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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너를 잊기 위해

by 임광자 2011. 1. 23.

 

 

 

 

너를 잊기 위해


어젯밤 내내 네 생각을 하다가

너를 잊기도 하고

다시는 너처럼 잃지 않으려

네가 살던 집을 헐어서

돌집을 넓히기로 작심을 했다.


식구들에게 내 생각을 말하니

모두 찬성.

이미 떠나간 진순이를 위해서

오직 내손으로 정성을 다해서 지었던

올록볼록 붉은 무늬 슬래브 벽돌집.


진순이가 살다가

발순이 네가 살던 집 오늘 헐었다.

오직 내 손길로 지었던 집

오직 내 손길로 헐어

우리들의 추억을 되새길 빌미를 없앴다.


진순이는 영리했지만

너는 좀 바보였어.

진순이는 나갔다가도 찾아왔지.

전날에 나가서 다음날 저녁 때 찾아 온 적도 있어.

진순이는 기억력이 아주 좋았지만 너는 아니었다.


진순이는 크고 사나워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니

제 발로 찾아오기 쉬웠지만

넌 작아서 헤매다가

누군가에게 잡혀갔을 거야.


그래도 발순아!

진순이는 생명을 빼앗는

너무 큰 잘못을 저질러서

내가 눈물을 머금고 보내고

그 충격에서 벗어나는데 오랜 세월이 걸렸다.


그러나 너는

아무 잘못도 없이 네 발로 나가서

마음의 고통은 적단다.

다만 좋은 사람 만나 잘 살아 갈 수만 있다면

그 보다 더 큰 바람이 없다.


네가 살던 플라스틱 개집을

오랫동안 북쪽에 방치해 두었다가

오늘 옮기려 하니 꼼짝하지 않아서 보니

눈 녹은 물이 개집 주위를 감싸고 얼음이 되어

납땜을 한 것 보다 더 단단하더라.


10리터 주전자에 물을 팔팔 끓여서 두 번

주변에 부었더니 콘크리트 바닥이 나오더구나.

그래도 꼼짝 안 해서 어찌할 줄 몰라 하는데

앞집 아저씨가 친구와 같이 지나다가

내가 하는 양을 보더니 오더군.


“아저씨! 이 망치로 때려봐 주세요.”

“그러다 깨지면요.” 하면서 발로 힘껏 걷어차고

옮기려 하니 조금은 움직이더라. 아저씨들 가면서

“한 주전자만 더 끓여서 주변에 부우면

떨어지겠어요.“ 하더라. 그렇지만


10리터 주전자로 끓인 물을 세 번을 붓고

내가 옮기려하니 꿈쩍하지 않아서 다시 두 번을

더 끓여서 안쪽 바닥에 살살 부었더니 김이 모락모락.

번쩍 들어 오늘 헐어버린 네 집 자리 옆에 옮겼다.

너희들 살던 벽돌집터는 이제 돌집 터가 된다.


너희들 살던 집이 없어지고 네가 먹던 물과

사료그릇도 창고로 옮겨 눈앞에서 사라지니

벌써 네 생각이 머릿속에서 빠져나간 듯하다.

그래도 길 가다가 너희들을 닮은 개를 보면

생각이 솟아나와 그리운 추억에 잠기겠지.


2011.01.23.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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