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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집나간 그녀에게

by 임광자 2011. 1. 22.

 

 

 

 

집나간 그녀에게



너 지금 어디 있니?

좋은 사람 만나서 알콩달콩 살고 있니?

너 얼마 전에 좋은 짝 만나 신방을 꾸린 너

혹시 낭군 따라 갔니?

어쩜 네 뱃속에 아기가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제는 고장 난 작은 책꽂이를 손보느라 정신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너를 보았는데

오후 내내 톱질하고 못 박고 그러느라

피곤해서 그냥 쉬느라 너를 찾지 못해서

너는 외롭고 쓸쓸했니?


어제 아침 너에게 아침마다 밥을 주던

옆방 아저씨가 “네가 없어졌다고...

그 말에 가슴이 철렁해서 네 집을 가보니

휑~하니 텅 비었더구나.

마음이 이상해지더라.


여기 저기 헤매며 네 이름을 불렀으나

너는 예전처럼 오지 않고 내가 너를 부르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귓가를 쟁쟁이더라.

살을 에는 바람 속에 네 이름만 흩어지더라.

여기 저기 쌓인 눈덩이가 너로 보이기도 하더라.


앞집 수선집에 들어가 네가 없어졌다고 하자

그제 오후에 네가 대문 쪽에서 어슬렁거리며

눈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니었다고 하드라.

네가 묶인 쇠줄을 풀어버리고 자유를 찾은 거네.

내가 책장을 수리하는 바쁜 시간에 말이다.


이웃 아주머니 말에 의하면

누가 네 집에 들어가서 너를 잡아 간 것이 아니고

네 스스로 집을 나간 거네.

그런데 말이다. 예전에도 너는 줄을 몇 번이나 풀었지만

집 주변을 돌았지 멀리 가지는 않았잖아?


그런데 그제는 어떻게 된 거야

대문 밖으로 나가보니 길 따라 자꾸만 가고 싶데?

길을 따라 가다가 오는 길을 잊었니?

길을 헤매다가 누군가에게 잡혀갔니?

예전에는 집 주변을 뱅뱅 돌았잖아!


어제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창 읍내를 다 돌면서

건물이 헐어진 곳이나 빈 공터에 바람을 막을만한

물건이 있으면 혹시 네가 그 속에 있을까봐서

“발순아!” 네 이름을 불렀단다.

네 대답은 없고 바람 소리만 귓가를 때렸다.


너는 끝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좋은 사람 만나서 따라 갔다면

새 주인 만나 잘 섬기고 잘 살 거라!

만약에 나쁜 사람 만나 네가 죽어서

사람 속으로 들어갔다면 운명이라 생각하라.


네가 아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죽을 때 더욱 슬펐겠구나.

임신한 짐승은 죽이지 않는 건데.

나는 봄이면 고물고물 귀여운 강아지

볼 꿈도 꾸었었지. 개꿈이라더니 ...


네게도 영혼이 있다면

네가 당한 모든 것을 마음에 품지 마라

네 마음에 나쁜 마음을 품는 순간부터

너는 괴로울 거야. 그냥 잊어라!

나도 오늘부터 너를 잊을 거다.



2011.01.22.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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