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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이야기

진순아! 맛있겠다

by 임광자 2009. 3. 19.

진순아! 맛있겠다!




어젯밤 이것저것 하다가 새벽에 잠들었다. 4시간 정도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완전 비몽사몽이다. 그런데도 더 이상 자고 싶지가 않아서 정신을 맑게 하려고 밭에 가서 물주고 동편 쌈지 밭의 대파를 제대로 다시 심었다. 대파를 심으려고 밴 곳에 있는 것을 뽑으면서 보니 잎을 따 먹었다. 웃음이 나왔다. 이층 할머니가 와서 대파를 다시 심는 것을 본다.

-할머니! 이거요. 옮겨 심을 때는 잎을 잘라버리고 심어야 더 좋은데요. 그냥 심었어요. 할머니가 잎 따서 드세요. 그래야 더 잘 자라요.-

-그려.-

-네.-

-좀 더 많이 가지고 올 걸 그랬네. 상추 모종 갖다 준다고 하더니 왜 가지고 오지 않네.-

나는 그냥 웃었다. 동편 쌈지 밭은 할머니 먹을 것을 심어서 드시게 하고 싶었다. 밭을 만들어 놓고 일 년 썩힌 깻묵을 뿌리고 흙과 혼합을 하여 놓았다. 친척 집에 갔다가 대파를 가지고 와서 심으라고 한다. 그래서 대충 흙에 묻었다가 그냥 둘까 하다가 오늘 제대로 다시 심었다. 좁은 땅이지만 여러 가지를 심어서 직접 따서 드시게 할 거다. 오이랑 고추랑 상추 쑥갓 들깻잎 등등을 심어야지. 마대에는 흙이 담겨있다. 그곳에도 무언가를 심을 거다.

 

 


가마솥에 시래기를 삶으려고 비닐봉지를 열고 시래기 다발을 꺼내니 지푸라기로 묶여져 있다. 그걸 본 나의 대뇌가 명령을 한다.

-그 지푸라기를 썰어 넣고 흙을 버무려서 가마솥 가장자리를 발라라!-

 


 

사실 그 동안 지푸라기가 없어서 가마솥 주변에 흙을 바르지 못하고 사용하였다. 가위로 지푸라기를 듬성듬성 잘라서 고무다라이에 넣고 흙을 퍼다 넣은 후에 물을 붓고 치댔다. 치대진 흙을 가마솥 앞쪽에만 발랐다. 또 지푸라기를 구하면 뒤에도 흙을 바를 거다. 사실은 지푸라기를 구하려고 노력을 하면 금방 구할 것이다. 문제는 그냥 가마솥을 사용하는데 큰 불편이 없어서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작은 가마솥에는 진순이 사료에 타줄 뼛국 고아 놓고 가끔씩 끓인다. 아는 정육점에서 얻어 온 것이다. 끓여놓고 보니 구수한 냄새가 아주 좋아서 정육점을 지나다가 물었다.

-개 주려고 가지고 간 것 사람이 먹어도 되어요?-

-그거 먹어도 되지만 개를 주세요. 소뼈 돼지뼈 막 합쳐진 것이거든요.-

먹을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지방을 거둬내고 진순이나 주어야지 머리뼈에는 살도 많이 붙어있다.

 

 진순아! 넌 맛있겠다.

 


 

사람이 먹을 시래기를 삶았다. 가마솥에 흙을 바르고 나니 삶아진 시래기를 꺼내서 물에 헹구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다. 내일 해야지. 우린 시래기로 된장국 끓여 먹을 거다.

 


가마솥 입구의 겉 가장자리가 녹이 쓴 것은 겉만 그렇다. 내일은 돼지비계로 닦아야겠다. 맨눈으로 보았을 때는 안 그랬는데 디카를 누르니 속의 시래기 물이 붉게 나온다.

 

생생연 서쪽에는 장작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다. 오른쪽 흙위에 사두오이와 동아 그리고 호박과 오이를 심어서 저 장작더미 위로 올려야겠다.


林 光子 2009.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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