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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이야기

그 많은 물고기가 어디에 다 숨었을까?

by 임광자 2009. 1. 4.

그 많은 물고기가 어디에 다 숨었을까?

 

 

 

오늘 김밥이 먹고 싶어서 김밥나라에 가기 위해서 고창천 다리를 건너다가 냇가를 내려다보니 백로 한 마리 고개를 움츠리고 물가에 앉아있다. 오늘만이 아니다. 다른 날들도 이곳을 지날 때면 저렇게 움츠리고 서 있다. 물질하는 것을 보지를 못했고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것도 볼 수 없었고 그냥 저렇게 외롭게 홀로 서 있다. 기운도 없어 보인다.

 


더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다리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서 냇가 옆길로 갔다. 조금 더 걸어가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갔다. 백로에게 접근하려고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였다. 아~ 그런데 백로 귀가 너무 밝다. 금세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다. 어찌나 빠른지 사타를 누르고 보니 벌써 저만큼에 내려앉았다. 다시 살금살금 아주 조심스럽게 백로에게 접근하려고 살짝살짝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도 내가 가까이 가는 낌새를 알아차리고 훨훨 날아서 저만큼에 내려앉아 나를 본다. 발동을 걸면 말릴 수 없는 내 고집이 나에게 더 백로에게 가까이 가라고 명령한다. 이미 백로는 다리 건너 저편에 앉아있다.

 

 

다리 밑을 지나는데 아하!~웃음이 입가에 번진다. 뜨거운 여름날 바로 이곳이 사랑방이었나 보다 반들반들 다져진 바닥이며 옆에 편상과 의자 등등이 차곡차곡 쌓여져 있다. 여름날 이곳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정담(情談)이 꽃을 피웠을 거다. 어쩜 정치이야기가 가장 많이 회자되었겠지. 민초들은 태평성대가 올수록 정치를 모르고 살기 힘들수록 정치에 도사들이 되어간다.

 


옛날 옛적에 요임금이 백성들의 삶이 궁금하여 세상을 돌아보다가 어느 농촌에 이르니 논에서 일하던 농부들이 농부가를 합창하며 흥겨워 하드란다. 그 모습이 너무도 평화로워서 농부들에게 질문을 하였단다.

-요즘 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누구시오?-

-누가 다스리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그럼 임금님 이름도 몰라요?-

-그까짓 임금 이름은 알아서 뭘 하우?-

그리고는 또 다시 흥겹게 농부가를 부르며 일을 하더란다. 그 때 요 임금은 깨달았단다.

-내가 정치를 제대로 하고 있구나. 원망의 소리가 없구나. 민초들이 살기 좋으면 임금이 누구인지도 모르는구나.-

요임금은 기분 좋게 돌아와 열심히 백성들이 잘 살기 위한 방법만을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 다음에 대를 이은 순 임금도 정치를 잘해서 우린 태평성대를 요순시대라고 한다. 위의 이야기는 나를 낳아 기르신 아버지로부터 들었다.

 

 

여름에 다시 다리 밑 사랑방에 와서 인체여행 강의나 한 번 해 볼거나? 복득차 끓여 한 주전자 가득 가지고 와서 드리고.


 

그 새 백로는 더 저만큼 날아가 앉아있다. 백로가 날아오르는 사진을 여러 장 찍기는 하였는데 와서 뚜껑을 열어보니 날아가는 백로 사진은 한 장도 없다.

 


돌 땜이 낮으막이 넓게 있어서 걸었다. 돌 땜 사이에는 물길이 있다. 좁은 물길은 물살이 빨라서 그 근처의 물은 맑다. 앉았다.

 

 

물속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물고기를 찾았지만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는다. 아주 따뜻한 날에는 많았는데 다 겨울잠 자러 갔을까? 그래도 주변에서 작은 새들이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을 걸 보면 분명 물고기가 나타나기는 하나 보다.

 


고창천은 아직은 깨끗하다. 지지난달에 따뜻한 날에도 작은 물고기들이 떼지어 몰려 다녔다. 추워지니 모두 돌틈으로 들어갔나 보다. 따뜻하면 나오려고. 그러다가 물이 따뜻하다 생각되면 나왔다가 새들의 먹이가 된다. 정말 물고기가 없다면 백로를 비롯하여 새들이 저렇게 물속을 뚫어저라 들여다 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럴 땐

-물고기야! 살려면 꼭꼭 숨어라!-

할까 아니면

-물고기야! 백로가 배고프데 얼른 나와 먹힐래?

할까!?


 

林光子 2009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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