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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이야기

인연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삶의 매듭이다

by 임광자 2009. 1. 3.

인연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삶의 매듭이다

 


지난달이었던가. 고창에 폭설이 내리고 추웠다. 다음날 낮부터 이층에서 내려오는 배수통에서 맑은 물이 철철 흘렀다. 눈 녹은 물이 내려오려니 생각하고 그냥 두었다. 다음날도 역시 많은 물이 내려왔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이층 옥상으로 올라가 보았다. 눈이 다 녹아내리고 없다. 어쩐 일이지?

고개를 갸우뚱 하는데 생각 하나가 번쩍 머릿속을 스친다. 재빨리 이층 현관문을 따고 들어가 수도꼭지를 보았다. 말짱하다. 부엌뒷문을 열고 보일러를 내려다보던 내 눈이 휘둥그레진다. 보일러의 배수관 5개 중에서 하나에서 맑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배수관 호스가 터진 것이다. 얼른 잠갔다. 물이 조금 흐른다. 아래로 내려와서 수도계량기 통의 뚜껑을 열었다. 스티로플 통을 다시 걷어내고 수도꼭지를 잠갔다. 올라와 배수관 아래 호스를 보니 물이 전혀 새지 않는다. 시공자에게 전화를 하니 사람을 보내주겠단다.


오후에 사람이 와서 배수관을 바꾸어야 한단다. 며칠 후에 바꾸어 주었다. 일단 보일러의 물을 다 빼 놓으라고 하였다. 도배하기 전에 방을 말린다고 보일러를 틀어놓고 그대로 두고 겨울을 맞았다. 보일러는 사용을 안 하더라도 외출로 틀어 놓거나 물을 빼 놓아야 한단다. 어디를 틀어서 물을 빼느냐고 하니 보일러실이 좁아서 뒤편에 수도장치가 있는데 그걸 잠그려면 보일러 위로해서 손을 뻗어야 할 위치에 있었다. 순간 이렇게 복잡하게 하려면 차라리 월세를 놓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바로 복덕방으로 갔다.


터미널 쪽으로 가서 가장 처음 보이는 복덕방 문을 스르르 밀고 들어갔다. 한복 바지저고리에 머리에는 상투를 틀고 갓이 아니고 옛날 어른들이 집안에서 쓰셨던 그런 것이 올려있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요즘에는 만나기가 어려운 분이다. 조금 있으니 안에서 나이든 일반적인 아저씨가 나온다. 방을 내어 놓으려 왔다는 이야기에 주소와 이름을 불러달라고 한다. 내주소와 이름을 노트에 적는다. 위치를 묻는다.

-시장 통이구먼.-

-주차장 맞은편에 생활생물 연구소 현수막이 있는 예쁘게 지은 이층 벽돌집이에요.-

-이분에게 집을 가르쳐 주어요. 그래야 집 보러 오는 사람에게 안내하지요.-

한복 입은 사람이 와서 보고는

-집이 제대로 잘 앉았네요.-

 

이층집 월세를 얼마를 받을 건가를 결정하고 그는 돌아갔다. 며칠 후에 집에 들어올 사람의 시동생이라는 사람이 와서 보고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이 한복 입은 분이 풍수지리에 밝고 관상, 수상, 사주도 잘 보고 시조를 잘 읊고 한문 붓글씨도 잘 쓰고 한다면서 청학동 일기생이라고 복덕방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이 나중에 말해 주었다. 오늘 계약을 했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복덕방 하는 사람이 농촌지도소소장으로 7년을 근무했다고 한다. 그럼 농촌 진흥청에 연구비와 시설비를 신청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아느냐고 하니 자기와 함께 수원인가에 있는 농촌진흥청에 가서 이야기 하면 더 좋을 거란다. 복덕방을 하는 사람이 무엇하려 같이 가느냐고 나는 돈이 없으니 일당 줄 돈도 없다고 말하고 소개서나 한 장 써 달라고 하니 굳이 함께 가야한단다. 그런데 기분이 좀 그렇다. 예감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아는 사람에게 의논을 하니 같이 가지 말란다. 수작일 것 같단다. 그래서 퍼뜩 생각나는 것이 또 하나 농촌 진흥청에서 돈을 받아서 사용한 사람이 떠오른다. 생생연 앞을 지나다가 현수막을 보고 나에게 왔다. 함께 일하겠다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자기에게 모두 가르쳐 달란다. 농장을 하는 당찬 여성이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다. 그녀가  하는 말

-농촌진흥청 본사에 가는 것 보다는 언니의 경우는 고창 농업기술센터의 특산품과에 등록을 하여 수료하면 거기서 도움을 받아 지원금을 받을 수가 있어요.-

-돈은 얼마나 드는데?-

-한 푼도 안 들어요.-

-내가 인체여행이라면 몰라도 특산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걱정 말아요. 나 같은 먹통도 수료를 하고 지원을 받았어요.-

-그럼 많이 도와주어요.-

-지금 손님이 있으니까 나중에 나와 함께 거기에 가요. 생생연에서 500m도 안되어요.-

-가까워서 좋네.-


휴유 가까운 길을 두고 멀리 갈 뻔하다, 그래 맞다. 고창에서 새로운 인맥을 만들어야 한다. 인맥은 바로 울타리니까.


인연의 끈은 이상하게도 뻗는다. 인연의 끈에 맺어지는 매듭은 여러 가지다. 어떤 매듭은 거치기만 하고 어떤 매듭에는 쉬어가기도 하고 어쩔 때는 쌍둥이 매듭이 맺혀져 두 매듭이 나란히 서로가 좋은 인연으로 오래도록 이어가기도 한다.  오늘 인연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꼭 내가 가는 삶의 길이 운명의 길로서 예견된 길을 가는 것 같다. 만나고 헤어지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그렇다. 인연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내 삶의 매듭을 짓는 것이다.

 

 

생생연 사무실이 필요할 경우에는 일층 강의실도 있고 이층 옥상 위에 지붕을 하고 난간 위에 샷시문을 달면 바로 사무실로 꾸밀 수가 있다. 그럼 생생연이 3층 건물이 된다.

 

 

 


林光子 2009년 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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