇게 채념할 준비를 하나 보다.

젖을 때고 밥을 먹는 처지에 이제 독립해서 살아야지....

 


앞집 개는 새끼를 여러 번 낳았다. 그래서 이번에 아주 좋은 씨를 받아서 새끼나면 암컷 하나 두고 그만 낳게 할 생각이었는데 어떤 잡종이 와서 씨를 뿌렸는지 다섯 마리 새끼가 제 각각으로 태어났다. 셋은 암컷이었는데 다 팔렸다. 바둑이도 있고 밤색도 있고 하얀 것도 있다. 밤색과 하얀 것 두 마리 수컷이 남았는데 둘 중에서 하얀 못난이를 가져왔다.


어제 장날 암컷을 사기 위해서 개 파는 곳을 여러 번 갔지만 한 마리도 팔러 나온 사람이 없어서 그만 두고 오늘 어쩔 수 없이 수컷을 샀다. 수컷은 발정이 나면 집을 나가서 암컷 집에 가서 사는 수가 많다고 한다.

 

발순이가 돌아왔으면 좋겠다. 작지만 사납고 사람을 따르지 않는 개였으니 잘 잡히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멀리 가서 헤매다가 잡혀 갔을 거라는 사람도 있고 어느 구멍에 처박혀서 못나오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디가 살던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2011.01.24.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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