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를 먹는 달팽이
가을에 화분에 대파를 심었다. 강의실이 너무 따뜻하여 생장속도가 너무 빨라서 기분은 좋았는데 어느 날 대파가 곧게 자라는 것이 아니라 기울어서 자라고 있는 걸 발견하여 키가 너무 커서 그러나 보다고 생각하고 가까이 보니 무언가 까만 것들이 붙어있다. 자세히 보니 진딧물이 장난 아니게 붙어 있어 그냥 베어서는 싱크대로 가져가서 물세례를 세게 퍼 부으니 진딧물이 다 떨어진다. 일단 모두 베어서 냉동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모두 베어서 함지박에 놓고 다듬으려고 보니 아풀사! 달팽이가 붙어있다. 진딧물과 달팽이한테 영양소를 빼앗긴 대파는 기운이 없어 기울게 자란 것이다.
대파를 베어내고는 화분들을 현관으로 내다 놓았다. 현관은 조금 쌀쌀 맞으니 진딧물도 달팽이도 못살 거다.
오늘 화분 속 대파를 보니 벌써 많이 올라와 있다.
대파는 어둠 속에서도 자란다. 김장하고 남은 것을 그냥 묶어서 광에 넣어 두었다 정월에 보면 대파가 많이 자란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자란 대파는 떡국에 넣어 먹으면 좋다. 엄니는 이렇게 연하게 자란 대파를 움파라고 불렀다.
나 어릴 적에는 가을에 김장을 하고 나면 텃밭 한 귀퉁이의 땅에 구덩이를 파고, 무, 배추, 대파를 넣고 흙을 덮고 손이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하나 내고는 짚을 묶어서 구멍을 막고 봉분 위의 흙 위에는 짚을 뺑 둘러치고 가운데를 꽁꽁 묶어 두었다. 그 속에서도 무는 순을 내고 대파는 움파로 자랐다. 움집 속의 무을 꺼내서 겨울밤 깎아 먹으면 시원하고 맛있었다.
대파를 다듬고 씻어 채반에 꾸둑꾸둑하게 말려서 썰어서 비닐 팩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 두고 먹는다.
林光子 2008년12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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