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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복원 이야기

꽃무릇, 재래종 석류, 능소화 놓고 가신 그대는 누구세요?

by 임광자 2009. 3. 8.


꽃무릇, 재래종 석류, 능소화 놓고 가신 그대는 누구세요?

 


오전 내내 동쪽 새밭에 흙을 퍼 나르느라 기진맥진이었다.

 

 

나머지는 내일 채워야겠다. 생각하고 오늘은 장날이라서 시장엘 갔다. 단골 아주머니를 찾아가서 머위와 양혜 뿌리를 가져왔느냐고 물으니

-아이고 이를 어째! 깜박 잊었어!-

-벌써 몇 번짼데요. 다음에도 또 잊을 테니까 아예 아주머니 전화 번호 가르쳐 주어요.-

-000000..-

내 휴대폰에 불러주는 번호를 눌렀다. 아주머니 휴대폰이 노래를 한다. 이제 확인을 했으니 휴대폰은 호주머니에 넣고

-아주머니 다음 장날 아침 몇 시에 전화하면 되나요?-

-아침 일곱 시까지 전화해. 내가 일곱 시 반에 출발하거든.-

-알았어요.-


상추를 사려고 슬슬 시장을 돌았다. 집에서 농사지어 오는 사람한테 사야 우수리를 많이 주어서 싸게 산다. 물건을 띠어다 파는 아주머니도 있는데 그럴 때는 가져오는 가격이 있어서 비싸다.


드디어 찾았다. 그런데 약간 시들었다.

-시들은 것도 있네요?-

-햇빛을 받아서 그려.-

아주머니는 커다란 비닐봉지에 들은 상추를 뒤적인다. 속은 싱싱하다.

-아주머니! 많이 주면 단골 할 게요.-

-얼마나 사려는 디?-

-천원어치도 팔아요?-

-그럼 적지.-

-그럼 이천 원어치 사면 많이 주어요?-

-그럼 내가 많이 주지.-


진짜로 아주머니는 검정 비닐봉지에 넣고 넣어서 많이 주었다.

갓이 가운데 있다. 많다. 가을에 김장 할 때 담근 갓 김치가 너무 맛있었다. 남동생이 아주 좋아했다. 갓 김치를 담고 싶다.

-아주머니 단골 할 게요. 저기 갓은 어떻게 팔아요. 오천 원만 내고 다 가져가.-

-그거 다 사면 담으려면 힘들어요.-

-그럼 이천 원어치 만 사!-

-이천오백 원어치 살게요.-

-그려 내가 많이 줄 겨.-

정말 많이 주었다. 낑낑거리며 상추와 갓을 들고 오니 옆지기가 강의실 후문 쪽에서 오면서

-방금 그 사람 못 만났어?-

-누구를요? 나 시장에서 상추하고 갓을 사오는 데요.-

-나무를 갖다 놓고 갔어. 40대 중년인데 호리호리한 남자야. 나무 보면 안다고 하데. 부탁했다며. 오늘 심으래.-

 

씨앗과 모종을 부탁한 사람이 몇명이 있다. 그 중에 한분일 거다. 블로그만 왔다갔다 하면서 글로만 알고 있으니 만나지는 않았다. 앗차! 그렇지 사진이 걸린 블로그는 얼굴을 보면 금방 알겠다.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보이지 않는다.

-금방 갔는데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는데.-

가져다 놓은 물건을 보니 능소화 2그루, 재래종 석류 2그루. 그리고 꽃무릇이 많다. 다시 주차장 쪽으로 나가 보려하니 주차 시켜 놓은 차 옆에 있던 뚱뚱한 아주머니가 길가 쪽을 가리키며

-바로 차타고 저리 갔어요.-

몇 사람 예감 되는 사람은 있지만 확실하게 떠 오르지는 않다.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이제 심어야겠다. 묵혀 둔 거름을 꺼내다 놓고 옹벽 가장자리에 주르르 심기로 하고 군대 군대 땅을 파고 거름을 넣고 흙을 살짝 위에 뿌리고 모두를 심었다. 흙을 덮고 물을 흠뻑 주었다.

 

 

 능소화는 옆지기 방문 앞 쪽에 심었다. 가지가 많이 뻗고 덕을 멋지게 만들어줄터니 담벼락으로 알고 뻗어 올라 옆지기 방문을 열 때 속이 안 보이도록 감춰주려므나. 동편을 증축 할 때 옆지기 방 앞으로 슬라브를 쳐서 현관을 만들어 줄 생각이다.

 

나는 능소화를 좋아한다. 꽃이 예쁘고 늘어지게 줄기를 뻗는 것이 가리개용으로도 좋을 것 같아서다.

 

 

  

 

 석류는 옛집에 있었는데 없어졌다. 석류를 동치미 담글적에 배추 속에 여러 가지 넣으면서 함께 넣으면  썰어 놓았을 때 예쁘다.

 

 

 

꽃릇은 무더기로 피어야 멋진데 일단은 옹벽을 따라서 주르륵 심었다.

 

피로해도 다 심고나니 기분은 좋다.

나에게 이런 기쁨을 주는 그대는 누구세요?

정말 정말 감사 합니다.

 

林 光子 200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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