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굴생체 담아 이웃에 주니 즐겁다
김장 속을 넉넉히 해서 봉지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하고서 가끔씩 그걸 터서 생굴을 사다가 섞어 나도 좋아하지만 옆지기가 더욱 좋아하는 굴생체를 담아 먹곤 한다. 며칠 전에 김장을 하고 올해도 김치 속을 넉넉하게 해서 오래두고 먹을 것은 냉동실에 넣고 방금 먹을 것은 냉장실에 두었다. 오늘이 장날이다. 생굴을 싸게 사려고 해질녘까지 기다렸다가 떨이를 하려고 장에 갔다. 벌써 단골 아주머니는 탈탈 털고 짐을 싸고 있다. 이제 시장 속의 아주머니들이 즐비하게 앉아서 가지고 온 해산물을 파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나는 항상 아주머니들이 앉아서 직접 깐 굴이나 조갯살을 산다.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생굴 양이 조금 남았다 싶은 좌판 앞에서
-아주머니! 이것 떨이 하실래요?-
아주머니는 스텐대접을 보이며
-이거 하나에 만원이여.-
생굴 그릇에 대접을 넣어서 한 그릇 그득하게 뜨고는
-이것 봐! 이렇게 많이 남았지. 두 그릇은 될 것 같아 떨이니까 일만 오천 원만 내.-
-저 지금 만원 밖에 없는데요.-
-짐 싸야 하니까 그냥 가져 가.-
사온 생굴을 다시 껍데기가 없나 다듬어 씻었다. 냉장실에 넣어 둔 김치 속을 꺼내고 무 하나를 더 씻어 채 썰어 넣고 다시 버무려서는 이웃집에 줄 그릇을 꺼내 담았다. 봄부터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던 아주머니라 많이 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생굴을 더 넣어야 할 것 같다. 김치속에 비해서 생굴양이 적은 것 같다. 다시 시장으로 달렸다. 그런데 웬일일까? 이만원을 달라고 해서 못 샀던 아주머니가 그 때까지도 혼자 남아 있었다.
-아주머니! 이거 그냥 떨이해요?-
-이거 이만 원어치인데 만 오천 원만 주어.-
-저 지금 만 원짜리 딱 한 장뿐인데요. 만원에 주세요.-
-그런 만 이천 원만 내.-
-딱 만원 밖에 없어요.-
아주머니는 검정 비닐봉지를 꺼내서는 주둥이를 벌리고 나에게 잡으란다.
-아줌마! 저 만원밖에 없어요.-
-그냥 가져가. 나도 가야지.-
얼른 집에 와서 다듬어서 이미 버무려 놓은 굴 생체를 다라이에 넣고서 다시 사온 생굴을 넣고 버무렸더니 짠맛도 많이 가시고 굴이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한입 집어 먹으니 굴 향이 진동을 한다.
다시 그릇에 수북이 담아서 이웃집에 갔다주는데 왜 이리 뿌듯한 마음이 드는지.~~~~~~
이웃집 현관 문에 대고
-아주머니!-
크게 불렀다.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내가 가져간 것을 보더니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진다.
-왜 이렇게 많이 가져왔어!-
-아주머니 네는 싱겁게 먹으니 짜다 싶으면 여기에 무 하나 채 썰어 넣고 버무리서 드세요. 생굴을 두 번이나 가서 사다 넣었네요.-
-석화가 비싼데.-
-떨이라 싸게 샀지요. 저는 떨이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옆지기가 이웃집에 가져다 준 것을 보고는
-나 먹을 것은 있어?-
-그럼요.-
-아주머니네 준 것 보다 많아?-
-냉장고에 그 보다 더 많이 있어요.-
-또 나는 나 보다 더 많이 이웃집 준줄 알았지.-
-워낙 많이 얻어먹어서 작심을 하고 이번에 드린 거예요.-
참 이상도 하다. 얻어먹을 때 보다 주고 나니 마음이 즐겁다.
林光子 2008년 12월 18일
'창복(생생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갔다 온 이야기 그리고 웰빙 찐빵 개발 (0) | 2008.12.21 |
---|---|
대파를 먹는 달팽이 (0) | 2008.12.19 |
김장 이야기 (0) | 2008.12.16 |
생약초 냄새가 생생연에 진동하기를 바라며 (0) | 2008.12.15 |
김장김치 맛이 가장 좋을 때 영양소가 가장 풍부하다 (0) | 2008.12.14 |